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방(1988)

-임철우-  

◆ 소설 읽기  

● 줄거리

'나(오기섭)'는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했다가 보충수업까지 마치고 밤늦게 집에 돌아오는 숨가쁜 일상생활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고등학교 선생이다. 그는 오늘 아침에도 빠듯한 시간에 허둥거리는 자신을 한심스럽게 생각하면서 전세금 걱정에 울상 짓는 아내를 뒤로 한 채 버스 정류장으로 나간다. 가던 중 그는 영문도 모른 채 낯선 사내들에게 납치된다. 납치되어 가면서 오기섭은 자신에게 이러한 놀라운 일이 있어났음에도 일상 그대로인 창 밖의 풍경을 보면서 자신과 세계가 너무도 쉽게 단절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분명히 뭔가 착오가 일어난 것이었다.

'나(최달식)'는 며칠 만에 집에 들어갔다. 아들은 자기 방에 냄새가 난다며 못 들어가겠다고 했다. 노망 든 어머니가 손자 방에 일을 본 것이었다. 인민군이 떠나간 뒤 아버지는 인민군에 가담했던 두 사내를 할아버지, 백부와 숙부 가족을 죽인 원수라며 내 눈 앞에서 직접 쏘았다.

'나(오기섭)'는 경찰서에서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러냐고 물었다. 사내는 이상준이 잡혔다며 더 이상 시치미를 떼지 말라고 한다. '나'는 수배 중이라는 그를 일주일쯤 재워 준 일밖에 없었다. '나'는 다시 차에 태워져서 시야가 가리워진 채로 교외인 듯한 어느 건물 지하로 끌려갔다. 사면이 붉은 페인트로 칠해진 방이었다. 사내들은 옷을 벗으라고 명령했고 곧 몽둥이찜질이 시작되었다.

'나(최달식)'는 부하들을 내보내고 자백하지 않는 그를 좀 더 팼다. 아버지는 가족 외에는 아무도 믿지 말라고 했었다. 그는 군대 동기인 서정민의 부탁에 의해 이상준을 재워 주게 되었다고 말하지만 그 따위는 뻔한 얘기다. 옆방에서 서정민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에게 자술서를 쓰게 한 뒤 방을 나왔다.

'나(오기섭)'는 지난 가을 서정민의 부탁으로 이상준을 집에 재워 주었지만 이런 곤욕을 치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었다. 사내가 다시 들어와서 내 집이 사회주의자들의 아지트가 아니었냐며 추궁했고 곧 '나'는 전기 고문을 당했다. 사내는 월북한 내 큰아버지 이름도 알고 있었다.

'나(최달식)'는 어머니가 또 일을 저질렀다는 전화를 받는다. 아버지가 철길에 몸을 던진 것은 결국 도처에 있는 빨갱이들 때문이었다.

'나(오기섭)'는 드디어 집에 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사내는 어느 새 존댓말을 쓰고 있다. 차에서 내린 '나'는 행인에게 오늘이 며칠이냐고 소리를 지른다.

'나(최달식)'는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는 붉은 방에 혼자 앉아 하느님께 기도를 시작한다.

● 인물의 성격

오기섭 → 월북한 큰아버지를 둔 고등학교 교사. 최달식에게 고문당하는 자.  시국사범을 일주일 정도 재워 주고 나서 사회주의자로 오인받아 붉은 방에서 고문을 당하게 됨. 깊은 절망감과 엄청난 분노를 간직하게 됨.

최달식 → 경찰. 오기섭을 고문하는 자. 일가족이 몰살당한 후, 아버지가 불어넣어 준 빨갱이에 대한 적개심으로 다른 사람을 믿지 않음. 폭력으로 악을 징벌하여 세상의 평온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자. 자신을 민족과 국가의 파수꾼으로 생각하는 인물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당시의 이데올로기 문제와 그것에서 비롯된 고문과 폭력, 그리고 이로 인한 정신적 상처를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월북한 큰아버지를 둔 오기섭이라는 인물이 우연히 수사 기관에 납치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작품에서 일상적인 소시민적 삶을 살아오던 오기섭은 붉은 방에서 자신과는 무관한 것이라 생각해 온 모진 취조와 고문을 받으며, 자신의 고통과 불행의 근원을 절망적으로 더듬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오기섭이 취조와 고문을 받고 있는 '붉은 방'은 분단으로 인한 역사적 상흔과 폭력이 횡행하는 공간과 다를 바 없는 곳이다.

80년대 감수성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 <붉은 방>은 체제와 이데올로기의 폭력, 그리고 그것들에 의해 동요되는 인간의 모습과 그로 인해 심리적으로 손상받고 육체적으로 마모되는 과정을 끈질기게 파헤친 소설로서 특히 분단 문제에서 파생된 폭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와 과거, 개인과 사회, 실존적 고뇌와 공동체적 실천, 그리고 상이의 문제에 대해서 작가 임철우는 당대의 폭력과 과거의 폭력, 개인의 마멸과 사회의 부도덕함의 관계를 상기시킨다.

임철우의 소설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붉은 방>에서도 금속성의 폭력 앞에 두려워만 할 뿐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이런 인물들을 통해 그의 소설은 서정성이 드러나고 독백의 언어를 통해 서정시의 세계를 담는다. '붉은 방'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통해, 세계와 자아의 단절을 드러내고 붉은 색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를 최대한 살리고 있다. 나아가 주인공들의 내면에 담긴 피해의식의 역사적 의미를 끈질기게 파헤쳐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의 아픔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내었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중편소설, 사실주의 소설

성격 : 현실 고발적, 비판적

배경

* 시간적 → 1980년대 중반

* 공간적 → 붉은 방(서울 모처에 있는 수사 기관의 비밀 아지트, 당대의 사회 체제 상징)

시점 : 복합 시점(두 사람이 번갈아 1인칭 주인공 시점을 구사함.)

인물 : 오기섭(고등학교 교사이면서 피해자)과 최달식(고문 기술자이면서 가해자), 두 사람은 모두 '분단으로 인한 아픔'을 겪는다는 점에서 동일한 피해자라고 할 수 있음.

표현상 특징

* 이데올로기 대립의 역사적 근원과 현실 사이의 대비

* 복합 시점을 통해 분단 문제에서 파생된 폭력의 문제를 부각시킴.

구성

* 발단 → 평범한 교사인 오기섭이 낯선 사내들에게 납치됨.

* 전개 → 오기섭은 시국사범을 재워준 일로 잡혀왔음을 알게 되고, 다시 붉은 방으로 끌려 감.

* 위기 → 경찰 가족이라는 이유로 빨갱이에게 일가족이 몰살된 최달식이 오기섭을 고문함.

* 절정 → 오기섭은 월북했다는 큰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게 됨.

* 결말 → 오기섭은 집으로 돌아가고, 최달식은 붉은 방에서 스스로를 국가와 민족을 위한 파수꾼이라 생각함.

출전 : 『현대문학』(1988)

주제 ⇒ 분단의 비극과 권력의 폭력성에 의한 인간성 파괴

● 생각해 보기

1. 오기섭의 직업은 무엇인가?

→ 고등학교 교사

2. 오기섭이 연행된 표면적 이유는 무엇인가?

→ 시국 사범으로 수배 중인 이상준을 숨겨 주었다는 것

3. 오기섭에게 이상준을 소개해 준 사람은 누구이며, 오기섭과 어떤 관계인가?

→ 서정민, 오기섭의 군대 동기

4. 오기섭을 취조한 형사의 이름은 무엇인가?

→ 최달식

5. 6 · 25 전쟁 당시 최달식의 아버지의 직업은 무엇인가?

→ 경찰

6. 오기섭이 강제 연행된 후 스스로 혐의점으로 짐작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 취중에 또는 수업 중에 했던 시국 이야기가 원인이 되어 유언비어 유포죄로 끌려가는 것은 아닌지, 북으로 올라갔다는 큰아버지가 간첩이 되어 남으로 내려온 것은 아닌지 생각하면서 두려움에 빠진다.

7. 오기섭이 고문을 당하면서 전과는 달리 아주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 것들은 무엇인가?

→ 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집과 학교를 오가며 가족, 동료 등과 지내면서 행했던 사소하고 무의미하게만 여겼던 평범한 일상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8. 작품의 제목인 '붉은 방'은 무엇을 뜻하며, 악랄한 고문을 행하는 최달식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쓰시오.

→ '붉은 방'은 오기섭이 고문을 당한 장소이다. 그 방은 사면 벽과 천장까지 온통 시뻘건 빛깔의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다. 온통 핏빛으로 칠해진 방은 고문이 가해지기도 전에 공포와 절망을 느끼게 한다. 그 절망은 광기, 미치광이의 장난처럼 여겨지는 방을 보면서 합리적인 이성과 격리되고 있다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이렇듯 이해 불가능한 '붉은 방'은 고문과 관련된 사건이 자행되고 폭로되었던 1980년대라는 시대 상황을 함축하고 있는 시련과 고통의 장소(당시 사회 체제의 축소판,  분단으로 인한 역사적 상흔과 폭력과 광기의 공간)라고 할 수 있다.

최달식은 아버지에게서 사회주의자들, 즉 빨갱이들에 대한 증오를 물려받았다. 아버지는 경찰이었고, 6 · 25 전쟁 당시 인민군에게 부모와 형제 등 일가족을 모두 잃었다. 아버지는 복수를 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으며, 남은 평생 동안 빨갱이를 원수로 여기며 살다 세상을 떠났다. 최달식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와 같은 아버지의 생각을 물려받고 있다.

6 · 25 전쟁 이후 남한과 북한으로 나누어진 한반도는 각각 자유주의(자본주의)와 사회주의(공산주의)로 이념을 달리하여 국가를 성립시킨다.  그리고 적대적인 관계를 지속했다. 이로써 남한에는 최달식의 아버지처럼 사회주의에 강하게 반발하는 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 특히 정권은 국가의 안전과 존립을 위해 사회주의에 대한 적개심을 조장하는 정책을 펼침으로써 국민들이 레드 콤프렉스를 갖도록 했다. 최달식은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았을 뿐 아니라 정권의 옹호 속에서 '빨갱이'에게 폭력을 가하는 행동을 정당화하게 된 것이다.

● 더 읽을거리

■ 임철우의 작품 세계

임철우는 1981년 『서울신문』신춘문예에 「개 도둑」이 당선되어 등단한다. 그는 현실의 왜곡된 삶의 실상을 통해서 인간의 절대적 존재 의식을 탐구하는 작가이다.

그는 우리들 모두가 벽에 갇혀 있다고 생각한다. 그 벽은 근본적으로 부도덕한 폭력과 허위와 기만의 벽이다. 우리들이 마주하고 있는 이 음모와 거짓의 병은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을 격리시키고 진실에 대해 눈감게 한다. 작가는 이 벽을 허물고 진실을 일깨우려 하지만 넘어야 할 벽은 완강하고 작품은 벽의 높이를 확인할 뿐이다.

특히, 그는 광주 민주화 운동의 목격자로서 광주의 문제를 소설의 중심 테마로 삼고 창작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문학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1980년대 한국의 정치, 사회적 상황에 관련된 것이라 하겠다. 그의 작품 세계에서 광주는 중요한 소재일 뿐 아니라, 서사적 감수성과 서사적 세계상까지를 제공하는 근본적인 토대이다. 비록 직접적으로 당시의 상황을 그리지 않는 작품이라도 광주 문제와 연관되지 않은 작품이 없을 정도로 그는 이 문제에 집착하고 있다. 「아버지의 땅」과 「그리운 남쪽」등에서도 분단과 광주민중항쟁이 남긴 정신적 상흔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그의 소설의 인물들은 대부분 역사적, 사회적 현실의 모순으로 인해 고통받고 상처 입은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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