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시타람                        -류시화-

  이해와 감상

15년 간의 인도 여행의 기록을 담은 것으로 37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 작가의 <지구별 여행자>에 수록된 글이다. 자유의 본질과 깨달음에 대한 사색과 명상이 가득하다. 불평만 하던 '나'가 결국 올드 시타람 씨의 말을 통해 깨우침을 얻는다는 것이 전체적인 내용이다.

3가지 상황(사건)이 전개된다. 배낭에 쥐가 들어와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일, 샤워장의 열악한 환경, 티셔츠를 분실한 일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상황 앞에서 글쓴이(나)는 불평 불만과 흥분으로 일관하게 되고, 그것에 대해 올드 시타람 씨는 차분하게 가르침(깨달음)을 제시한다. 첫째는 배워라, 둘째는 만족할 줄 알아라, 셋째는 이미 잃어 버린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집착하지 마라고 한다.

  요점 정리

성격 : 경수필, 기행적 수필

표현 : 대화를 통해 인물의 성격을 시사함.

              낯선 경물을 제시하여 독자의 흥미를 유발함.

              구체적 행동과 장면을 제시하여 현장감을 느끼게 함.

주제 : 올드 시타람에서 얻은 교훈과 깨달음

출전 : <지구별 여행자>

  작품 읽기

세수를 하려고 배낭을 연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밤 사이에 누군가 배낭을 마구 들쑤셔 놓은 것이었다.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어제의 그 쥐였다!

나는 벌린 입을 하고 당장에 여인숙 주인에게로 달려가 따졌다. 쥐는 배낭을 뚫고, 스웨터를 구멍 내고, 비닐봉지에 든 비상 식량을 모조리 먹어 치웠다. 이상하게도 나는 꿈속에서 밤새 톱질을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쥐가 배낭을 갉아 대는 소리였던 것이다. 정말 신이 타고 다닐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쥐였다!

하지만 더 강력한 건 올드 시타람 씨의 입심이었다. 내가 볼멘소리로 항의하자, 그는 나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경건한 태도로 카운터 위의 코끼리 신상에 대고 연기 자욱한 향을 피워 대며 말했다.

"신이 준 성스런 아침을 불평으로 시작하지 마시오. 그 대신 기도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시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불평을 한다고 해서 무엇을 얻을 수가 있겠소? 당신이 할 일은 그것으로부터 뭔가를 배우는 일이오."

쥐구멍이 난 배낭으로부터 무엇을 배우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치 인도 설화에나 나옴 직한 여인숙 주인과 입이 뾰족한 생쥐였다.

나는 일부러 입을 삐뚤 게 하고서 말했다.

"이제 보니, 이 여인숙의 스승은 스리 생쥐 난다('지혜로운 생쥐 스승'이라는 뜻으로, '나'의 냉소적인 태도가 나타나 있음)군요. 그걸 미처 몰랐소이다."

올드 시타람 씨는 내가 비꼬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난데없이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인용하고 나섰다.

"어제 죽은 것처럼 오늘을 살고,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라는 말이 있지 않소."

배낭에 난 쥐구멍을 간디의 명언으로 때우려는 수작이 역력했다. 이제 보니 그는 얼굴 생김새까지도 간디를 닮아 있었다. 결국 나는 본전도 못 찾고, 아침도 거른 채 바늘귀와 씨름하며 배낭과 스웨터를 꿰매야만 했다. 스웨터는 올이 풀려 꿰맬수록 구멍이 더 커지는 느낌이었다. 바느질을 하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일로부터 내가 배울 점이란 이런 말도 안 되는 여인숙을 하루빨리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바느질을 끝낸 뒤, 나는 어지러운 영혼을 위로할 겸 근처 힌두 사원을 찾았다. 눈빛이 매서운 문지기는 내가 힌두교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단호하게 입장을 거절했다. 하는 수 없이 10루피짜리 종이돈을 네 겹으로 접어 뇌물로 바치자, 문지기의 눈빛이 사랑으로 넘치고 단호한 빗장도 금방 풀렸다.

그런데 가죽으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신발과 함께 허리띠를 문 밖에 벗어 두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원 안을 기웃거리는 동안 바지가 자꾸만 흘러내려 신에게 제대로 경배조차 할 수가 없었다.

엉거주춤 사원 구경을 마치고 여인숙으로 돌아온 나는, 날이 더워 방 옮기는 일은 엄두도 못 내고 곧바로 공동 세면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세면장의 샤워 꼭지가 어찌된 영문인지 한 바퀴 비틀어져 천장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서 물을 틀면 일단 물이 천장을 타고 1미터쯤 흐르다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결국 샤워 꼭지 밑이 아닌 엉뚱한 곳에 서서 샤워를 해야만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천장에서 흘러내린 께름칙한 물로 머리도 감고 빨래도 한 뒤, 나는 여인숙 주인에게 투덜거렸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인도 감옥이라고 해도 여기보단 낫겠어요."

아니나 다를까, 옥상의 긴꼬리 원숭이를 노려보며 올드 시타람 옹께서 한 말씀하셨다.

"당신이 이미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면, 황금으로 만든 샤워 꼭지를 갖는다 해도 당신은 결코 만족하지 못할 것이오!"

나는 인도의 소처럼 혀를 내두르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옥상에 빨아 널은 내 티셔츠를 누가 훔쳐 간 것이다. 여인숙 종업원은 원숭이 짓이 틀림없다고 주장했지만, 내가 보기엔 원숭이처럼 생긴 그 종업원 짓이 틀림없었다. 몇 년 동안 인도 여행 때마다 입고 다닌 소중한 티셔츠를 잃어 버린 나는 화가 나서 종업원을 윽박질렀다. 앞가슴에 지혜의 눈('신의 눈'이라고도 하는데, 깨달은 자는 이 눈을 알고 있고, 이 눈으로 본다고 한다.)이 그려진, 낡았지만 소중한 티셔츠였다.

내가 종업원과 이마를 맞대고 노려보고 있을 때, 카운터에 앉아 있던 올드 시타람 씨가 내게 물었다.

"당신은 행복의 비밀이 무엇인지 아시오?"

내가 말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고 입을 다물고 있자, 그가 스스로 대답했다.

"행복의 비밀은 무엇을 잃었는가보다 무엇을 얻었는가를 기억하는 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