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시대(1957)

-박경리-  

◆ 소설 읽기  

● 줄거리

한국 동란 와중에(9 · 28 수복 전야에) 남편과 사별한 진영은, 전쟁이 끝난 후 한 점 혈육으로 남은 아들 문수(9세)마저 엑스레이도 찍지 않고 약도 준비하지 않은 의사의 무관심 때문에 잃어 버리고 만다. 길거리에서 쓰러진 아이는 병원에 실려가 뇌수술을 받게 되는데, 병원에서는 기본적인 수술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수술을 함으로써 도살장의 망아지처럼 아들 문수는 죽어간 것이다. 아들 문수의 죽음이 가져온 충격은 그녀로 하여금 사회를 불신하게 만든다.

진영의 눈에 비친 사회는 모든 게 정상이 아니요, 그래서 모두다 불신의 대상이 된다. 폐결핵인 진영이 찾아간 병원은 한결같이 엉터리였다. Y병원은 주사약의 분량을 속였고, S병원은 건달꾼이 의사 노릇을 하였고, H병원은 빈 외제 약병을 내다 팔았다. 거리에는 가짜 주사약이 난무하고 있었다.

집에 찾아온 여승은 시주로 받아 온 쌀을 팔려고 했고, 문수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찾은 절은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대접을 달리하는 타락한 곳이었다. 신앙이 깊어 의지하려 했던 갈월동 아주머니에게 돈을 떼이게 되는 사건, 그러한 아주머니를 상대로 종교를 빌미삼아 사기 행각을 벌인 대학생 '상배', 신발을 들고 들어가야만 하는 교회 등은 진영을 지치게 만든다.

결국, 진영은 자신의 삶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마지막 결심을 하게 되는데, 아들 문수의 영혼을 위해 절에 맡겨 두었던 아들의 위패를 찾아 태우게 된다. 왜냐하면, 불심의 깊이를 금전으로 측량하는 절에서는 문수의 영혼이 편안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들의 위패를 태움으로써 자신을 억압하는 불신시대의 모든 조건을 불살라 버리자는 심산인 것이다. 진영은 마음 속으로 이 시대를 불신시대라 규정짓고, 이 사회에 항거하자는 다짐을 하며 산을 내려온다.

● 인물의 성격

진영 → 한국 전쟁 중 남편을 잃고 아들마저 거리에서 넘어져 의사의 무성의로 죽게 되는 비극의 여인.

여승, 갈월동 아주머니, 상배, 의사 → 진영이로 하여금 사회를 불신하게끔 만드는 부정적 인물들.

● 구성 단계

◆ 발단 : 6 · 25 전쟁 중 남편과 사별한 진영은 유일한 희망인 아들 문수마저 의사의 무성의한 치료로 잃게 됨.

◆ 전개 : 사회에 대한 진영의 불신은 더욱 증폭됨.

◆ 절정 · 결말 : 아들의 명복을 위해 절에 맡겼던 문수의 사진과 위패를 되찾아 태움으로써 그녀의 사회에 대한 증오는 절정에 달함.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제3회 현대 문학상 신인문학상 수상작으로, 9 · 28 수복 전야에 유엔군인 남편을 잃은 진영이라는 여성의 힘겨운 삶이 중심 내용으로, 불신 시대에 대한 한 여성이 아들의 위패를 불태우는 행위를 통해 현실의 폭력성에 대결하는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비록 실천적 행위를 통하여 시대 상황을 부정하고 거부하며 해결책을 찾으려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 내에서 내면적으로 대결 의지를 다진다는 점에서는 한 여인의 한계와 상황 극복의 결의를 읽을 수 있다.

주인공 진영이 불신하는 구체적 대상으로는 '종교와 병원'이다. 종교는 절망에서의 구원을 의미한다. 그런데 아들 문수가 죽은 뒤에 접하게 되는 종교의 모습은 진영에게 회의와 절망만을 안겨준다. 성당의 행태나 집에 찾아온 여승이 보여준 행동, 그리고 문수의 위패와 영정을 절에다 올려 줄 때의 행태에 있어서, 한결같이 철저한 배금주의에 빠져있음을 보고 진영은 눈물을 쏟고 만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생명을 책임질 위치에 있어서는 안되는 자들이 버젓이 소중한 생명을 대상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모습, 가짜 약들이 유통되는 모습, 이러한 파렴치한 행위에 뭇 생명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반생명, 반도덕 행위에 대해 진영은 절망한다.

작품의 마지막 대목에서 진영은 아들의 위패를 불에 태우게 되는데, 이것은 비록 적극적이고 사회적인 힘을 발휘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불신으로 가득찬 부정적 세계와 맞서려는 그녀의 의지의 표현이다. 이 불신의 땅 어디에도 문수를 둘 수 없다면 그 아이의 모든 것을 하늘로 보내는 것이 옳은 것이다. 그리고 진영의 태도는 변한다. 절망에서 새로운 의욕에로의 전환이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그녀에게 생명이 남아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다. 생명을 소중하고, 생명이 남아있음에 감사해야 하고, 그 생명을 값있게 꾸려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 소설이 아쉬운 점은, 여러 가지 상황 전개가 주인공 진영 개인의 체험과 의식으로만 제시된다는 점이다. 환경과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피해의식과 감상주의에 치우쳐 있어서 개인적 차원의 자기 설득이요 다짐일 뿐 공감대의 형성에는 한계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전후소설(사회 고발적)

배경 : 1950년대 전쟁 직후의 혼란한 서울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주제전후 혼란기의 부정적 사회에 대한 분노와 고발

             불신의 시대를 사는 절망감과 그것을 이기려는 다짐

● 생각해 볼 문제

1. 종교와 병원이 이 소설의 중심 배경이 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보자.

⇒ 종교는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 사명이고, 병원은 인간의 질병을 다스리는 곳으로 여전히 구원의 의미를 지닌다. 다른 곳은 몰라도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믿음이 넘쳐야 하는데도 불신은 여기서도 만연되어 있다. 불신의 시대를 고발하는 이 작품의 주제를 강화하기 위해 선택된 곳이라 하겠다.

2. 이 작품에서 언급된 몇 개의 죽음들이 가지는 공통 의미는 무엇이라 말할 수 있는가?

⇒ 죽는 자들은 모두 어린 사람들이거나 바른 정신을 가진 자이다. 공통적으로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들이다. 그들은 이념 대립에 의해 혹은 무관심에 의해 너무 안타깝게 생명을 잃고 만다. 여기에서 작가의 비판은 날카로워지는 것이다.

3. 진영의 태도가 전환되는 곳을 찾고, 어떻게 변해가는지 말해 보자.

⇒ 문수의 위패와 사진을 태우고 난 뒤, 언덕을 내려오면서 의식의 전환을 꾀한다. 자신에게 남아 잇는 생명이 있으므로 그 생명으로 이 사회의 부정성에 맞서야 한다는 의식이다. 그것은 참나무를 휘어잡는 것으로 상징화된다. 그녀는 아들에게 매몰되었던 삶에서 타인을 향한 것으로 바뀔 가능성을 보인다.

4. 이 작품의 제목 '불신시대'가 암시하는 것은 무엇인지, 작품의 배경이 되는 6 · 25 전후라는 혼란한 사회상을 바탕으로 서술해 보자.

⇒ 6 · 25 전후라는 혼란한 사회 상황이 만들어 낸, 계산적이고 속물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인간미가 메마른 부조리하고 기만적인 사회와 그 속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겪는 시대를 암시함.

5. 이 작품은 전후 사회의 기만적이고 부조리한 상황을 고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한계성을 지닌다. 그 한계성이 무엇인지 서술해 보자.

⇒ 주인공 진영은 불신과 부조리로 가득한 사회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증오와 반항의 태도를 보이지만, 적극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다분히 감상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즉 사회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못하고 마음속 다짐으로만 항거하고 있다.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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