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의 리얼리즘                                        -신영복-

이해와 감

욕설에 대한 작자의 생각을 편지글의 형식으로 전달하고 있는 일종의 욕설 예찬론이다. 일반적으로 욕설은 부정적인 것이며 순화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 글은 이러한 통념을 뒤집으면서 욕설의 긍정적인 가치를 발견하고 있다. 이는 오랜 교도소 생활을 했던 작자의 특수한 상황과 관련된다. 즉, 교도소에서는 불만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욕설을 자주 사용하게 되는데, 그로부터 욕설에 대해 새로운 가치와 기능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작자는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욕설이 친근감을 표현하는 기능과 고도의 의식 활동으로서의 기능을 가진 것으로 보고, 욕설을 사건 또는 사태의 개념화, 이 개념의 예술적 형상화 작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욕설에 대한 가치 인식의 발전은 욕설이 서민적 전통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따라서 지식층의 추상적인 어휘와는 차원을 달리한다는 전제 아래, 욕설을 통해 세상의 사실적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욕설의 리얼리즘'으로 귀결된다.

 요점 정리

◆ 성격 : 설명적, 고백적, 주지적 경수필

◆ 특성

* 자신의 교도소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함.

* 편지 형식으로 주제 의식을 구현함.

* 일상적인 통과 달리 욕설의 가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함.

◆ 주제욕설의 긍정적 가치 및 기능

◆ 출전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1998)

◆ 관련 작품 :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생각해 보기

◆ 지식층의 언어와 욕설

이 글은 욕설의 가치를 밝히는 과정에서 지식층(인텔리) 언어와의 대조를 통해 그 의미를 강화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지식층의 추상적 언어 유희

서민들의 전통인 욕설

삶을 사실적이고 예리하게 반영하지 못함.

대상에 대한 사실적인 인식을 기초로 하여 삶의 모습을 반영함.

추상적인 언어

리얼리즘의 언어

◆ 비속어의 특징

비속어(욕설)란 상스럽고 거친 말로 어떤 대상을 아주 얕잡아 보고 경멸하는 태도를 하는 말을 의미한다. 이 비속어의 사용을 통해 심리적 쾌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일반 언어 사회에서는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어 원만한 인간 관계를 해치며, 정서적인 면에서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되어 비판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문학 작품에서는 등장 인물들이 비속어를 사용함으로써 문학적 효과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문학에서의 비속어 사용은 인물의 성격이나 신분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며, 인물 간의 관계(친밀한 관계나 대립적 관계)를 드러내며, 갈등을 효과적으로 구현하며, 향토적 특성을 강화하여 해학성을 높이며, 주제의식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한다. 또한 '봉산탈춤'과 같은 비판 · 풍자적 성격이 강한 작품의 경우는 대상에 대한 풍자의 효과를 높이기도 한다.

 작품 읽기

교도소(작자가 처한 상황, 이 글을 쓰고 있는 공간)에 많은 것 중의 하나가 '욕설'(이 글의 제재)입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우리는 실로 흐드러진 욕설의 잔치 속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욕설이 일상화된 교도소의 특수 상황. 잔치라는 표현을 통해 욕설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드러냄.) 저도 징역 초기에는 욕설을 듣는 방법이 너무 고지식하여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곧이곧대로 상상하다가 어처구니 없는 궁상(窮狀, 궁하여 괴로워하는 모양)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기 일쑤였습니다만, 지금은 그 방면에서도 어느덧 이력이 나서 한 알의 당의정(약의 겉에 당분이 든 막을 얇게 입힌 정제나 환약)을 삼키듯 이순의 경지에 이르렀다(그냥 듣고 넘기는 상황이 되었다) 하겠습니다.

*욕설이 많이 사용되는 교도소

욕설은 어떤 비상한 감정이 인내력의 한계를 넘어 밖으로 돌출하는, 이를테면 불만이나 스트레스의 가장 싸고 '후진' 해소 방법이라 느껴집니다.

그러나 사과가 먼저 있고 사과라는 말이 나중에 생기듯이 욕설로 표현될 만한 감정이나 대상이 먼저 있음이 사실입니다.(욕설보다 욕설을 할 수밖에 없는 그 대상이 먼저 있다고 함으로써 그릇된 세태에 대해 은근히 꼬집고 있다. 이 내용은 뒤의 '풍자와 골계의 구조를 갖는 욕설'이나 '시세와 안정'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다는 표현 등에서 구체화되고 있다.징역의 현장인 이 곳이 곧 욕설의 산지(産地)이며 욕설의 시장인 까닭도 그런 데에 연유하는가 봅니다.(앞 문장의 욕설에 대한 일반적 속성으로부터 교도소라는 특수한 현장에 적용시키고 있음.)

*교도소에서 욕설이 쓰이는 이유

그러나 이 곳에서는 욕설은 이미 욕설이 아닙니다.(역설적 표현. 일상적 의미의 욕설과는 달리, 교도소에서는 그것이 긍정적 기능을 함.)

기쁨이나 반가움마저도 일단 욕설의 형식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욕설을 통해 친근감을 나타냄.) 이런 경우는 그 감정의 비상함이 역설적으로 강조되는 시적 효과를 얻게 되는데, 이것은 반가운 인사를 욕설로 대신해 오던 서민들의 전통에 오래 전부터 있어 온 것이기도 합니다.(예의바른 말보다 욕설을 통해서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친근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게 되는 역설적 상황을 제시하고, 그것의 전통을 서민들의 삶에서 찾고 있다.)

*교도소에서의 욕설의 의미

저는 오래 전부터 욕설이나 은어에 담겨 있는 뛰어난 언어 감각에 탄복해 오고 있습니다. 그 상황에 멋지게 들어맞는 비유나 풍자라든가, 극단적인 표현에 치우친 방만한 것이 아니라 약간 못 미치는 듯한 선에서 용케 억제됨으로써 오히려 예리하고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것 등은 그것 자체로서 하나의 훌륭한 작품입니다.

'사물'과 여러 개의 사물이 연계됨으로써 이루어지는 '사건'과 여러 개의 사건이 연계됨으로써 이루어지는 '사태' 등으로 상황을 카테고리로 구분한다면, 욕설은 대체로 높은 단계인 '사건' 또는 '사태'에 관한 개념화이며, 이 개념의 예술적 형상화 작업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고도의 의식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욕설을 예술적 개념, 고도의 지적 작용으로까지 발전시킴.)

*고도의 의식 활동으로서의 욕설

[ 저는 바로 이 점에 있어서, 대상에 대한 사실적 인식을 기초로 하면서 예리한 풍자와 골계의 구조를 갖는 욕설에서, 인텔리의 추상적 언어 유희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적나라한 리얼리즘을 발견합니다.](지식층의 고상하고 추상적인 어휘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삶의 사실적인 모습을 서민의 삶에 밀착된 욕설에서 발견하게 된다. 이로 보아, 작자는 지식층의 언어에 비해 서민층의 욕설이 세상을 보다 효과적으로 풍자하면서, 세태를 사실적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욕설에 동원되는 화재(話材, 말의 재료)와 비유로부터 시세(時世, 그 때의 세상)와 인정, 풍물에 대한 뜸든 이해를 얻을 수 있다(욕설을 통해 세상을 사실적으로 이해하게 됨)는 사실이 매우 귀중하게 여겨집니다.

*욕설에서 발견되는 리얼리즘

그러나 버섯이 아무리 곱다 한들 화분에 떠서 기르지 않듯이, 욕설이 그 속에 아무리 뛰어난 예능을 담고 있다 한들 그것은 기실 응달의 산물이며 불행의 언어가 아닐 수 없습니다.(아무리 큰 의미를 지녔다고 해도 욕설은 어둡고 불한 상황에서 자주 사용되는 언어이므로 권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욕설에 대한 통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