등신불(1961)

-김동리-  

◆ 소설 읽기  

● 줄거리

나는 스물 세 살 때인 1943년 일본의 대정대학 재학 중에 학병으로 끌려가 목숨을 건지기 위해 탈출을 결심하고, 대정대학에 유학한 바 있는 불교학자인 진기수 씨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생면 부지 적국의 옷을 입은 한국인인 '나'를 믿지 않자, 나는 오른손 식지를 깨물어 '원면살생(願免殺生) 귀의불은(歸依佛恩)'이라는 혈서를 써 올려, 결국 그의 도움으로 정원사에 도착하여 원혜대사를 배알한다. 이곳에서 나는 수업을 하는 도중, 금불각을 발견하고 불상 역시 대수롭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등신불을 대했을 때 나는 전율과 충격을 받는다. 등신불은 사무치게 애절한 느낌을 주는 결가부좌상이었다. 젊은 승려인 청운의 이야기와 만적선사 소신성불기를 읽고 나는 만적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

만적은 법명이고 속세에서의 이름은 조기이다. 그는 금릉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다. 어머니 장씨는 사구에게 개가하여 그의 외아들 사신과 같이 산다. 기와 신은 같은 또래인데, 어머니가 신에게 돌아갈 재산을 탐내어 신의 밥에 독약을 감춘다. 우연히 그것을 엿본 기는 그 밥을 자기가 먹으려 한다. 어머니가 이를 보고 기겁을 한다. 며칠 뒤에 신이 집을 떠나서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기도 어머니의 사악함에 환멸을 느껴 가출하여 중이 된다.

만적은 법림원의 취뢰스님의 상좌로 불법을 배우다가 열여덟에 취뢰스님이 열반하자 은공을 갚기 위해 불전에 소신공양할 결의를 보인다. 그러나 운봉선사가 만류한다. 운봉선사의 알선으로 혜각선사를 만난 만적은 스물 세 살 되던 해 겨울 금릉에 나갔다가 10년 만에 문둥병에 걸린 사신을 만난다. 만적은 '신'의 목에 염주를 걸어 주고  절로 돌아와 소신 공양을 결심하고는 화식을 끊고 이듬해 봄까지 먹은 것은 하루에 깨 한 접시씩 뿐이다. 이듬해 봄 법사스님과 공양주 스님만을 모시고 취단식을 하고 한달 뒤 대공양을 한다. 만적이 몸을 태우던 날 육신이 연기로 화해 갈 때 갑자기 비가 쏟아졌으나, 단 위에는 내리지 않았으며, 또한 그의 머리 뒤에는 보름달 같은 원광이 씌워져 있었다. 이러한 신비가 일어나, 모인 사람들은 불은을 입어 모두 제몸의 병을 고친다. 병을 고친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사재를 던져 새전이 쌓이게 된다. 모인 새전으로 만적이 탄 몸에 금을 입히고 금불각에 모신다.

나는 금불각의 등신불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으리라고 생각하며 인간의 고뇌와 슬픔을 아로새긴 부처님(등신불)이 하나쯤 있어도 무방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마친 원혜대사는 '나'에게 남경에서 진기수 씨에게 혈서를 바치느라 입으로 살을 물었던 오른손 식지를 들어 보라고 한다. 왜 그 손가락을 들어 보라고 했는지, 이 손가락과 '만적'의 소신공양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대사는 아무런 말이 없다. 북소리와 목어 소리만 들려 온다.

● 인물의 성격

◆ 나 → 작품의 화자. 일제시대 학병으로 남경에 끌려갔다가 살기 위해서 도주하여 정원사에서 지내며 등신불을 보고 감동한 인물이다. 뚜렷한 특징이나 성격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정적 인물임.

만적 → 1200년 전의 설화적 인물로, 인간의 오뇌와 비애의 화신이며, 보은정신이 투철하고 신념이 확고한 인물이다. 이복동생의 독살을 막고 절에 들어가서 성불을 하는 동적인 인물임.

진기수 → 중국 불교학자로 일본 대정대학에서 유학을 하였으며, '나'의 탈출을 도와주는 인물

원혜대사 → 정원사의 주지스님이며, '나'에게 깨달음을 주는 인물임

● 구성 단계

◆ 발단 : 학병인 '나'는 진기수의 도움으로 탈출하여, 밤에 산길 백 리를 걸어 정원사에 도착함.

전개 : 정원사에서 생활하던 중, 금불각을 보고 화려한 외향에 반감과 저항심을 가짐.

◆ 위기 : 등신불을 보고 충격과 전율을 느낌.

◆ 절정 : 등신불에 대한 의문과 원혜대사로부터 들은 만적 선사의 소신 성불 과정

◆ 결말 : 소신과 단지를 통해 본 불교적 인연과 깨달음.

● 이해와 감상

'등신불(等身佛)'이란 사람 키 만한 정도로 만든 불상을 이르는 말이다.이 작품은 앉은 채로 몸을 불살라 소신공양(燒身供養)을 하고 불상이 된 사연과 그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서 인체의 자세를 그대로 유지한 채 도금의 불상이 된 등신불을 통하여 자연과 초자연의 상관관계를 그려 낸 작품이다.

만적의 소신공양은 자기 구원과 타인 구제의 양면적인 의미를 갖는다. 즉 자신의 존재 자체가 이복 형제에게 고통을 가져오게 된 근원적인 죄의식으로부터 자기를 구원하면서, 동시에 모든 인간들이 가진 숙명적인 고통에 대한 절대자의 자비를 구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의 화자인 '나'는 단순한 관찰자의 위치에만 있지 않고 자신의 번뇌와 내면세계까지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나'는 단지 목숨을 건지기 위해 불문에 귀의한 스스로를, 소신공양을 통해 인간적 고뇌와 비애를 성불의 경지로 승화시킨 만적과 비교함으로써 삶의 번뇌를 한층 더 사실적으로 제시해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만적의 이야기는 '나'가 손가락을 깨물어 쓴 혈서의 행위와 연관됨으로써 현실적인 의미를 갖게 되는데, '나'가 전쟁이라는 학살의 소용돌이를 벗어나기 위해 자기 살을 물어 뜯는 행위는 소극적이나마 고통의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자기 희생이라는 점에서 만적의 소신공양과 유사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 작품은 불교적 소재를 취하고 있지만 불교의 초월적 신앙을 주제로 삼은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실존적 인간 경험과 그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거대한 힘으로 밀려오는 숙명적인 고통과 번뇌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절대자를 갈망하게 되며, 등신불은 그런 점에서 불성과 인성을 동시에 지닌 특이한 부처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주는 원혜대사의 선문답과도 같은 질문의 의미 → '나'의 단지(斷指)의 행위와 '만적'의 소신(燒身)의 행위가 정신적인 면에서 동일성을 지니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즉 그 공통점은 '삶의 치열성'이다. 삶의 짙은 고뇌와 비극을 온전히 맛본 다음에야 새로운 삶으로의 지향이 가능해진다는 비극의 본질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이 소설의 시점을 명료하게 규정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발단, 전개, 결말 부분은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1인칭 주인공 시점이 되고, 절정 부분은 등신불에 대하여 보고 들은 이야기로서 '나'는 관찰자의 처지에 있으므로 1인칭 관찰자 시점이 된다. 그럴 경우 1인칭 주인공 시점과 1인칭 관찰자 시점이라는 이중 시점의 형식을 지닌 소설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혼합 시점은 보통 액자 소설의 형식을 취하는 작품에서 많이 발견된다. 그러나 이 시점 중에서 굳이 하나를 택한다면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보는 것이 옳다. 그 이유는 소설의 도입부에서 '……등신 금불로 불리는 불상에 대해 보고 듣고 한 그대로를 적으려 하거니와, ……' 라고 하면서 관찰한 바를 적겠다는 창작 의도를 밝혔으며, 만적이 소신 공양으로 성불하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현대소설, 단편소설, 액자소설

◆ 배경

* 액자 외부 이야기 → 1943년 초여름 중국의 양자강 북쪽 정원사

* 액자 내부 이야기 → 당나라 때

* 사상적 배경 → 불교사상, 휴머니즘

◆ 내용

* 액자 외부 → '나'의 생활과 금불각에 대한 생각과 깨달음

* 액자 내부 → 만적이 소신공양하여 등신불이 되는 과정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액자 내부 - 전지적 작가 시점)

◆ 표현상 특징

* 만연체의 문장

* 만적 선사 소신 성불기 부분은 '역어체'임.

* 설화성을 강조함으로써 전통적이고 신비로운 세계를 체험하게 함.

◆ 갈등구조

① 인간과 사회 : 나 ↔ 일제

② 세속과 종교 : 나 ↔ 등신불, 나 ↔ 원혜대사

③ 인간과 인간(양심과 본능) : 조기(만적) ↔ 어머니

④ 인간과 운명 : 사신(만적의 이복 동생) ↔ 운명

◆ 주제 인간의 세속적 고뇌의 종교적 구원

◆ 출전 : <사상계>(1961)에 발표

● 생각해 볼 문제

1. '나'가 등신불에 대하여 충격을 받은 진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말해 보자.

⇒ 원만 구족한 부처님의 모습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인간적 비원과 오뇌가 가득 찬 슬픈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데, 등신불의 그런 모습은 '나'의 내면풍경과 일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 원혜대사가 식지를 들어 보라고 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나'의 단지(斷指) 행위와 만적의 소신이 정신적으로 일치함을 암시해 주는 것이다. 불은(佛恩)은 그냥 주어지지 않고 치열한 삶의 결과 얻어지는 것임을 넌지시 일깨우며, '나'로 하여금 그런 세계로 나아가기를 이심전심으로 전하려는 것 때문이다.

3. 마지막에 북소리를 통해 드러내려는 '나'의 심정은 무엇일 거라고 추측되는가?

⇒ 북소리가 으르렁거린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은 절간의 고요와는 완전히 상반된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의 마음 속에 깨달음이 일자,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한 전율이 가슴을 흔들고, 열정이 솟구치는 가운데 불은에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거세게 밀려오고 있을 것임을 추측해 볼 수 있다.

● 더 읽을거리

이 작품은 <무녀도>와 마찬가지로 토속적이고 종교적 색채가 배어 있는 전통적 서정주의 세계를 보여 준 김동리의 후기 작품 세계를 대표한다. 인간의 운명을 추구하는 서정성과 순수문학의 옹호라는 김동리의 문학관이 이 작품 속에서 인간의 고뇌와 슬픔을 만적의 소신공양을 통해 종교적으로 승화되어 있다. <등신불>은 그의 단편 소설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액자소설 형식으로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전체 구조로 보아 내부 이야기에 작품의 무게가 실려 있지만 전후의 '나'의 행위와 깨달음에도 상당한 의미를 주고 있다. 외부 이야기는 '나'의 생활과 금불각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그렸고, 내부 이야기는 이 작품의 핵심 사건이 주인공 '만적'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소신공양을 하게 되고 등신불이 되었는가 하는 것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또한, 이 소설은 '나'와 '만적'과의 대비를 통해서 불교사상이 보여주는 삶의 번뇌와 한계 상황, 그리고 인간 의지를 통한 초극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즉 '나'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불교에 귀의한 소승적 의지와 자신의 몸을 불살라 인간적 아픔과 슬픔을 성불의 경지로 승화시킨 '만적'의 대승적 의지를 통하여 살신성불의 비장미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와 같이 주인공이 손가락을 깨물어 혈서를 쓴 실존적 경험은 '만적'이 육신을 불사를 때 느낀 처절한 인간 체험과 같은 현실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러므로 '나'가 식지를 깨물어 혈서를 쓴 것과 '만적' 선사의 소신공양은 개인과 중생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구원의 의미 즉, 운명을 극복해 보려는 인간의 몸부림이라는 공통된 의미를 갖는다.

자신의 의지나 품성과 관계 없이 거대한 힘으로 밀려오는 숙명적인 고통과 번뇌는 인간이 감내하기 힘든, 그러나 해결해야 할 영원한 과제다. 그 번민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절대자를 갈망하게 되고, 초월적인 세계를 꿈꾸게 된다. 그런 점에서, 등신불은 불성과 인성을 지닌 특이한 부처가 아닐 수 없다. '만적'의 소신공양은 자기 구원과 타인 구제의 양면적인 의미를 갖는다. 즉, '만적'의 소신공양에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이복 형제에게 고통을 가져오게 된 근원적인 죄라는 인식, 그리고 그 죄의식이 가져온 번뇌로부터 자기를 구원하면서 모든 인간들이 가진 숙명적인 고통에 대한 절대자의 자비를 구한다는 의미가 남겨 있다. '만적'의 불교 설화는 주인공 '나'가 손가락을 깨물어 쓴 혈서의 행위와 연관됨으로써 현실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주인공이 전쟁이라는 학살의 소용돌이를 벗어나기 위해 자기 살을 물어뜯는 행위는 소극적이나마 죄악의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자기 희생이라는 점에서 만적의 소신 공양과 유사한 의미를 갖는다.

김동리는 인간의 원초적 죄의식과 번뇌, 그리고 이에 대한 종교적 구원이라는 주제를 즐겨 다루는 작가이다. <역마>에서는 운명에 순종함으로써 구원을 얻은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인간 고뇌의 종교적 승화를 통해 구원을 성취하는 모습을 보여 주며, 이 주제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탐구는 장편 <사반의 십자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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