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산(1932)

-김동인-  

◆ 소설 읽기  

● 줄거리

사면을 둘러 보아도 산 하나 볼 수 없는 광막한 벌판에 조선인 소작인들만이 이십여 호 모여 사는 OO촌 사람들은 온량하고 정직하며 글깨나 읽은 사람들이다. 이 마을에 삵이라는 별명을 가진 정익호가 찾아든다. 그는 어투가 경기인지 영남인지 서북사투리인지 불분명하며, 몸이나 얼굴 생김 어디로 보나 남의 미움을 사기에 족한 모습이다. 그의 장기는 투전이 일쑤고 싸움 잘하고 트집 잘 잡고 칼부림 잘하고 색시에게 덤벼들기 잘하는 것이다.

삵은 이 동네의 커다란 암종이었다. 아무리 일손이 부족한 때라도 삵 때문에 젋고 튼튼한 몇 사람은 동네의 부녀를 지키기 위해 동네 안에 머물러 있어야 했고, 동네 노인이며 젊은이들은 몇 번을 모여서 그를 내어 쫓기로 결의했지만, 선착할 사람이 없어서 삵은 태연히 이 동네에 묵게 된다.

여(나)가 OO촌을 떠나기 전날, 그해 소출을 나귀에 싣고 송첨지가 만주인 지주집에 가며 돌아올 때에 송첨지는 소출이 좋지 못하다고 초죽음이 되어 돌아와 끝내 절명한다. 송첨지를 위하여 OO촌의 젊은이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흥분했지만 누구 하나 앞장을 서려고 하지는 않는다. 여(나)는 의사라는 직업상 송첨지의 시체를 부검하며 돌아오는 길에 삵을 만나 송첨지의 죽음을 알린다. 이야기를 마치고 여가 발을 떼려는 순간 삵의 얼굴에 나타난 비창한 표정을 보게 된다. 여는 만리타향에서 학대받는 인종의 가엾음을 생각하고 그날밤 잠을 이루지 못한다.

삵이 죽어간다고 깨우러온 마을 사람들의 소리에, 여는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리면서 일어난다. 허리가 기역자로 뒤로 부러져 동구밖에 버려져 있는 삵을 응급조치하고 나서 그로부터 누구도 감히 하지 못한 항거를 지주에게 하다가 그렇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삵은 죽어가면서 붉은 산과 흰옷을 찾으며 애국가를 불러달라고 애원한다. 광막한 겨울의 만주벌 한편 구석에서는 밥버러지 익호의 죽음을 조상하는 숭엄한 노래가 차차 크고 엄숙하게 울려퍼지며 익호의 몸은 점점 식어간다.

이 이야기는 여가 만주의 풍속도 살피고 아직 문명의 세례를 받지 못한 그들에게 퍼져 있는 병도 조사하려고 일 년을 기한으로 광막한 만주의 벌판을 여행하면서 조선인 소작인들만이 이십 여 호 모여 사는 OO촌에서 십여 일 이상을 일없이 지내면서 겪은 일이다.

● 인물의 성격

→ 본명이 정익호이며, 동족을 못살게 하는 부정적 인물이었다가, 송첨지의 죽음을 계기로 성격적 변화를 가져오는데, 결국 동족을 위해 만주인 지주에게 찾아가 항거하다가 죽게 되는 인물로, 동적인물임.

송첨지 → 조선인 소작인의 대표로 소출을 가지고 지주에게 갔다가 죽음을 당한 인물

◆ 여(나) → 의사로 만주를 방랑하면서 동족의 생활상을 관찰하고 보고하는 이야기꾼이다.

● 구성 단계

<프롤로그> : 여(余)가 만주 OO촌에 겪은 일을 적음.

발단 : 정익호(삵)가 OO촌에 등장함.

◆ 전개 : 마을 사람들이 '삵'을 싫어하여 내쫓고자 하나 어찌하지 못함.

◆ 위기 : 지주에게 갔던 송 첨지가 죽어서 돌아옴.

◆ 절정 : 지주에게 항변하러 갔던 '삵'이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옴.

◆ 결말 : 애국가를 부르는 가운데 '삵'이 죽어감.

● 이해와 감상

1933년 4월 <삼천리> 제37호에 발표된 김동인의 작품으로, '어떤 의사의 수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1931년 7월 2일 중국 지린성(길림성)에서 한중 양국 농민 사이에 일어난 "만보산 사건"이 작품의 제작 동기로 추측된다.

민족주의적 저항정신을 표현한 작품으로, 작가의 소설적 경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 작품에서 '삵'은 고국을 떠나 유랑하는 우리 민족을 상징하며, 송첨지의 죽음은 만주에 흘러들어가 사는 우리 동포의 비극을 상징한다. '삵'은 마음속으로만 비분강개할 뿐인 백의민족의 무기력함을 박차고 만주인을 향해 복수를 꾀하는 인물이며, 그의 임종시 하는 말에서 '붉은 산'과 '흰 옷 입은'은 우리 국토와 겨레를 드러내는 것으로 조국에 대한 애정과 향수를 나타낸다.

시간적, 공간적으로 험난한 환경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등장 인물들의 반격에 심각한 의미를 부여한 작품으로서, 일제강점기에 만주로 이민 가서 살던 우리 민족이 다른 민족으로부터 겪어야 했던 수난사를 '삵'이라는 한 인물의 설정으로 그의 삶을 통해 구체화한다. 우리는 여기서 조국 독립의 절실함을 느끼게 되는데,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주체인 '나'는 의사 신분으로 관찰 대상인 '정익호'의 기이한 행동을 추적하면서 마침내 그 행동의 이면에 깃들어 있는 민족 정신을 일깨워 주는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 속에는 일제강점기에 조국(고향) 상실 의식이 밑바닥에 짙게 깔리면서 이에 비롯되는 한국인으로서의 뼈저린 비애와 분노가 담겨 있다. 억눌렸던 민족의 복수 감정을 '삵'의 행동이 어느 만큼은 해소시켜 주기까지 한다. '삵'의 이러한 행동에는 '밥버러지 기생충' 생활만을 해 온 자신의 비도덕적인 행위를 뉘우치고 남을 위해 무엇인가 헌신해야겠다는 속죄 의식이 담겨 있다. 그리고 같은 민족으로서의 울분이 동시에 작용하였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민족 감정에 부딪힘으로써 민족애를 고취시켜 준 비극미를 표현하고 있다고 하겠다. 결국, 이 소설은 조국과 민족의식을 나름대로 극대화해 보여 준 인생 희화(人生戱畵)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민족주의 소설, 액자소설

◆ 배경

* 공간적 - 만주(생활의 터전을 잃고 이주한 조선인 소작인들이 사는 곳)

* 시간적 - 일제 강점기

* 사상적 - 민족주의 사상(조국애, 동족애)

◆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 표현상 특징 : 사실주의적 기법

출전 : 『삼천리』(1932)

◆ 주제민족의 동질성과 조국에 대한 사랑

             일제 강점하 만주에서 고통받는 우리 민족의 생활상과 한 떠돌이 인간의 민족애

● 생각해 볼 문제

1. 정익호의 성격이 처음 제시되는 곳을 찾아, 그 묘사의 방법이 어떠한지 예를 들어 설명하라.

→ '쥐같은 얼굴, 날카로운 이빨, 발룩한 코에 긴 코털' 등의 표현에서 보이듯, 인물의 외모를 묘사함으로써 성격까지 암시하려는 간접적 묘사의 방법을 쓰고 있다.

2. 작품에서 민족주의적 특성이 직접적으로 나타난 부분을 지적해서 설명하면?

→ 압박받는 우리 민족의 조국에 대한 동경과 향수를 '애국가'로 나타내고 있음.

3. 이 작품은 민족주의적 경향을 보이면서도, 다소 감상적 측면이 강하다고도 한다. 주인공인 '정익호'의 성격 변화 과정을 통해서 그것을 설명하라.

→ 소설의 전반부에서는 정익호가 '암종'이라는 측면만 조명되고  다면성이나 갈등을 보여주지 않다가, 후반부에 들어서게 되면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변모하게 된다. 성격의 변화를 가져올 그 어떤 실마리나 개연성도 제시되지 않다가, 갑자기 송첨지의 죽음을 계기로 해서 극적인 성격 변화를 가져온 것은 아무래도 감상적인 측면이 강하다. 다른 사람들이 실리를 잃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저항하지 못할 때, 혼자 반항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인간형은 이 감상성에 대응되는 것이다.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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