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의 그리움                        -전혜린-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새해를 맞아 소망을 기도하는 형식으로 토로하고 있다. 그 소망이 헛된 것임을 알면서도 속물적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 찰나적이지만 환상적인 기성의 관계가 단절된 세계에 몰입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기를 부정하며 끊임없이 낯선 세계, 새로운 일들을 꿈꾸는 그의 삶의 자세는 이 글뿐만 아니라, 그의 다른 글 곳곳에서도 발견되며, 그녀의 삶 또한 그러했다.

그녀가 가고자 하는 먼 곳은 '모르는 얼굴과 마음의 언어 사이'에서 철저하게 혼자인 곳이다. 작자는 그 소망에의 그리움을 간결하고 압축적인 문장으로 표현하여 지적이고 세련된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소망은 성취 여부와 관계없는 것이며, 소망을 지니고 또한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의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이 작품은 일상인들의 동경과 기대와는 차원이 먼 곳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데 묘미가 있다.

이 글에서 말하는 '먼 곳'이란 글쓴이가 동경하는 세계로 '미지의 세계'이다. 글쓴이는 '그곳'을 낯익은 곳이 아닌 다른  곳, 모르는 곳'이라고 표현하면서 집시처럼 포장마차를 타고 '그곳'에 가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러나 곧 '이루어짐 같은 게 무슨 상관 있으리요?'라고 하면서 현실로 돌아오고, '동경의 지속 속에서 나는 내 생명의 연소를 보고 그 불길이 타오르는 순간만으로 메워진 삶'을 설계하겠다고 한다. 여기서 '먼 곳'은 글쓴이의 동경 속에서만 존재하는 세계이자 실현 불가능한 환상의 세계이며, 글쓴이의 현실에 대한 반대 급부라는 의미를 갖는 세계이다. 즉, '먼 곳'은 상상으로만 가능한 낭만의 세계이며 현실의 삶에 활력을 주는 공상의 세계인 것이다.

  요점 정리

성격 : 경수필 → 지적, 낭만적, 기원적, 사변적

표현 : 간결한 문체

주제 : 새해에 가져 보는 소망 = 먼 곳에의 그리움 =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며 살고 싶은 마음

출전 :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966)

  생각해 보기

1. 이 글에서 '반설계'는 지은이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그 내용이 될 만한 구절을 찾아 보시오.

   ▶ 미래의 불확실한 신비에 속해 있을 때만 찬란한 것

2. 이 글에서 추상적인 상념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구절을 찾아 쓰시오.

   ▶ 식탁을 털고 나부끼는 머리를 하고

3. 이 글에서 말하는 '먼 곳'이란 어떤 곳인지 생각해 보자.

  ▶ 이 글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먼 곳'이란 어디인가? 그곳은 지상의 특정한 곳이 아니다. 그 어디든 혼자일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그 그리움은 "모르는 얼굴과 마음과 언어 사이에서 혼자이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우리가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까는 것과는 달리 이 먼 곳은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된 곳이다. 그 곳에는 자기 혼자만의 완벽한 삶의 체험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삶은 물론 집시의 삶처럼 순간적인 것이다. 그런 순간의 지속을 꿈 꾼다는 점에서 그것은 일종의 찬란한 환상인 셈이다.

  작품 읽기

 그것이 헛된 일임을 안다.

 -소망을 갖는 것은 헛된 일임-

그러나 동경과 기대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무너져 버린 뒤에도 그리움은 슬픈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동경과 기대의 필요성-

나는 새해가 올 때마다 기도 드린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어떤 엄청난 일, 매혹하는 일, 한마디로 '기적'이 일어날 것을 나는 기대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모험 끝에는 허망이, 여행 끝에는 피곤만이 기다리고 있는 줄을 잘 안다.             

-새해를 맞으며 기도함.-

 그리움과 먼 곳으로 훌훌 떠나 버리고 싶은 갈망, 바하만의 시구처럼 '식탁을 털고 나부끼는 머리를 하고' 아무 곳이나 떠나고 싶은 것이다. 먼 곳에의 그리움! 모르는 얼굴과 마음과 언어 사이에서 혼자이고 싶은 마음! 텅빈 위(胃)와 향수를 안고 돌로 포장된 음습한 길을 거닐고 싶은 욕망. 아무튼 낯익을 곳이 아닌 다른 곳, 모르는 곳에 존재하고 싶은 욕구가 항상 나에게는 있다.       

-소망, 먼 곳에의 그리움-

포장마차를 타고 일생을 전전하고 사는 집시의 생활이 나에게는 가끔 이상적인 곳으로 생각된다. 노래와 모닥불가의 춤과 사랑과 점치는 일로 보내는 짧은 생활, 짧은 생. 내 혈관 속에서 어쩌면 집시의 피가 한 방울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고 혼자 공상해 보고 웃기도 한다.           

-집시의 생활에 대한 동경-

내 영혼에 언제나 고여 있는 이 그리움의 샘을 올해는 몇 개월 아니, 몇 주일 동안만이라도 채우고 싶다. 너무나 막연한 설계―아니 오히려 '반설계'라는 편이 나을 것이다.

-막연한 설계일망정 소망을 이루고 싶음.-

 그러나 모든 플랜은 그것이 미래의 불확실한 신비의 속해 있을 때만 찬란한 것이 아닐까? 동경의 지속 속에서 나는 내 생명의 연소를 보고 그 불길이 타오르는 순간만으로 메워진 삶을 내년에도 설계하려는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설계-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특권이야말로 언제나 새해가 우리에게 주는 아마 유일의 선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해 본다.                     

-새해가 주는 선물, 꿈 꿀 수 있는 특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