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믐 달                            -나도향-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달이라는 자연물을 통해 정서를 기탁하는 탁정(托情)의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대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것이 문학작품의 한 기능이라고 할 때, 문학의 본질과 가장 잘 조응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풍요함과 원만함을 주는 보름달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전통적인 애정에서 벗어나, 그믐달에 대한 작가의 참신하고 개성적인 시각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을 새롭게 눈뜨게 하고 있다.

맨 첫문장에서 선명하게 주제를 담고 대조와 유추를 통해 그 이유를 하나씩 설파해나간 미려한 문체는 가히 매혹적이다. 거의 모든 문장에서 수사법이 쓰이고 있는데, 논리적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대상을 관찰해 섬세하고 정교한 직유법들 속에 실어 놓았으니 나도향의 언어적 감수성이 번득이는 글이라 아니 할 수 없다. 특히 달을 여성으로 의인화하여 정감을 표현하고 있는데, '요염, 독부,철 모르는 처녀, 원부, 여왕, 공주, 청상'들이 그것이다.

<그믐달>은 또한 작가의 낭만주의적 성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믐달의 한에 이끌리는 것 자체가 그의 낭만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일일 것이다. 달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독부같은 초생달보다, 여왕같은 보름달보다, 쫓겨난 공주같은 그믐달을 더 사랑하는 그의 정서는 나도향 개인의 것만은 아니다. 한과 애절함과 슬픔에 더욱 친근함을 느끼는 것은 우리 민족 공동의 정서이며 또한 한국문학의 전통적 정조이기도 한 것이다.

 

<더 읽어보기>

달에 얽힌 전설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달에 옥토끼가 선약(仙藥)을 찧고 있다는 전설이 있다. 중국에서는 남편이 먹을 선약을 훔쳐 먹고 달로 도망갔다는 항아가 쓸쓸히 거닐고 있다고도 하고 또 옥황상제의 집무실인 광한부가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이런 달은 모두가 보름달이다. 우리의 전래 풍속은 주로 보름달에 얽혀 있다. 풍요와 원만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리라.

보름달 만큼이나 인기가 있던 것이 초생달이다. 의자왕 말년에 백제는 보름달이요 신라는 초생달이라고 쓰여진 거북이 나타났다. 백제는 이제 이즈러질 수밖에 없고 신라는 차오르리라는 예언이다. 초생달과 보름달의 평범한 진리가 국가의 흥망에까지도 비교된다.

그러데 작자는 그믐달을 사랑한다. 초저녁의 서편에 잠깐 비치고는 사라져 버리는 초생달도, 중천에 그득한 보름달도 아니고, 새벽에 비수처럼 동쪽 하늘에 걸려 있는 그믐달을 사랑한다. 작자 자신이 한(恨) 많은 사람이라서란다. 그믐달은 채 넘어가기도 전에 애잔하게 스러져 빛을 잃는다. 그 여정이 이미 한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 글은 도입부에 그믐달을 사랑한다고 단언하고 있다. 보름달이나 초생달보다 그믐달을 사랑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끝으로 그믐달을 사랑하는 이유를 자신의 마음에서 찾는다. 그믐달과 초생달 및 보름달을 여인에 비유하여 묘사하고 있다.

-구인환, <한국 현대 수필을 찾아서>에서

  ■ 요점 정리

  성격 : 경수필, 서정적 수필

  표현 : 달을 여인에 비유하여(의인화) 작가의 심정을 잘 나타냄

                다양한 수사법 - 대조법, 직유법, 의인법 등.

                특히, 다양한 비유로 그믐달의 특성을 잘 형상화함.

                간결한 문체

  주제 : 그믐달을 사랑하는 마음(고독하고 한이 많은 자아의 애절한 심정)

  ◆ 출전 : <조선문단>(1925)

  ■ 생각해 보기

1. 그믐달에 대해 표현하고 있는 이미지들을 찾아보자.

  → 요염하고 깜찍한 여자,  원부와 같은 여자,  애인을 잃고 쫓겨남을 당한 공주와 같은 여자, 청상과 같은 여자

2. 그믐달 이외에 다른 달들은 어떻게 비유하고 있는가?

 → 초생달은 독부이거나 철모르는 처녀요, 보름달은 모든 영화와 끝없는 숭배를 받는 여왕이다.

3. 이 작가의 낭만적인 기질을 짐작하게 하는 이유가 있다면 ?

→ 남들의 시선을 잘 받지 못하는 그믐달의 한의 정조를 사랑하는 데서.  이는 낭만주의자들의 공통된 성향임.

 ■ 작품 읽기

나는 그믐날을 몹시 사랑한다.(주제적 진술)

그믐날은 요염하여 감히 손을 댈 수도 없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이 깜찍하게 예쁜 계집 같은 달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고 쓰리도록 가련한 달이다.

서산 위에 잠깐 나타났다 숨어버리는 초생달은 세상을 후려 삼키려는 독부(毒婦)가 아니면 철모르는 처녀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세상의 갖은 풍상을 다 겪고, 나중에는 그 무슨 원한을 품고서 애처롭게 쓰러지는 원부(怨婦)와 같이 애절하고 애절한 맛이 있다.

보름의 둥근 달은 모든 영화와 끝없는 숭배를 받는 여왕(女王)과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애인을 잃고 쫓겨남을 당한 공주와 같은 달이다.

초생달이나 보름달은 보는 이가 많지마는, 그믐달은 보는 이가 적어 그만큼 외로운 달이다. 객창한등(客窓寒燈)에 정든 임 그리워 잠못 들어 하는 분이나, 못 견디게 쓰린 가슴을 움켜 잡은 무슨 한(恨)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 달을 보아 주는 이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는 고요한 꿈나라에서 평화롭게 잠들은 세상을 저주하며, 홀로이 머리를 풀어뜨리고 우는 청상(靑孀)과 같은 달이다. 내 눈에는 초생달 빛은 따뜻한 황금빛에 날카로운 쇳소리가 나는 듯하고, 보름달은 치어다 보면 하얀 얼굴이 언제든지 웃는 듯하지마는, 그믐달은 공중에서 번듯하는 날카로운 비수와 같이 푸른빛이 있어 보인다. 내가 한(恨) 있는 사람이 되어서 그러한지는 모르지마는, 내가 그 달을 많이 보고 또 보기를 원하지만(글쓴이가 그믐달을 좋아하는 이유), 그 달은 한 있는 사람만 보아 주는 것이 아니라 늦게 돌아가는 술주정꾼과 노름하다 오줌 누러 나온 사람도 보고, 어떤 때는 도둑놈도 보는 것이다.

어떻든지, 그믐달은 가장 정(情) 있는 사람이 보는 중에, 또는 가장 한 있는 사람이 보아 주고, 또 가장 무정한 사람이 보는 동시에 가장 무서운 사람들이 많이 보아준다.

내가 만일 여자로 태어날 수 있다 하면, 그믐달 같은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

 

* 독부(毒婦) : 몹시 악독한 계집

* 원부(怨婦) : 원한을 품은 여자, 원녀

* 객창한등(客窓寒燈) : 객지의 여관에서 쓸쓸하게 보이는 등불

* 내 눈에는 ~ 빛이 있어 보인다. : 내가 보기에 초승달은 날렵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고, 보름달은 원만함을 느끼게 하는데, 그믐달은 비수와 같은 싸늘함과 냉정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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