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1957)

-선우 휘-  

◆ 소설 읽기  

● 줄거리

1919년 3월 서울에서 북으로 백여 리 떨어진 P교회에서 교인들이 주동이 되어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선다. 태극기를 나누어 주던 키 큰 젊은이가 선두에 선다. 경찰에 의해 군중들은 삽시간에 사방으로 흩어지며 일행의 선두에 선 젊은이는 다리에 총을 맞고 부엉산 산마루 동굴 속으로 피한다. 그러나 출혈이 심하여 죽는다.

아들의 시체를 인도받은 싸전가게 주인 고영감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아들을 공동묘지에 묻는다. 스무 살의 과부인 며느리는 아홉 달 후 현을 낳는다. 고영감은 며느리에게 재가를 권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를 정중히 거절하고 아들과 함께 살면서 몰래 교회에 나간다. 영감은 이러한 며느리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열일곱 살 되던 해 여름 아버지의 묘를 찾은 현은 아버지가 예수교를 믿으면서 잘못되기 시작했다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는다.

학교를 마친 현은 그저 평범한 농사꾼으로 지내려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일년 만에 어머니의 권유와 할아버지의 허락으로 유학을 떠난다. 일본의 승전은 대학의 강의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년 후 전세가 반전되자 하급 간부의 부족을 느낀 일군 당국은 젊은 학생들을 전쟁터로 내몬다. 전쟁터로 나가는 야오야기를 보고 그는 측은하게 여긴다.

고향에 돌아온 현은 어떤 범죄의식에 사로잡혀 불안한 상태가 된다. 형사가 방문하자 그는 지원서에 서명한다. 입대한 현은 아무런 이유없이 사람을 죽여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탈영한다.

해방이 되자 그는 고향인 P마을로 돌아온다. 교사가 된 현은 교장과 전투적인 교사 사이에서 불미스런 사건으로 분노를 느끼고 사직한다. 전쟁이 나자 현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면서 모든 것을 외면한다. 월북한 연호는 현을 찾아와서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피력한다. 연호는 현의 태도에 증오를 느끼고 인민재판에 불러낸다. 재판 광경에 분노를 느낀 현은 총을 난사하고 도망친다.

저녁 무렵 현은 감추어둔 소련제 소총을 찾기 위해 부엉산 산마루에 있는 동굴을 찾아간다. 어제 저녁 현이 나타났다는 첩보를 입수한 연호는 고노인을 앞장세워 부엉산 산마루 동굴을 향해 올라간다. 고노인은 마지막이라고 느끼면서 악착같이 살려고 바둥거려 온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본다. 현을 살리려고 한 고노인은 동굴을 향해 고함을 지르다가 연호의 총을 맞고 쓰러진다. 동시에 불을 뿜은 총에 연호가 쓰러진 것을 보고 현은 바위에 쓰러진다.

현은 목숨이 끊어져 가는 것을 느끼면서 자신은 태양의 빛을 꺼린 채 한번도 '살아본 일'이 없고 '있었을 뿐'이라고 느낀다. 현은 예기치 못한 새로운 힘이 움터옴을 느끼고 부서지는 껍질과 함께 무수한 불꽃이 튀는 상쾌함을 느낀다. 새로운 생명이 날개를 치면서 퍼득이기 시작한다.

● 인물의 성격

고 현 → 삼일운동 때 만세를 부르다가 경찰의 총을 맞고 부엉산 동굴에서 숨진 키 큰 젊은이의 아들이다. 그는 학병으로 끌려가서도 자신과 무관한 전쟁을 피해 탈영을 하고 육이오가 터져서도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현실을 외면한다. 그러나 공산주의자가 되어 돌아온 죽마고우 연호가 자신을 인민 재판에 내세움으로써 그는 현실에 뛰어든다. 동적 인물

◆ 연호 → 현의 어릴 적 친구로 월북했다가 공산당과 함께 고향에 내려와서 인민 재판을 주도하는 인물

고노인 → 싸전 가게를 운영하면서 아들의 죽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살려고 무진 애를 쓰며 현을 현실순응자로 가르치면서 살아온 현의 할아버지이다. 현세주의적 철학의 소유자이며 개인적 이득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소아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손자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희생한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며, 숙명론자이며 철저한 현실주의자로 아버지와는 상반되는 인물임.

아버지 → 3  · 1 만세운동 때 만세부르다가 총탄에 맞아 숨진, 순결한 영혼의 소유자이며 민족주의자

● 구성 단계

발단 : 동굴 속에 피신하고 있는 '현'

전개 :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현'

위기 : 공산주의자가 된 '연호'를 주먹으로 치고 동굴로 피신함.

절정 : 할아버지의 죽음과 '현'의 탈출

결말 :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갖게 되는 '현'

● 이해와 감상

<불꽃>은 전후 소설 중 역사적 사실을 과감하게 수용하여 서사성과 행동성을 회복시킨 선우휘의 중편소설이다. 3,1운동, 일제의 압정, 중일전쟁, 학병, 해방, 좌우대립, 6.25전쟁 등의 우리 믽고의 수난사를 압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주된 내용은 두 가지 인간형(할아버지와 아버지) 가운데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던 주인공 현의 과도기적 인간형을 그려냄으로써 6.25 전쟁 직후의 한국 젊은이들이 살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역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인공 고현은 어떠한 외부적 상황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여 그를 가만두지 않고 역사의 현장 깊숙한 데까지 끌어들인다. 그의 친구인 연호가 어떤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그를 인민재판의 현장으로 불러낸다. 그는 숨가쁘게 죄어오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억제된 본능을 노출시킨다. 살인행위나 다름없는 인민재판의 현장에서 그는 연호를 주먹으로 쓰러뜨리고 소통을 뺏어들어 난사한다. 그리하여 끝내는 그가 누릴 수 있는 조그만 자유마저도 빼앗기고 만다.  즉, 누구도 원치 않았던 격곧의 경사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역사의 현장으로 나선 수많은 민중들은 결국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역사의 심판을 받고 역사의 현장에서 이슬처럼 사라진다. 전쟁에 대한 허무의식과 공허감이 짙게 배어있다.

불꽃으로 타오르는 새로운 인생 ⇒ 현은 마지막 장면에서 "떠들어대어야 인생은 무의미할 뿐이라는 것을 알려 주자. 꺼리고 비웃는 데 그치지 말고 정면으로 알몸을 던져 거부하자." 는 적극적 행동으로의 변신을 보여준다. 지금까지의 그의 삶이 광기의 이데올로기를 꺼리고 비웃는 데 그치는 수준이라면, 한 단계 높은 것은,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정면 대결이다. 현의 이러한 태도는 민족사의 오랜 질곡을 벗어나려는 작가의 대안이다. 여전히 민족의 불행을 유발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런 대응 방식은 타당성을 지니는 것이다.

작품의 제목인 '불꽃'은 현실 참여로 자기 개혁을 시도하는 양심의 행동을 상징하는 것이다. 신화적 의미에 있어서 '불'의이미지는 새 생명의 탄생, 혹은 재생력(再生力)의 의미를 담고 있다. 조각을 내며 부서지는 껍질고 무수히 튀는 불꽃은 바로 주인공 '현'의 새로운 탄생을 의미한다.

 이 작품의 핵심은 인물들의 행동 변화에 모아져 있다. 현과 고노인은 모두 후반부에 가서 행동과 의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동적이고 입체적인 인물 유형이다. 물론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따라서 이 작품이 꾀하고 있는 주제 의식은, 신념의 행동화로 볼 수 있다. 이것은 행동주의적 일면을 가지는 것으로, 지식인의 사회참여를 부르짖는 태도이다. 작품의 힘찬 호흡과 박진감 넘치는 사건 전개도 이런 행동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중편소설, 전후소설

배경

* 공간적 → 역사의 소용돌이가 휩쓸고 지나간 삼팔선 부근의 마을

* 시간적 → 삼일 운동부터 한국 전쟁까지

* 사상적 → 기독교 사상, 샤머니즘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표현상 특징

* 내적 독백, 의식의 흐름

* 짧은 형식 속에 장편을 담고 있어서 사건의 속도감은 한층 강화되어 문장의 흐름이 빠르게 전개됨.

* 간결체 문장이 돋보이고, 체언 종지를 통해 감정의 응축을 꾀함.

* 거친 호흡의 역동성을 보이는 문장을 구사함.

출전 → <문학예술>(1957)

의의 →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의 3대에 걸친 가족사, 3 · 1운동에서 6 · 25전쟁에 이르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가족의 고난, 즉 민족의 수난사를 고현이란 젊은이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주제한국 근대사의 비극적 갈등을 극복하고 자기 개혁을 실천하는 한 인간의 결의

             부정한 이념에 대한 행동적 저항으로의 결의

● 생각해 볼 문제

1. '동굴'이 상징성을 띠고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 보자.

⇒ 동굴은 은신처이면서 위기가 집중되는 상징적 공간이다. 따라서 삶의 치열성이 가장 극적으로 첨예화되는 곳인데, 아버지는 죽음을 불사하는 민족주의로, 현과 고노인은 새로운 행동적 삶으로 바뀌는 극점이 된다. 따라서 죽음과 새로운 삶이 함께 드러나는 곳으로, 부정과 생성의 이중적 의미를 띠는 상징적 공간이다.

2. 현의 변신은 앞으로의 행동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를 추리해서 말해 보자.

⇒ 연호로 대표되는 좌파 이데올로기의 경직성에 대항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3. '불꽃'의 상징적 의미는 ?

⇒ 현실도피적이거나 중도적인 삶의 태도에서 적극적인 현실 참여에로 향하는 의지의 분출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말

4. 이 소설이 행동주의적 성격을 가졌다고 할 때, 그것은 어떻게 드러나는가?

⇒ 갈등과 문제에 대하여 관조적 태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로 대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서 그런 점이 뚜렷함.

● 더 읽을거리

<참고> "불꽃"의 주제 구현

이 작품은 1957년 발표되자 대단한 반응이 일어났으며, 곧바로 선우 휘는 동인문학상을 받아 일급 작가의 위치에 뛰어 올랐다. 1957년은 6 · 25 전쟁이 멈춘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이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 의식과 좌절감은 지성인을 비롯한 뜻있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반성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 반성이 작가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작품의 주제로 부각된 것도 당연한 노릇이었다. "불꽃"은 불꽃처럼 강렬한 좋은 소설이다.

그러나 방법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지금 시각에서 볼 때 거의 기교가 발휘되지 않았다. 시대를 배경으로 고현과 할아버지와 어머니 이야기를 평범한 방법으로 펼쳐 나갔을 뿐이다. 작품에는 주제가 강한 것이 있고, 방법이 강한 것이 있다. 즉 사회 참여적인 요소(운동권 소설, 분단문학, 사회의 도덕성이나 비리를 파헤친 소설 등)와 인생과 세계의 근원적 문제(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등)를 주로 다룬 것이 있고, 예술적 형상화(김승옥의 소설들)를 주로 한 것도 있다. 그것은 전적으로 작가에게 권한이 있다. 선우 휘는 이 작품을 구상하면서 주제를 주로 다루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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