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돌의 죽음(1925)

-최서해-  

◆ 소설 읽기  

● 줄거리

박돌은 애비 없이 자란 불쌍한 자식이다. 그는 주인집에서 버린 고등어 대가리를 주어다 먹고 탈이 나서 죽을 지경이 된다. 새벽이 가까워진 어둠 속에서 박돌의 어미가 동계사무소 앞을 허둥지둥 뛰어나와 정직상점 골목 안으로 홱돌아 김초시집 대문 앞에 선다. 그녀는 대문을 열려다가 문이 안으로 잠긴 것을 발견한다. 그녀는 문을 두드리며너 황급한 소리로 문을 열어 달라고 고함을 친다. 성냥이 번뜩이더니 램프에 불이 붙고 사내의 기침소리가 들린다. 불빛에 번뜻하면서 문으로 여인이 선잠을 깬 하품 소리를 지르면서 문을 열어준다.

박돌의 어미가 아들이 아프다면서 초시 어른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녀는 툇마루 아래에 서서 한숨을 쉬다가 주인 사내가 기침을 하면서 들어오라고 하자 안으로 들어간다. 몸집이 뚱뚱하고 얼굴에 기름이 번질번질한 의사는 자신이 아파서 왕진을 할 수 없다고 억지 기침을 한다. 박돌의 어미는 그렇다면 약이라도 몇 첩 지어달라고 부탁했지만, 의사는 일어서서 돌아선다. 갑자기 그녀의 눈에 이상한 불빛이 섬뜩인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의사는 가슴이 끌끌해진다. 김초시의 여편네는 돈도 받지 못할 사람에게 약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박돌은 이를 갈고 두손으로 배를 움켜 잡으면서 몸을 비튼다. 박돌의 어미는 아들이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고 애가 타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러나 자식을 구할 방법이 없다. 박돌이 외마디 소리를 치더니 도끼눈을 뜨면서 이를 간다. 뒷집에 사는 젊은 주인이 불쾌한 듯이 나타나서 왜 그러느냐며 쑥뜸이라도 떠보라고 한다. 박돌의 어미는 주인집에서 쑥을 얻어다가 아들에게 쑥뜸을 해준다. 박돌의 호흡은 점점 미미해지다가 새벽녘이 되어 숨을 거둔다.

박돌이 죽자 그 어미는 박돌이 험한 가시밭 속으로 끌려가는 환영을 본다. 그녀는 진찰을 거부한 김초시를 떠올리고 미친 듯이 병원으로 달려간다. 그녀는 김초시의 가슴을 타고 앉아서 얼굴을 물어 뜯어 피투성이를 만든다.

● 인물의 성격

박돌의 어미 →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던 여인이나,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사회 현실에 눈 뜨고 그 구조적 모순과 가진 자들의 횡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인물이다. 가난한 자신에게 약을 지어 주지 않아서 자식을 죽게 만든 김초시를 응징함.

◆ 김초시와 그의 부인 → 의사라는 직업 의식이 없고 비인간적이고 상업화된 의사로 세상을 살아가는 타락한 인물들이다. 박돌이 죽어간다는 이야기에도 행색이 초라하고 돈이 없어 보이자 박돌의 어미를 약이 떨어졌다고 돌려 보내고 그것을 잘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 이해와 감상

<박돌의 죽음>은 최서해가 조선문단사에 재직하고 있던 시기에 발표한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탈출기>와 마찬가지로 일제 하의 조선인들의 빈궁한 삶과 그들이 간도로 이주하여 당하는 비극적인 삶을 소설화한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주인집에서 썩어서 버린 고등어를 주워 먹고 식중독에 걸려 어린 자식의 생명을 잃는 어버이의 비극적인 현실을 소설화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의 주인공은 구체적으로 자식의 생명을 구하기를 기피한 가진 자에 대해 응징을 한다. 이는 계급적 투쟁과 그 실천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작품은 1925년 <조선문단>에 발표된 단편소설로, 궁핍한 삶의 처절한 체험이 반영되어 있어 그의 작품 경향인 <신경향파> 문학 의식이 깊이 있게 투영되어 있다. 특히, 1920년대 경향 소설들의 대체적인 주제인 기아와 살육, 방화 등 현실의 처참한 생활상이 이 작품에도 사실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 작품은 <기아와 살육>과 함께 이러한 당시 경향 문학의 전형적인 유형의 소설로 꼽힌다. <박돌의 죽음>이라는 제명(題名)에서 보여 주듯이 이 소설은 박돌의 죽음을 중심 구조로 하면서 고난에 찬 하층 생활인들의 저항과 반항을 주제로 한다. 이러한 처절한 삶에 밀착된 반항과 저항은 바로 가진 자들의 비도덕성과 비인간적 태도에 정면으로 반항하는, 당대 하층민들의 삶의 실제적 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신경향파 소설

◆ 배경

* 시간적 - 일제시대. 1920년대

* 공간적 - 조선인 이주민들이 사는 간도

* 사상적 - 사회주의사상과 계급 사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작가 관찰자 시점도 간혹 보임)

◆ 갈등구조 : 계급 간의 갈등

◆ 주제 간도 이주민의 빈궁한 삶과 계급 간의 갈등

◆ 출전 : <조선문단>(1925)에 발표됨.

● 더 읽을거리

◆ 최서해의 문학 세계

최서해 문학의 특징은 첫째, 체험이 바탕이 된 빈궁을 소재로 하고 있는 점이다. 그는 가난한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겨우 국민학교 3학년을 마친 뒤 간도로 건너가 유랑생활을 했고, 머슴, 잡역부 등 밑바닥 노동을 몸소 체험한 바 있다. 그의 문학은 이런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의 빈궁문학은 당시 성행하던 프로문학의 지향점과 방향을 같이하여 그는 문단에 나오자마자 일약 문단의 총아가 될 수 있었다. 즉, 당시의 프로문학 작가들은 대부분 중산층 출신이기 때문에 하층민의 세계를 관념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었는 데 반하여, 생생한 체험이 바탕이 된 최서해의 작품은 당시 문단에서 이채로운 것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최서해 작품은 시의와 맞게 떨어져 쉽게 문단의 관심을 끌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서해의 작품은 기법이 충분할 만큼 뒷받침되지 않아 소재주의에 머무르고 말았다는 한계를 노출한다.

최서해 문학의 두 번째 특질은 주인공들이 대부분 가난한 소작인 또는 도시 영세민이면서도 한결같이 선량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큰물진 뒤>의 윤호내와 나, <그믐밤>의 삼돌이, <탈출기>의 나, <전아사>의 나 등이 모두 그러하다. 그러나 그들은 환경이 그들의 선량함을 짓밟을 때 거기 순응하거나 체념하지 않고 저항하는 인물들이다. <큰물진 뒤>의 주인공 윤호가 홍수로 집과 자식을 잃은 뒤 가난을 견디다 못해 부자인 이 주사에게 돈을 탈취한다든가, <홍염>의 주인공 문 서방이 딸을 빼앗아간 중국인 지주를 살해한다든가, <박돌의 죽음>에서 '박 돌이 어멈'이 가난하다고 자기 아들에게 약을 지어주지 않는 김 초시를 물어뜯는 행위 등은 최서해 문학이 지닌 반항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최서해의 작품에서 보게 되는 반항은 단순히 개인적인 복수의 차원에서 머무르고 마는 것이지 그것을 결코 어떤 이데올르기의 구현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최서해의 작품에서 보게 되는 반항은 사회주의 이데올르기에 의거한 의식적이고 집단적인 성격의 것이 아니라, 본능적이며 개인적인 감정의 폭발이라는 점이다.

최서해 문학의 특질로서 이 밖에도 간도 소재의 작품이 많다든가, 작품 결말이 살인·방화·발광 등 격렬성을 보이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간도 소재의 작품이 많은 것은 앞서 말한 대로 그가 체험의 작가이기 때문이며, 작품의 결말이 극적인 것은 최서해 소설의 인물들이 환경에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불과 피로 거거에 항쟁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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