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숙(痴叔)(1938)

-채만식-  

◆ 소설 읽기  

● 줄거리

아저씨는 아주머니가 열여섯 살에 결혼을 한다. 아저씨는 공부한다고 서울로 동경으로 돌아다니다 학생 출신의 여편네를 얻어다가 딴살림을 차린다. 그는 이혼을 해달라고 해서 아주머니를 소박데기로 만든다. 소박을 맞은 아주머니는 일곱 살에 부모를 잃은 나를 데려다 키운다. 나는 사년이나마 보통학교에도 다닌다. 치폐하지 않았다면 나도 전문학교까지는 다녔을 것이다. 그후 아저씨는 붙들려가서 오년이나 옥살이를 하고 그 동안 아주머니의 시집과 친정은 모두 망한다.

아주머니는 아저씨의 옥바라지를 위해 서울로 옮겨온다. 아주머니에게 많은 은공을 입은 나는 아주머니에게 개가하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 권하였고 마침 좋은 자리도 있었으나 아주머니는 끝내 거절한다. 나는 아주머니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아주머니의 뒤를 많이 봐준다. 아주머니는 일년동안 구라다상네 집에서 열심히 일하고 삯바느질도 해서 백원을 만든다. 그 돈으로 단칸방을 얻은 아주머니는 감옥에서 나온 아저씨를 들여 살림을 한다. 아저씨는 첩년이 나타나지 않자 실망하는 눈치에다 토혈까지 한다. 아저씨는 전과자란 붉은 도장이 찍힌 철빈의 신세이며, 아주머니가 삯바느질과 품빨래 그리고 화장품 장사를 해서 입에 풀칠을 하면서 살아간다.

아저씨는 대학까지 졸업하고도 해먹을 것이란 막노동밖에 없는데 보통학교 사년을 다니고도 앞길이 훤히 트인 나는 아저씨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아저씨는 일할 생각은 않고 필경 붙잡혀가서 징역을 살 놀음인 사회주의 운동을 할 생각을 하고 있다. 부지런히 일하지 않고 부자의 것을 빼앗아 먹을 궁리만 하는 사회주의자들은 부랑당패가 분명하다. 나는 우리집 주인이 신용을 하니까 십 년 열심히 일해서 그것을 언덕삼아 환갑이 될 때까지 삼십 년 동안 장사를 한다면 십만 원을 벌어 조선의 천석꾼이 될 것이다. 나는 부자가 되면 내지인 규수에게 장가를 들고 성명도 내지인 성명으로 하고 생활법도도 모두 내지인처럼 해서 살아갈 생각이다.

나는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아저씨가 밉살스러워 한번 혼을 내준 적이 있는데, 아주머니더러 그 놈 사람 버려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대학교까지 가서 경제를 배우고도 돈 모을 생각은 하지 않고 사회주의만 하고 다닌 아저씨의 글을 논박하면서, 돈 많이 벌어서 아껴  쓰고 저축하는 것이 경제가 아니냐고 하자, 아저씨는 그것은 이재학이지 경제학이 아니라고 강변하다. 내가 돈 모아 부자되는 경제가 아니라, 모아 둔 부잣 사람네 돈 뺏어 쓰는 사회주의 공부를 한 아저씨는 대학을 헛다녔다고 하자 아저씨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나는 환갑까지 십만 원을 모을 포부를 밝혀서 아저씨의 입을 막으며, 사람 속 차릴 여망이 없는 아저씨가 하루바삐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나서 귀찮다는 생각을 한다.

● 인물의 성격

◆ 나 → 작품의 화자로 이기적이고 타산적인 현실 순응자. 보통학교 4학년을 마치고 일본인 밑에서 사환으로 있는 소년. 일제(日帝)에 의한 식민지 상황을 전적으로 긍정하고 기꺼이 일제에 동화되어 가겠다는 인물이다.

◆ 아저씨(치숙) →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사람으로, 사회개혁의지를 가졌으나 그 뜻을 실천하지 못하는 당대 지식인의 전형적 인물이다. 대학을 나온 뒤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감옥살이를 하고, 이제는 병이 들어서 폐인이 되다시피한 무능력한 인물로, '나'의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된다.

◆ 아주머니 → 감옥살이를 하고 첩까지 얻은 아저씨를 아무 불평 없이 보살피는 전통적인 여성이다.

● 이해와 감상

<치숙>은 작가 채만식의 자전적 소설인 <레디메이드 인생>과 마찬가지로 일제치하에서 무능할 수밖에 없었던 인텔리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무지하고 세속적인 인물인 조카 '나'가 주인공인 아저씨의 비현실적 사고방식을 비난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라는 화자는 아저씨를 한심하게 여기면서 자신의 포부를 자랑스럽게 떠들어대지만, 실상 그것은 작가의 시선과 독자의 평가에 의해 다시 풍자되고 있다. 이것은 지식인의 위치에 있는 아저씨를 일제치하에서 민족주체성을 상실하고 현실에 순응하는 화자가 비판하게 함으로써 당시 현실을 역논리와 풍자로써 뚜렷이 보여주는 작가의 의도된 수법이다.

<치숙>은 상황적 아이러니라는 구조를 통해 풍자를 핵심으로 하는 작품이다. '나'라는 어린 소년이 화자로 설정되어, 소년이 아저씨를 관찰하고 그 결과를 기술함으로써 소년의 피상적 관찰이 전면에 부각된다. 소년의 미숙함이 전제되었기 때문에 소년과 아저씨의 관계에서는 이미 소년의 시각이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을 사전에 알려주는 효과를 가진다. 이렇게 소년의 관찰에 의존하는 것은, 아마도 아저씨류에 대한 당시 세인들의 판단이 소년 수준을 넘지 않는다는 작가적 인식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다가 소년이 부정적 인물임으로 해서, 부정적인 인물이 부정하는 대상은 그 실상이 어떠할지는 몰라도, 일단 부정적 인물에 의해 그려진다는 전제에서 대상에 대한 이해의 소지를 남길 수 있다.

<치숙>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사안 중에 하나가 '사회주의'이다. 나와 아저씨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사회주의관은 매우 편향적인데, 나(조카)는 저급한 쪽으로 쏠려있다고 한다면 아저씨는 이상론에 치우쳐 있다. 아저씨에게 조카가 속물이듯이, 조카에게는 아저씨가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이다. 조카의 사회주의에 대한 관점은 매우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당대 일반인의 시각을 대변한 것이라고 볼 때, 잘못된 사회주의관을 비판하는 성격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작품이 된다.

<치숙>은 동일 비중의 사건이나 어구를 반복하거나, 비어·속어를 편향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작가 채만식의 풍자와 반어의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으며, 허무주의만 가지고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작가의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작품이다. 또한 이 소설의 성과는 주제의식에 있어서도 드러나지만, 무엇보다 소설적 장치에 있어서 빛을 발한다. 아이러니를 이용한 풍자의 수법으로 대상의 실상을 그리고 있는 이 점이 바로 채만식 문학의 높이이면서 당대 한국 문학의 한 수준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현대 소설, 단편소설, 풍자소설, 현실 고발적

배경

* 일제강점기 하의 1920 ∼1930년대 서울

* 산업화 사회로 변모해가는 과정에서 파생된 물질적인 도시문화가 팽배하기 시작하던 시기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이 작품의 화자인 '나'는 독자들이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인데, 그 이유는 '나'가 자신의 영달을 꾀하는 데만 관심을 가지는 친일적, 부정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자는 '나'의 말을 의심하면서 오히려 아저씨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이처럼 이 작품은 '신뢰할 수 없는 화자'인 '나'가 아저씨를 비판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일제 식민지 현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풍자적으로 나타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표현상 특징

* 판소리 사설과 같은 독백체와 대화체의 사용 → 전반부에서 '나'는 독백의 형식으로 자신의 가치관, 인생관을 보여 주는데, 이는 작가가 겉으로는 '나'를 긍정하면서도 실상은 '나'를 비판하는 것이며, 특히 후반부의 대화체는 설명이나 주관적인 해설 없이 오로지 '나'와 아저씨의 대화만 보여 줌으로써 인물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낸다. 또한 속어와 비어를 사용하여 사실성을 높이고 인물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 풍자와 반어의 효과를 살림.

* 회상의 기법 사용(역순행적 구성)

* 제목 '치숙'은 소설의 전체적 맥락에서 보면 '반어'에 해당함.

갈등구조 :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아저씨'와 그의 비현실적인 사고방식을 비난하는 '나'의 갈등

주제 : 일제시대 무능한 인텔리의 비극을 통해 현실적응적 생활관과 사회주의 사상적 삶의 방식간의 갈등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작품에는 화자인 '나'가 '아저씨'의 인물 묘사를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인물 묘사를 통해 작가가 보여주고자 했던 일제시대 인텔리의 모습은 무엇인가?

⇒ 무기력하고 비극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당대 지식인의 전형적 모습

2. 이 소설에서 작가가 풍자하려고 하는 대상은 누구이며, 그것은 어떻게 드러나는가?

⇒ 풍자 대상은 나(화자)와 아저씨 모두이다. 그 주된 대상은 화자인데, 그는 저급한 인식 뿐 아니라 전도된 가치를 신봉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열등함을 전혀 모르고 있다. 이 점을 작가는 아이러니에 의해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그 화자가 비판하는 아저씨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저씨는 화자의 말처럼 무능하고 현실착오적인 삶을 사는 면이 있는 이상론자이기 때문이다.

3. 작가 채만식은 사회주의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말해 보자.

⇒ 열등한 조카의 눈에 의해 사회주의를 비판함으로써, 사회주의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사회주의자의 이상론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등,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함께 드러내고 있다.

4. 이 소설의 말하기 방식의 특징을 말해 보자.

⇒ 이 작품의 말하기는 서술자가 따로 없고, 주인공이 직접 독자를 향해 말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1인칭 소설의 경우도 화자는 '나'이지만 사실 독자에게 직접 말하는 방식이기보다는 고백과 같은 태도로 드러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마치 독자를 바로 앞에다 두고 하나하나 일러바치는 형식으로 되어 있음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대상에 대한 조롱의 강도는 훨씬 커지고, 그것이 육감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생동감은 더욱 커진다고 하겠다.

5. 이 소설에서 구현되고 있는 아이러니의 양상은 ?

⇒ 이 작품의 화자는 소년이다. 그런 만큼 화자의 관찰은 미흡하고 수준이 낮다. 또한 화자는 바른 생활 태도와 세계관을 지니고 있지 못한 자이다. 그런 화자가 아저씨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데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 더 읽을거리

◆ 작품의 소설적 특징

「치숙」은 1938년 3월 9일부터 14일까지『동아일보』에 연재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식민지 현실에서 자기 삶의 기반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지식인의 좌절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레디메이드 인생」과 비슷한 경향의 풍자적인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이 소설에는 두 사람의 인물이 등장한다. 하나는 대학을 나온 후 사회주의 운동을 했던 경력을 지니고 있는 숙부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인 상점의 점원 노릇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는 조카인 '나'다. 작가는 이 두 인물의 관계를 통해 지식인의 좌절과 그것을 대하는 사회의 냉소적 태도를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풍자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 작품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 '나'라는 일인칭 화자의 설정이 이채롭다. 일본인 상점의 점원 노릇을 하고 있는 조카인 '나'의 위치는 작품 속에서 관찰자적 입장에 놓여 있다. '나'는 숙부의 처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어렵게 대학까지 나와서 왜 사회주의 운동을 했는지도 알지 못하며, 지식인의 의식과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일본인들의 비위를 맞추면서 점원 노릇을 하며 돈을 벌고 있는 자신이 대학 나온 숙부의 경우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며, 숙부를 바보스럽게 생각한다. 이 작품은 '나'의 눈으로 본 숙부의 이야기다. 서술적인 초점('나'의 입장)과 성격의 초점(숙부의 입장)을 분리시켜 놓고 있기 때문에, 점원 노릇을 하는 조카의 입장과 무위도식하는 숙부의 입장이 미묘하게 대립되어 나타난다. 이 같은 대립을 통해 얻어내고 있는 것이 바로 풍자의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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