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의 철학성                                             -김태길-

이해와 감상

이 글은 '철학'을 '철학한다'라는 동사로써 먼저 설명한 후, 그에 대한 작자의 가치와 생각을 진술하고 있다. 여기서 사용된 '철학함'은 대상에 대해 더욱 깊이, 더욱 넓게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철학하는 것'은 대상의 외양만 보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분석과 비판을 토대로 본질을 찾아내야 하며, 또 여러 각도에서 종합적으로 생각하여 결론을 내리는 태도를 지칭한다. 철학을 지닌 수필을 쓰기 위해서 작가는 항상 대상을 바라보면서 참된 인식을 얻고자 하는 자세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수필의 철학성은 내용의 심오함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대상의 본질에 대해 깊이 궁리하고 다양하게 생각하며, 자신의 생각에 논리적인 오류나 정서적 편견은 없는가 등을 점검하는 자세를 습관화할 때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반성과 점검으로서의 수필 쓰기가 철학적 차원에서 평가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요점 정리

◆ 성격 : 사색적, 설명적 중수필

◆ 특성

* '철학'을 '철학한다'라는 동사로서 먼저 설명한 후, 그에 대한 작자 나름의 가치와 생각을 진술함.

◆ 주제좋은 수필의 요건

◆ 출전 : <계간수필>(1995)

◆ 관련 작품 : 김태길의 '좋은 글', 피천득의 '수필'

생각해 보기

◆ 경수필과 중수필

경수필 - 비정격 수필

중수필 - 정격 수필

* 문장 흐름이 가벼운 느낌

* 주관적, 서정적

* '나'가 겉으로 드러나 있음.

* 자기 고백적, 개성적

* 예술적 가치

* 감성, 정서 위주로 전개

* 정서적, 신변잡기적

* 문장 흐름이 무거운 느낌

* 객관적

* '나'가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음

* 논리적, 사회적

* 실용적 가치를 추구

* 논리 · 설명적으로 전개

* 지적, 사회적

 

◆ 김태길 수필의 특징

김태길의 수필은 생활 속에서 발견한 하나의 문제를 대상으로 이를 인생의 문제와 관련시켜 음미하고 소화시켜 그 결과까지를 제시하는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경향을 띤다. 특히, 사회와 인생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인생 철학'을 제시하여 독자의 지적 수준을 높여 준다.

 작품 읽기

'철학'이라는 학문이나 사상이 있기 전에 '철학한다'는 행위가 있었다.(더욱 깊고 넓게 생각하는 철학하는 행위에서 세계 · 인생 · 지식에 관한 근본 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인 철학이 생겨났다. '철학'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철학한다'라는 동사로 설명하고 있다.) '철학'이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학하는 행위의 특색을 살펴보는 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현명하다. '철학한다'함은 더욱 깊이, 더욱 넓게 생각한다는 말에 가깝다. '깊게 생각한다' 함은 겉만 보고 조급하게 결론을 서두르지 않고 의문이 풀릴 때까지 분석과 비판을 거듭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넓게 생각한다' 함은 하나의 시각에서만 생각하지 않고 여러 각도에서 종합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생각을 많이 한다고 그것만으로 철학함이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깊고 넓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공상(空想)은 철학함이 아니다.(공상은 헛된 생각으로, 참된 인식에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이 없고, 여러 각도에서 종합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편협한 생각을 가리킨다.)

*'철학한다'의 의미

철학함에는 참된 인식에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진리 탐구의 의지가 없는 생각은 철학함이 아니며, 비록 그러한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진리와는 관계가 없는 엉뚱한 생각으로 방황하는 것은 철학함이 아니다. 진리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깊고 넓게 생각할 뿐 아니라 바르게 생각해야 한다. '바르게 생각한다' 함은 생각의 출발점인 전제에 거짓이 없으며, 사유(思惟)의 과정(생각을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논리적 오류를 범하지 아니함을 의미한다.

*철학함의 목적과 의미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잠정적 결론을 얻게 된다. 철학성이 풍부한 수필이 좋은 수필이라는 말은 깊고 넓은 바른 생각, 즉 훌륭한 사상을 많이 담고 있는 수필이 좋은 수필이라는 말에 가깝다는 결론이다. 수필의 문학성이 주로 그 문장에 비중을 두는 것이라면(수필의 문학성은 주로 글의 구상과 문장 등 그 외형과 직결되고), 수필의 철학성은 주로 그 속에 그려진 마음의 세계에 비중을 두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필의 철학성

수필은 주로 마음의 세계를 글로써 그리는 자화상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수필을 그림 중에서도 자화상에 비유하였다. 수필은 작가 자신을 잘 드러내는 고백적인 문학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훌륭한 수필을 위해서는 그 표현의 수단인 문장이 탁월한 동시에 그 문장에 의하여 그려지는 마음의 세계가 풍부해야 한다.(좋은 수필이 되기 위해서는 수필의 문학성과 철학성이 모두 갖추어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작가의 내면 세계가 진솔하고 적절하게 표현되었을 뿐 아니라, 그 문장에 문학적 향기가 가득하고, 그 내용에 철학적 깊이를 느끼게 하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는 글이 좋은 수필인 것이다.) 마음의 세계가 풍부하다 함은 단순히 지식 수준이 높다는 뜻에 그치지 않는다. 비록 지능이 탁월하다 하더라도 정이 메마르고 의지가 박약하면, 마음의 세계가 풍부하다고 보기 어렵다. 지정의(知情意)를 종합해서 볼 때 마음이 깊고 넓은 사람이 마음의 세계가 풍부한 사람이다.

*훌륭한 수필의 요건(1)

수필은 작가의 인품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인품이 높은 사람은 넓은 의미로 '철학'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성현이나 군자처럼 인품의 완성도가 높아야(인품이 뛰어나야, 철학이 뚜렷해야) 좋은 수필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며, 장점이든 단점이든 함축성 있고 깔끔한 문장으로 진솔하게 그리면, 좋은 수필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마음의 세계가 깊고 넓은 사람일수록(철학성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글로 나타낼 수 있는 세계도 넓다는 점에서 유리할 따름이다.

*훌륭한 수필의 요건(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