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천국(197)

-이청준-  

◆ 소설 읽기  

● 줄거리

소록도 병원에 새 원장 조백헌이 부임해 온 날 밤, 두 원생이 섬을 탈출한다. 조백헌은 부임 인사도 하지 않고 탈출 사고의 경위를 조사한다. 병원의 보건과장 이상욱을 통해 일본인 주정수원장의 역사와 피살이라는 과거사가 알려진다.

주정수는 소록도를 버림받은 나환자들의 낙토로 꾸미려고 대규모의 역사를 일으켰었다. 처음에 그 역사는 원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얻어 순조로이 진행되었으나, 차츰 낙토 건설이라는 명분의 배후에 주정수의 동상 욕심이 자리잡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원생들을 고통과 배반의 늪으로 끌어들인다. 그래서 마침내 주정수는 원생에게 피살되었다.

낙토 건설이란, 원장의 입장에서는 원생을 위한 것이며 치자의 피치자에 대한 사랑의 베풂에 다름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원생의 입장에서 보면 원장의 동상욕을 위한 것이며 치자의 피치자에 대한 강요와 억압의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과거사를 알게 된 조백헌은 털끝만큼의 회의도 없이 동상욕을 부정하고 사랑의 행위라는 확신 아래 낙토 건설 사업을 일으키기로 결심한다. 미감아 출신으로 치자와 피치자 사이에서 비판적 지식인의 역할을 하는 보건과장 이상욱은 그런 조백헌에 대해 계속 회의한다. 낙토가 건설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환자의 낙토이지 인간의 낙토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그는 괴로워한다.

드디어 낙토 건설 사업은 시작되는데, 조백헌은 숱한 우여곡절을 겪는다. 오마도 간척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육지 사람들의 방해, 행정 관청의 비협조, 자연의 횡포, 원생들의 배반, 그리고 마침내는 상부의 일방적인 전근 발령으로 조백헌은 거의 절망의 수렁에 빠져든다. 그러나 반드시 일을 완성시키겠다고 조백헌은 의지를 굳건히 하는데, 이는 무의식 중에 동상욕에 대한 미련에 사로잡혀 있는 것일 따름이다. 이상욱은 그 점을 지적하지만 조백헌이 받아들이지 않자 그는 섬을 탈출한다. 황장로와의 대화를 통해 그 점을 깨달은 조백헌은 화려하지 않게 조용히 섬을 떠난다.

그리고 7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다. 이제 조백헌은 원장의 신분이 아닌 하나의 사인(私人)으로서 섬에 들어와 섬의 주민이 되어 있다. 그는 그 7년 동안 황장로의  사랑의 계시를 자체적으로 소화해냈고, 그리하여 자기 각성에 도달해 있었다. 그 자기 각성의 내용은 신문 기자 이정태와의 대화를 통해 밝혀진다. 다스리는 자의 사랑 속에 다스림을 받는 자의 자유가 깃들고, 다스림을 받는 자의 자유 속에 다스리는 자의 사랑이 깃들어서 결국은 양자가 한 길로 화해스런 조화를 이룩해 나가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믿음이 획득되어야 한다. 또 믿음이 획득되기 위해서는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가 하나의 운명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자기 각성과 함께 섬으로 돌아와 섬의 주민이 되어 공동 운명을 수락하고 믿음으로 매개된 진정한 사랑을 성취한 조백헌에게 새로운 문제가 대두된다.

자유와 사랑을 행함에 절대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힘을 어떻게 자생적 운명의 일부분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조백헌은 눈에 띄지 않는 일에서부터 차례차례 확실한 것을 한 가지씩 행해 나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조백헌은, 뭍에서 온 여교사 서미연과 병력이 있고 뒤틀린 반생명적 자세를 보여 오던 윤해원의 결혼을 주선한다. 두 남녀의 상징적 결합이 이루어지는 날, 날씨는 화창했고  사람들의 표정 역시 그 봄날 날씨처럼 맑고 너그러웠다.

● 인물의 성격

조백헌  소록도 병원장.  나환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긍정적 인물

이상욱 → 조백헌 원장과 갈등 관계였으나 원장의 사랑 정신에 감동하는 인물

이정태 → 기자. 소록도를 취재함.

● 이해와 감상

지금까지 장편소설에 대한 재래의 독법은 우선 수많은 등장인물, 엇갈리는 숱한 사건들에 의해 진행되는 것을 최대의 특징으로 삼아 왔다. 뿐만 아니라, 등장 인물이나 사건은 독자와 더불어 성장한다. 말하자면, 인물의 성격이나 사건의 상황에 대한 작가의 설명이나 암시가 미리 주어지지 않고 무심한 현실의 한 단면을 제시하듯 그대로 진행되어 왔다. 그러므로 인물과 사건은 시간의 진행에 따라서 차츰 변모와 발전, 소멸을 거듭하면서 이윽고 어떤 파국, 혹은 어떤 절정에 이른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장편 소설들의 기본적 전개 방식은 귀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청준의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은 전개 방식에 있어 일종의 연역적 방법을 택하고 있으며, 장편소설로서는 드물게도 몇 안 되는 등장 인물만을 갖고 있다. 또한, 이 소설은 길이의 문제만을 제외하면 사건과 효과의 단일성 등 재래의 장편소설 조건에 부응하지 않는 체계를 갖고 있다. 즉, 이 소설의 세계는 작가가 선택한 어떤 보편적 원리의 추적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작품 구조에 의해 형성되어 있다.

또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하여 치자(治者)와 피치자(被治者) 사이의 역학 관계와 대립 관계를 드러내 보인 후, 이 대립을 해소하는 길은 '사랑'임을 강조하고 있다. <당신들의 천국>은 소재, 주제,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작가의 능력과 깨끗하고 지적인 문체 등으로 해방 이후 한국 문단이 거둔 치대의 수확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청준의 소설은 관념적 소설이라고 일컬어진다. 상식적인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그는 우선 일상적 생활 양식을 사실적으로 재현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관념화된 양식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행위의 세련을 가져오는 요소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단순화 또는 축소화되어 있는데, 이는 개인의 뇌리 속에서 또는 사회 의식 속에서 서로 충돌 화합 타협 대립하는 관념들의 양상을 집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청준은 이러한 관념의 의식을 파고드는 독특한 방법을 통하여 독자에게 인식시키는 작업에 능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현대 장편소설

배경 : 현대, 소록도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주제 인간의 진정한 삶과 사랑의 실천을 통한 이상주의적 세계 추구

● 더 읽을거리

 

 green37_up.gif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