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헨다(1946)

-계용묵-  

◆ 소설 읽기  

● 줄거리

만주에서 살다가 독립이 되자 아버지의 유골을 파가지고 고국으로 돌아온 어머니와 주인공 '나'는 일년이 다 되어 가지만,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하고 초막에서 지낸다. 찻길보다 배편이 안전하다고 배를 타고 돌아와 인천에 상륙하니 삼팔선은 그어졌고, 국경 아닌 국경(삼팔선)을 넘어도 보았으나 동행자가 총에 거꾸러지는 걸 보고는 다시 돌아왔다. 서울도 내 땅이라 보퉁이를 풀어 놓았지만 마땅히 거처할 곳이 없는 것이다. 그나마 지금까지 살고 있던 초막마저 비워야 할 형편이 되었다.

나는 진고개 너머의 어떤 일본 집에 수속없이 들어와 사는 사람을 내쫓고 정식으로 수속하여 그 집에 살 게 해 주겠다는 친구를 만나러 나선다. 만주에서 나올 때 배 안에서 우연히 사귄 친군데, 그가 일방적으로 약속을 해 놓고 갔던 것이다. 호의는 감사했지만, 그것이 도리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친구를 만나 거절의 뜻을 전하려고 가는 것이다.

친구에게 거절의 뜻을 표하자, 친구는 한심하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반편이라고 꾸중을 한다. 나는 복덕방을 전전하며 집을 알아본다. 어디는 찾아다녀도 방은 없었다. 젊은 놈이야 한데서 겨울을 넘길 수 있지만, 어머니는 환갑을 넘긴 몸이다. 정말 이북으로 가 보아야 하나 생각하니 이북이 더욱 간절해지기만 한다.

아들이 돌아오는 소리를 듣고 어머니는 기대에 차 반긴다. 어머니는 낙엽을 긁다가 또 들켜서 곤욕을 치루었다고 말한다. 어머니에게 아무래도 이북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을 한다. 이튿날 담요를 팔아 여비를 마련해서 서울역으로 간다. 청단까지 가는 차표를 들고, 하나 남은 담요에는 아버지의 유골을 말아 등에 지고 서 있을 때, 고향 마을의 사람을 만나 감격하여 손을 잡고는 반가워한다. 그들은 이북에서 이남으로 오는 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북은 살 곳이 못된다고 말한다. 그들은 또한 이남에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한 그들에게 이남도 마찬가지라고 하니 못내 실망을 한다.

두 집 식구들은 서로 한심해 하며 우구커니 서 있다. 어머니와 아들은 북으로 가도 시원찮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 서성거리는 동안에 승객들은 다 빠져 나가고 대합실 안에 한기만이 쨍하게 휘이 떠돈다.

● 인물의 성격

◆ 주인공 '그' → 식민지 시대 지식인으로, 행동성이 없는 소극적이고 소심한 인물이다. 그런 한편 상당히 선량하고 양심적이며 인정이 있는 인물이다. 주어진 현실을 과감하게 헤쳐나가려는 의지가 부족한, 패배의식에 젖어 있는 인물이다. 이러한 행동성이 없는 정적인 인물은 식민지 지식인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 친구 →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고향을 상실한 유랑민의 처지로, 남을 속여서라도 자신의 삶을 안락한 것으로 만들어가는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인물임.

● 이해와 감상

해방 직후에는 외국에서 귀국한 사람들이나 이북에서 월남한 사람들의 비애와 비참한 삶을 그린 소설들이 주류를 이룬다. 남북분단에 따른 남북 왕래의 차단, 예기치 않았던 혼란과 무질서, 그리고 경제적 궁핍 속에 살게되면서 해방과 독립에 대한 기대가 좌절되는 상황을 소설로 그리게 된다. 이것이 이 작품의 세계이기도 하다.

작가가 철저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접근했더라면 이 소설은 그 제재가 보여주는 대로 상당히 깊이있는 작품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작가가 갖고 있는 방관자적, 소극적 자세가 그것을 심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드라마의 빈곤, 단조로운 플롯의 구조, 그리고 소재 처리에 있어서 수필적 접근이 가져온 결과일 것이다.

이 작품은 해방공간에서의 지식인의 내면 풍경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은 어투뿐만 아니라, 그가 이력서를 제출한 곳이 무슨 문화사인 걸 보면 어느 정도 교양이 있는 지식인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주인공은 혼란한 세태 속에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삶의 요령 따위를 부릴 줄 모르는 너무 양심이 바른 사람이다. 자기 코가 석 자인데도 남의 걱정을 먼저 하는 양심가인 것이다. 이것이 그의 비극이기도 하다.  즉 이 작품은 한 양심적인 지식인이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보고서이다. 주인공의 우유부단한 삶 아래에는 모순에 찬 현실이 큰 힘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후기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여기서는 주인공이 의분이나 정의감 또는 고발정신을 발동시키는 인물로 그려져 있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이것은 작가가 유지해오던 관조적 자세를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현실에 밀착하여 시대적 혼란상을 표현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의 총체적 인식에 도달하지 못함으로써 계용묵 문학의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 배경 : 해방 공간의 남한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표현상 특징

* 객관적인 산문 문장이라기 보다 주관적인 영탄에 가까운 표현의 문장이 빈번함.

* 짧은 분량으로, 소설을 수필의 경지로 끌고 가는 듯한 느낌이 듦.

◆ 주제 해방 공간에 있어 실향민의 고난과 지식인의 내면 풍경

◆ 출전 : <동아일보>(1946.12. 24 ~ 12. 31)에 연재됨.  단편집<별을 헨다>(1954)에 수록됨.

● 생각해 볼 문제

1. 제목이 된 '별을 헨다'의 상징성을 말해 보자.

⇒ "파리 똥두 집이 있어야 헤지. 난 별만 헤네"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머물러 쉴 수 있는 집이 없는 인물로 그러한 빈궁상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2. 마지막 대목에서 읽을 수 있는 주인공의 내면 풍경에 대해 말해 보자.

⇒ 마지막 대목은 "물 쎈 바다같이 갑자기 휑해진 대합실 안엔 한기만이 쨍하게 휘이 떠돈다"로 되어 있다. 망연해서 서 있는 모자의 모습이 연민을 한껏 주고 있다. 이 썰렁한 배경 묘사는, 결국 주인공의 내면 의식 또한 공허감과 쓸쓸함에 젖어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3. 이 소설이 현실적 상황을 소재로 하면서도 그것을 전면적으로 부각시키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 그 점은 어떠한가?

⇒ 현실의 모순을 직접적으로 전면에 부각하지 않았다고 그 현실 비판이 소극적이라 비판할 수는 없다. 현실적 삶이 배면에 드리워져 있으면서 그 배경속에 고통받는 인물이 초점화되는 것을 통해 그 비판적 태도는 강조될 수도 있다.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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