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전 한 닢                             -피천득-

 

  ■ 이해와 감상

수필은 대체로 자성적이고 고백적인 성격을 띠는 것이 일반인데, 때로는 이 작품처럼 필자 자신의 일이나 생각은 접어 두고, 인상깊은 사건이나 인물, 풍경 등의 제시에 치중하는 경우도 있다.

이 수필은 은전 한 닢을 얻고서는 믿지 못할 정도로 좋아하는 한 거지의 모습을 회상한 작품이다. 아무런 설명도, 감상도 없이 시종 담담하게 사실만을 서술해 놓은 이야기지만 여러 가닥의 미묘한 느낌과 여운을 전해준다. 거지와의 대화가 마지막에 예상 밖의 감동을 전해 주어 소설같은 서사성과 극적 전환의 묘미까지 느끼게 한다.

은전 한 닢을 절대적 보배로 여기는 거지의 머뭇거리는 마지막 말은 이 글의 핵심이다. 그동안의 빈곤이 가져다 준 비애와 눈물겨운 집념이 모조리 집약된 이 말을 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이 작품을 해석하는 관건이 되는 것이다. [인간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집착에 빠져드는 존재인가?,  한 인간의 집념은 얼마나 끈질긴가?,  작은 것을 기뻐할 줄 아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다.] 등등 글의 주제도 독자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그런 다양한 울림을 가질수록 작품의 가치는 높아진다.

  ■ 요점 정리

◆ 성격 : 경수필,  서사적·극적 수필,  체험적·회고적 수필

표현 : 대화체를 통해 현장감(생동감)을 살림

               서사적 성격으로 꽁트와 유사

               체험담임을 알려주는 프롤로그로, 사건의 사실성과 흥미를 고조시킴.

               글쓴이의 해석과 설명을 배제함으로써 독자의 자유로운 상상과 해석을 유도함.

주제 : 한 인간의 소박한 소망과 끈질긴 집념(맹목적 집착에 대한 연민)

◆ 작품이 지닌 상징성 : 부의 상대성, 가난과 소유

◆ 출전 : <금아시문선>(1959)

  ■ 생각해 보기

1. 거지의 마지막 대사(" 이 돈, 한 개가 가지고 싶었습니다.")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말해 보자.

→ 일반적으로 돈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이 작품에 나오는 거지에게 있어 돈은 무언가를 하기 위한 것으로서의 의미를 지니지 않고, 오로지 돈 그 자체가 목적임을 알 수 있다. 즉 거지에게 있어서 돈은 그 자체로서 삶의 소망이자 목적이 되는 것이다. 비판적 시각에서 볼 때, 돈은 인간의 무모한 집착이 빚어낸 상징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2. 이 작품의 결말처리 방법에 있어서 드러나는 특징을 말해 보자.

→ * 상징성이 담긴 결말

    * 여운과 감동이 담긴 표현

    * 주제가 압축된 대사로 끝맺음 함.

3. 수필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 수필은 인생과 사물에 대한 개인의 느낌과 사색을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으로 쓴 자유로운 산문이다. 형식이 자유롭기에 대단히 다양하고 폭넓은 경험을 직접 드러내기 쉬운 글이다. 수필은 글쓴이의 개성이 짙게 드러나는 문학이다. 자신의 느낌이나 경험을 직접 고백하거나, 상대방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전달한다. 여기서 작자의 개성적인 감각과 사물에 대한 독자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이것이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가 된다. 수필은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작자는 사물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깊은 자성을 하게 되고, 자신이 내리는 결론에 대해 반추하면서 깊이있는 명상을 하게 된다. 수필이 독자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사물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주는 힘이 여기에서 나온다.

 ■ 작품 읽기

내가 상해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 하나가 전장(錢莊)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일 원짜리 은전 한 닢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돈이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전장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전장 주인은 거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돈을 두들겨 보고 '좋소' 하고 내어준다. 그는 '좋소' 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돈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놓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다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전장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그 은전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은으로 만든 돈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전장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다보더니,

"이 돈을 어디서 훔쳤어?"

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큰 돈을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거지는 얼른 손을 내밀었다. 전장 사람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은전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보는 것이다. 거치른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돈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돈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간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칠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아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일 원 짜리를 줍니까? 각전(角錢) 한 닢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동전 한 닢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푼 한 푼 얻은 돈에서 몇 닢씩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마흔 여덟 닢을 각전 닢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대양(大洋) 한 푼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돈으로 무엇을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 전장(錢莊) - 돈을 바꾸어 주는 집

* 황망히 - 매우 바쁘게

* 각전(角錢) - 큰 돈이 아닌 1전이나 10전 따위의 옛날 돈

* 대양(大洋) - 청나라 시대 때 돈(은전)을 헤아리는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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