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1936)

-김동리-  

◆ 소설 읽기  

● 줄거리

읍내에 가까운 기차다리 밑에는 한 떼의 병신과 거지와 문둥이들이 모여 있다. 문둥이 떼가 모인 웃머리에 제일 신참자인 아주머니가 있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남의 집 막간살이나마 그래도 제 방이 있었고, 영감이 있었고 또 장성한 아들까지 있었다.

아주머니의 병이 드러나자 영감은 막간살이에서 쫓겨나 마을 뒤에 토막을 지어 날품도 팔고, 술집 심부름도 해서 아내를 먹여 살렸다. 하지만 영감도 얼마 가지 않아 날로 거칠어지고 아내를 구타하기 시작한다. 비상이 섞인 찰떡 한뭉치를 아내에게 내밀기도 하지만, 아내는 그것을 알고 무서운 얼굴로 영감의 얼굴을 노려보기도 한다. 그 아들의 이름이 '술이'이다. 술이는 본래 얌전하고 착한 사람이었는데, 어미가 흉한 병마에 시달리자 장가 밑천으로 모은 돈을 약값으로 쓰고, 남은 돈 20여원을 홧김에 하룻밤에 술과 도박으로 날려 버리고는 곧 타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는 금년 이른 봄에 어디론지 표연히 떠나가 버렸다.

술이 어머니는 자기의 힘으로 갈 수 있는 여러 마을을 헤매었다. 그것은 저자 거리의 구걸보다 쉬운 바가 아니었지만,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행여 그의 아들을 만나 볼까 함이다. 그러나 아직 한번도 아들을 만나는 소원을 이룬 적이 없다.

어느날 그는 자기 손으로 기차 다리 가까이 밭 언덕 안에 조그만 토막 하나를 지었다. 그가 기차다리 부근에 토막을 지은 것은 근처에 복바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차 다리와 저자 사이에 큰 동네가 있고, 그 동구에 있는 복바위에 주먹만한 손돌로 복바위의 등을 갈다 손돌이 바위에 붙으면 소원이 성취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술이의 어머니는 몇 번인가 마을 사람들이 보지 않는 틈을 타서 술이의 이름을 부르며 복바위를 갈았던 것이다.

복바위를 간 지 오래 되지 않은 어느 장날, 그는 그렇게도 그리던 아들을 만나게 되었다. 모자간의 만남도 잠깐, 후일의 재회를 기약하고 헤어진다. 한 번 그렇게 잠깐 만나고는 더욱 보고 싶어지는 아들을 그리며 술이 어머니는 복바위를 간다.

그러나 아들은 다시 나타나지 않고, 시장 묵전에서 어떤 늙은이가 술이의 출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다. 그러나 그녀는 그냥 돌아온다. 그녀의 움막이 동리 사람들에 의해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를 본 그녀는 나무 토막처럼 바위에 쓰러져 복바위에 볼을 비비며 죽는다. 이튿날 마을 사람들이 바위 곁에 모여 침을 뱉으면서 더러운 게 하필이면 복바위를 안고 죽었느냐고 투덜거린다.

● 인물의 성격

◆ 술이 어머니 → 천형인 나병에 걸려 가정을 잃고 자식을 그리면서 한스럽게 살아가는 여인이다. 육신의 저주와 관계없이 복바위에 아들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비는 모성애를 보여준다.

◆ 술이 → 먹고 싶은 술도 먹지 않고 겨울에 버선도 신지 않으면서 백 몇 십원의 돈을 모은 근면한 청년이다. 그러나 어머니가 천형으로 앓자 약값으로 그 돈을 다 써 버린다. 그러나 어미의 병은 마찬가지였고, 그는 환장을 해서 가출해 버리지만 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여 다시 어머니를 만나고 아버지의 소식을 들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가 감옥으로 가고 만다.

◆ 술이 아버지 → 아내가 천형인 나병을 앓고 자식이 가출해 버리자 성격이 날로 거칠어지고 술에 탐닉한다. 나중에는 아내에게 비상이 든 떡을 주기도 하는 동적 인물

● 구성 단계

◆ 발단 : 기차 다리 밑에 모여 사는 거지와 병신, 문둥이 등의 생활상. '아주머니' 문둥이의 고뇌

◆ 전개 : 모친의 병 구원으로 장가 밑천을 다 써 버린 아들의 가출과 자기를 독살하려던 영감과의 이별

◆ 위기 : 복바위에서의 비원과 장터에서의 아들과의 만남.

◆ 절정 : 아들의 복역 소식과 불에 타는 토막(土幕)

결말 : 복바위를 안고 죽음.

● 이해와 감상

1936년 <신동아>에 발표. 토속적 샤머니즘, 즉 '복바위 신앙'을 바탕으로 하여 아들과의 재회라는 비원(悲願)을 기원하면서 천형(天刑)을 감내하며 살다 간 한 문둥이 여인의 삶을 형상화하였다. 한국인의 한(恨)과 토착 정서를 짙게 나타내고 있는 작품이다. <바위>는 간결한 문체를 사용하여 긴 시간 동안 일어난 많은 일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면서 사건 전개에 긴장을 불어넣고 있다. 작가의 주관성을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에서 작품을 서술해 나감으로써, 문둥이 여인의 참다만 삶의 모습을 더 진한 감동으로 독자에게 전해 준다. 또한, 경상도 방언을 사용하여 당시 하층민의 삶을 보다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바위를 갈면 자기의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은 우리나라 도처에 깔려 있는 토속적인 믿음이며, 자기의 소원한 바를 이루기 위해 영검있는 물건에 정성을 바치는 행위는 한국인들 심층에 자리잡고 있는 하나의 신앙인 것이다. 이러한 행위와 소원이 우연히 실현될 때는 움직일 수 없는 하나의 믿음으로 받아들여지고, 그것을 맹신하게 된다. 병은 깊어지고 추위는 더 심해지며, 기거하던 움막마저 불태워지는 절망의 극한 상황에서 아주머니가 걸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복바위를 통한 자기 소원의 성취이다. 아주머니에게 복바위는 아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며, 복바위를 통해 아들을 만나고자 하는 아주머니의 소원은 절대유일한 것이다. 천형을 지닌 어머니의 모성애와 토속신앙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샤머니즘적 토속신앙은 현세 기복적 성격을 띠고 있다. 한국인의 사고는 내세지향적이기보다 현세주의적 성격이 강함을 여러 사람들이 주장한 바 있다. 작가 김동리는 신앙의 힘은 구원에 있고, 한국적 구원의 본류는 무속적 세계에 바탕한다고 믿고 있다. 천형의 여인이 추구하는 구원(병마를 이기는 것, 자식을 만나는 것)을 무속신앙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한국적 원류를 탐색하면서 그 정신의 원형적 세계를 소설화하고 있다. 술이 어머니는 천형을 받은 문둥병자이다. 이것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운명에 속한다. 이 비극적 운명으로 인해 가정은 파탄에 이른다. 술이어머니는 영감이 비상이 든 떡을 주었을 때, 그것을 알고도 먹는 것은 자신의 운명을 수용하겠다는 체념적 사고의 표현이다. 술이어머니에게 자신의 생명보다 더 강하게 집착하는 것은 아들에 대한 집착이다. 끝내 술이 어머니는 자식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안고 죽게 되는데, 자식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사랑은 한국적 정신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운명의 수용, 자식에 대한 집착 등을 통해 한국적 정신의 세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비극적 운명을 지닌 여인의 행복한 죽음을 읽을 수 있다. 여인의 삶은 분명 비극적이다. 천형을 받은 것, 영감으로부터 죽음의 강요를 받은 것, 아들과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 마지막으로 복바위를 안고 죽은 여인에게 마을 사람들이 퍼붓는 저주에 이르기까지 그 참담함은 이를 데 없다. 그러한 여인에게 있어 복바위는 그녀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대상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고, 마지막 순간까지 복바위의 영험함을 믿음은 충분히 만족한 미소를 주고도 남을 것이다.

김동리는 한국적 세계를 가장 잘 표현한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가 구현하는 정신의 전통성은 시대의 변화 앞에 이제 사라져 가고 있지만, 그것은 하나의 신화로 우리에게 내재하고 있다. 신화가 현실이 아니더라도 현실보다 더 오랜 원형으로 내면에 살아 있을 것이고, 현실을 초월하는 신비적 힘으로 우리를 이끌 것이며, 현실을 초월하는 보다 높은 세계로 정신을 고양시키는 에너지로 기능할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순수소설

배경 : 거지와 병신 그리고 문둥이들이 사는 읍내에서 조금 떨어진 다리 밑

              토속적이고 운명론적인 샤머니즘과 휴머니즘이 바탕에 깔림.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출전 : 『신동아』(1936)

◆ 주제 소외당한 한 여인의 비극적 운명과 모성애

             운명에 내몰린 여인의 풀릴 길 없는 비원과 죽음

● 생각해 볼 문제

1. '복바위'는 문둥이 여인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 아들과의 재회를 이루게 해 줄 초능력의 믿음의 대상

2. 여인이 바위를 안고 죽어가는 장면에서 '만족한 듯이' 바위를 비빈 까닭을 말해 보자.

⇒ 눈물은 아들을 못 만나는 한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눈물은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여 그녀는 눈물로 비애를 씻을 수 있었으며, 내면에는 평화가 깃들이고 만족한 표정이 우러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3. 이 소설의 주조를 이루는 '한(恨)의 속성이 무엇인지 말해 보자.

⇒ 술이어머니에게 천형이 운명적을 찾아온다. 이것은 그녀에게 기인된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일방적으로 부여된 것이다. 그러므로 억울함과 같은 한이 자리하게 된다. 더구나 그 병으로 인해 아들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게 되면서 한은 더욱 짙어진다. 그녀가 복바위를 비비는 것만큼 그 한은 참담한 것이다.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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