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소(1970)

-이문구-  

◆ 소설 읽기  

● 줄거리

올해로 52살이 된 황구만은 주어진 인생을 열심히 살아온 성실한 농부이다. 황구만은 섣달 눈오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선출이와 나누었던 대화를 상기하며 몹시 마음이 상해 있다. 삼 년 동안 황씨네에서 머슴살이를 하던 박선출은 군에 입대하면서 그동안 새경을 모아 만든 팔만 원을 황씨에게 맡기고 떠났다. 제대할 때까지 맡긴다는 전제로 이자도 삼부여서 썩 좋은 조건이었다. 황씨는 그 돈으로 소창식 직조틀을 서너 대 장만하여 가내 공장을 시작했다. 처음엔 잘 돼 나갔다. 그러나 인근 읍내에 공업단지가 조성되는 바람에 부리던 직공들이 들고 일어나고, 자기네가 앉아서 일하고 있는 사이에 세상은 빠르게 기계화의 길로 내닫고 있었다. 결국, 그의 가내 공장은 폐업할 지경에 이르렀고, 군에서 제대한 박선출에게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도 돌려줄 수 없게 되었다.

이즈음 5 · 16 군사 정권이 들어서면서 시작된 농가 부채 정리 기간에 주인 황씨는 박선출의 빚을 신고한다. 황씨는 농어촌 고리채 탕감의 혜택을 입게 된 반면 박선출은 원리금을 몽땅 날리게 된다. 결국, 두 사람은 박선출이 작성한 계약서를 근거로 황씨가 송아지 한 마리를 사서 키운 후 그것을 다시 팔아 선출의 원금을 갚기로 합의한다. 선출은 예전처럼 황씨네 머슴으로 일하면서 주인 황씨와 함께 송아지를 키운다. 황씨는 농부의 본능에서 우러난 애정으로 송아지에게 온갖 정성을 기울이고, 선출은 서울 생활을 원하는 애인 신실이와 함께 새 살림을 꾸릴 희망에 부풀어 송아지에 정성을 쏟는다. 이처럼 정성을 쏟은 송아지가 암소로 성장해 송아지를 배게 되자, 당장 소를 팔고 싶은 선출이와 송아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황씨 사이에 다시 갈등이 생긴다.

오늘은 황씨 집에 고사가 있는 날이다. 음식을 마련하던 황씨의 아내 고랏댁은 술을 거르고 남은 술 지게미를 소 여물통에 놓아 둔다. 그런데 술 지게미 맛을 본 암소는 술내가 풍기는 광으로 들어가서 너 말 가웃 되는 막걸리 항아리를 단숨에 먹어 치운다. 술에 취한 소가 타작마당에서 주정을 부리는 바람에 고사판은 엉망이 된다. 사람들이 전부 달려들어 소를 붙잡고 늘어지고 마침내 소가 탈진해 쓰러진다. 모닥불을 피우고 녹두를 갈아 먹여 보았지만 끝내 암소는 일어나지 못한다. 암소의 죽음에 황씨와 선출은 몸부림치고 그 곁에서 신실이도 목놓아 운다. 마을 사람들은 술에 취해 죽은 암소를 모두 안타까워하지만 속으로는 싼값에 곰국을 실컷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 인물의 성격

 황구만(黃九滿) → 쉰두 살의 농부. 자기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던 박선출의 돈으로 직조 공장을 차렸으나 원금마저 날려 버림.

박선출(朴先出) → 황구만의 머슴살이를 하다 군 입대한 20대의 남자. 그간 모은 전 재산을 황구만에게 맡기지만 그가 이를 몽땅 날려 버려 한 푼도 받지 못함.

고랏댁 → 황구만의 아내

신실 → 박선출의 애인

● 이해와 감상

1970년 10월 <월간중앙>(제31호)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1960년대 초의 충청도 어느 농촌마을을 배경으로 산업화 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상실해가는 농민들이 겪는 소외와 갈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농민소설이다. 5 · 16 군사 쿠테타 직후 농어촌의 고리채 정리라는 명목으로 피해를 본 머슴 박선출과 주인 황구만 사이의 갈등을 통해 농촌 사회의 구조적 모순점을 파헤치고, 소외계층의 애환을 사실적인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작가 이문구는 생생한 농촌 묘사로 정평이 난 작가이다. 이 소설에서도 그의 묘사력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여기에 암소를 둘러싼 두 인물의 상이한 입장이 치밀한 심리 묘사에 의해 덧붙여지고 있다. 황구만 씨가 암소를 그토록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은, 물론 돈에 대한 욕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소를 아낄 수밖에 없는 농민의 심성에 기인한 것이다. 자칫하면 악덕 지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는 인물에 '인간다움'을 부여하는 것은 그의 묘사력이 지닌 힘 덕분이다.

그의 소설이 지니는 또 하나의 맛은 충청도 토속어의 걸출한 구사력이다. 그것은 작품 전체를 훈훈하고 여유 있는 분위기로 이끌며, 농촌의 궁핍한 실상을 건조한 비극으로 끝나지 않게 한다. 우리의 전통적인 농촌 사회에 관한 디테일과 그 안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주고받는 정감 어린 인정 묘사는 사라져 버린 전통적 세계에 대한 문학적 헌사라 할 만하다.

이 소설은 근대화가 초래한 농촌 사회의 급격한 변모를 토속어와 독특한 문체로 묘사함으로써 독자적 문학 세계를 구축해 온 이문구의 초기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에서 암소의 죽음은 산업화의 거센 물결 아래 파멸의 길을 걷는 농촌사회의 몰락을 상징한다. 작가는 농민의 희망을 상징하는 암소의 죽음을 비극적 파국으로 그리지 않고 작가 특유의 정감어린 문체와 해학으로 결말을 맺음으로써, 산업화의 영향 속에서도 아직 공동체적인 농촌 사회의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하고 있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현대소설, 단편소설, 농민 · 농촌소설

배경

* 시간적 → 1960년대 초반(산업화 · 근대화가 급속도로 추진되면서 농촌 공동체가 붕괴되기 시작)

* 공간적 → 충청도 어느 농촌 마을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갈등 : 산업화로 인한 개인과 개인의 갈등

문체 : 충청도 사투리의 구사

의의 : 농촌의 피폐와 해체 과정을 걸출한 충청도 토속어를 사용하여 표현함으로써 농민소설의 새로운 면모를 개척함.

주제산업화로 인한 농민의 소외와 갈등

● 더 읽을거리

◆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단편소설. 1070년 <월간중앙>에 발표됨. 머슴으로 새경 받은 돈과 군대에서 모은 돈으로 소를 사고 결혼하여 가정을 일으키는 데 유일한 희망을 건 주인공이 주인의 횡포로 소까지 놓치고 실의에 빠져 통곡하는 전형적인 농촌소설이다. 소외된 농촌에서 그나마 부당하게 착취되는 머슴의 집념과 절규를 통해 농촌 사회의 퇴락을 성공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작가는 여기서 독특한 토속어의 요설문체를 발굴 · 성공시켰다.

 green37_up.gif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