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에 대하여                                        -양주동-

이해와 감

작자의 해박함, 유머, 위트, 풍자가 문장 속에 녹아 흐르는 글로, 유머러스한 분위기의 전반부와 비판 의식이 드러나는 후반부로 구성되어 있다.

작자는 공리적인 속담, 타산적인 잠언, 시적인 표어 등을 통해 웃음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이야기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그리고 김동환의 '웃은 죄'라는 시를 인용하면서 자신이 웃음 때문에 당한 억울한 일들을 재미있게 늘어놓는다. 상가에서 웃다가 봉변을 당한 일, 길에서 만난 친구에게 웃다가 무안당한 일, 백일장에서 웃다 꾸중 당한 일 등을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하며 이런 웃음을 모두 무죄라고 역설한다.

이러한 작자의 생각은 웃음을 금기시하는 사회적 경직성에 대한 비판, 웃음의 본질을 호도하는, 끼리끼리 당파만을 강화하는 웃음인 '만당의 홍소'가 인정되는 사회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다.

 요점 정리

◆ 성격 : 낭만적, 관조적 경수필

◆ 특성

* 낙천적이고 자부심 강한 작자의 성격이 드러남.

* 부정적 세태를 간접적으로 비판함.

◆ 주제웃음을 통한 세태 비판

◆ 관련 작품 : 이희승의 '유머 철학'

생각해 보기

◆ 웃음을 주는 유머와 위트

유머(humor)

위트(wit)

* 해학

* 성격적, 기질적

* 포괄적인 인생 관조의 태도

* 웃음의 대상에 대한 동정과 연민이 담겨 있으며, 모순으로 가득 찬 현실을 불완전한 인간의 숙명이라 긍정하고, 논리로써가 아니라 직관과 상식으로 처리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 기지

* 지적

* 하나하나의 현상에 대한 반응

* 전혀 뜻밖이라고 생각되지만 딱 들어 맞게 어떤 사실을 표현함으로써 의표를 찌르고,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웃음을 수반하지 않을 수도 있다.

◆ 김동환의 '웃은 죄'

아련한 그리움이라는 주제를 여성적인 표현으로 나타낸 서정시이다. 인간의 순박한 감정을 투박하면서도 재치 있는 유머를 통해 자못 해학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목마른 나그네에게 웃으면서 샘물을 떠 준 여인을 죄가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웃은 죄'란 꾸밈없는 소박한 정에 대한 역설적 표현이 되는 것이다. 작자의 대표작인 서사시 '국경의 밤'에서 드러난 북녘 사투리의 억센 말투와 남성적 힘과는 대조되는 여성적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작품 읽기

백 사람이 앉아 즐기는 중에 혹 한 사람이 모퉁이를 향하여 한숨지으면 다들 마음이 언짢아지고, 그와 반대로 여러 사람이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어느 한 사람의 화창한 웃음을 대하면 금시 모두 기분이 명랑해짐이 사실이다.(웃음이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문장이다. 한 사람의 웃음이 많은 사람들이의 침울한 마음을 밝게 만들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그러기에 '웃음'에는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웃는 집에 만 가지 복이 들어옴)'란 공리적인(공명과 이익이 있는) 속담이 있고,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웃으며 대하는 사람에게는 싫은 소리를 하기 어렵다는 뜻)'는 타산적인(이익을 따지는) 잠언(箴言, 가르쳐서 훈계하는 말)도 있고, 또 누구의 말인지는 잊었으나, '웃음은 인생의 꽃'이라는 자못 시적(?)인 표어도 있다. 사람과 동물과의 구별이 언어 사용 여부에 있다고 학자들은 말하거니와, 그것보다는 차라리 '웃음의 능부(能否, 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여부)에 달렸다(소의 웃음이 약간 문제이나)'(사람의 특징은 차라리 웃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함.) 함이 더 문학적이라 할까. 또한 문학이나 정치의 요(要)는 결국 전자는 독자로 하여금 입가에 은근한 회심(會心)의 미소를 발하게 하고, 후자는 민중으로 하여금 얼굴에 명랑한 안도의 웃음을 띠게 함에 있다 하면 어떨까.(문학이나 정치 같은 활동의 목표도 인간이 웃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드러냄.)

* 웃음과 인생

'웃음'의 능력 ―― 또 그양과 질에 있어서 나는 선천적으로, 또는 여간한 수양의 덕으로 남보다 좀더 은혜를 받았음을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 겨레가 워낙 옛날부터 하늘만 쳐다보는 낙천적인 농업 국민으로서 좋은 일에나 궂은 일에나 노상 웃음을 띠는 갸륵한 민족성을 가졌거니와, 나는 그러한 겨레의 후예로서도 특히 풍요한 웃음을 더 많이 물려받아, 내 자신 웃기를 무척 좋아하고, 또한 남이 웃는 것을 사뭇 즐기고 축복하는 자이다. 그것도 결코 '빈소(嚬笑, 얼굴을 찡그리고 웃는 웃음)'나 '조소(嘲笑, 비웃음)'나 '고소(苦笑, 쓴웃음)'가 아닌 ―― 작으면 '미소(微笑, 소리 없이 빙긋이 웃는 웃음)', 크면 '가가대소(呵呵大笑, 소리를 내어 크게 웃는 웃음)', 어디까지나 '해해 · 호호' 류가 아닌(비굴한 웃음이나 여성적인 웃음이 아닌) 당당한 '하하 · 허허'식의 무릇 남성적인 쾌활 · 명랑한 솔직한 웃음인 것이다.

* 웃음과 친근한 나

이러한 나의 '웃음'이고 보매, 결코 남에게 비웃음, 빈정웃음, 또는 부자연 · 불성실한 웃음으로 오해 혹은 간주되어 비난받을 까닭은 없다. 하기야, 극단의 독재 국가에서는 웃음의 종류 여하를 막론하고 애초부터 그것을 악의로 해석하여 형법 제 몇 조에 '웃음의 죄'를 규정할는지도 모르며, 고사(古史)를 정밀히 조사한다면 동 · 서의 폭군으로서 신하의 '무허가 웃음'을 일체 금지하여 무단히 이를 드러내어 웃는 자를 극형에 처한 예가 적지 않게 발견되리라. 말이 났으니 말이지, 내가 아는 '웃음의 죄'(웃음 때문에 본의 아니게 벌을 받게 되는 경우, 작가는 웃음이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반어적 표현)로서는 독재 국가나 폭군 치하의 그것 외에 시골 천진한 색시에게도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민요 시인(파인 김동환)의 단시(短詩)에 바로 '웃은 죄'라 제(題)한 한 편이 있지 않은가 ――.

지름길 묻길래 / 웃고 대답하고, / 물 한 모금 달라기 웃고 떠 주었지요.

평양성에 해 안 뜬대도 / 난 몰라요, / 웃은 죄밖에.

[ 산촌의 어느 집 며느리가 시냇가 버드나무 밑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데, 마침 하이킹 온 젊은 대학생이 지나다가 길을 물었것다. 쳐다보니, 제 어린 남편인 '노랑 대가리, 범벅 상투'와는 아주 딴판인 '핸섬 나이스 보이'. 얼굴을 잠깐 붉혔다가 살며시 웃으며 여린 손끝으로 묻는 길을 가리켜 주고, 조그만 바가지에 정성스레 물을 떠서 두 손으로 받들어 드렸다. 이야기는 이뿐이었는데, 그 장면을 누가 어디서 본 사람이 있었던지, 색시가 젊은이와 남몰래 정(情)을 주었다는 소문(나그네 앞에서의 웃음 때문에 받은 오해의 결과)이 동리에 퍼져서 시어머니가 불러다 사실을 문초하니, 그녀가 공술(供述, 법률용어로 형사 소송에서 당사자 · 증인 · 감정인이 해당 관련 사항을 구술 또는 서면으로 알리는 일. 여기서는 진술의 뜻으로 쓰임.)하는 말 ……. ](인용된 시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다. 웃음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글쓴이의 생각을 인용시를 통해 표현한 것이다.)

* 웃음에 대한 오해와 비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