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두                                -계용묵-

 

  ■ 이해와 감상

구두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신기 위해서 구두 뒷 굽에다 쇠로 된 징을 박았던 예전의 삶의 모습이 정감있게 떠올려지는 글이다. 한 편의 꽁트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짤막한 이야기 속에서 날카로운 비판과 생활의 묘미와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상사에서 체험한 내용을 희곡적으로 전개한 독특한 작품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면서 놓치기 쉬운 소재를 예사롭지 않게 바라보는 관찰력으로 생활에서의 단상을 깊이 있게 그려 내고 있다. 세상을 살면서 실상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오해가 되어 별난 데에 신경을 써야 하는 하찮은 일이 얼마나 많은가? 구두 징소리가 낯모르는 한 여자로 하여금 불안을 느끼도록 만들어 버린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통해 느끼는 작자의 당혹감은 사소한 일상 생활의 순간순간이 인간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하게 해준다. 짧고 우스운 이야기 속에 작자는, 우습지만은 않은 인간의 한계와 사람 사이의 절망을 슬쩍 끼워 넣는다.

간결한 문체로 속도감있게 읽힐 수 있으며,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효과를 충분히 거두고 있다. 또한 마지막 문장에서 느껴지는 여운은 쓴웃음 속에서 생각의 깊이를 더해 준다.

◆ '구두'의 형식상의 특징

이 작품은 '체험+깨달음'의 짜임으로 된 '기-서-결'의 3단 구성으로, 희곡적 사건을 중간에 두고 앞뒤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통해 사건의 배경과 작자의 깨달음을 진술하는 구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건을 제시한 중간 부분에서는 극적인 반전 등 상승과 하강이라는 희곡적 구성 원리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간결한 문체로 쓰여져 속도감이 있고 쉽게 읽힌다. 그리고 이 작품은 의성어를 적절하게 구사하고 있는데, '또그닥또그닥', '또각또각' 하는 두 인물의 구두 소리는 시간의 진행에 따른 인물의 심리와 고조된 긴장감을 잘 나타내면서 상황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 있다.

이 외에 금속성의 구두 소리와 인간적인 따뜻한 감정의 대조, 현재 시제의 사용을 통한 극적 효과의 고조 등도 이 작품의 주요한 형식상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 요점 정리

성격 : 경수필, 희곡적 수필

◆ 표현 : 간결한 문장. 의성어 사용으로 극적 긴장감 고조.  

◆ 주제 : 세심한 곳까지 신경을 써야하는 세상사의 어려움 개탄

           현대 사회의 왜곡된 인간관계 풍자

출전 : <상아탑(1955)>

  ■ 작품 읽기

구두 수선(修繕)을 주었더니, 뒤축에다가 어지간히도 큰 징을 한 개씩 박아 놓았다.(사건의 발단) 보기가 흉해서 빼어 버리라고 하였더니, 그런 징이래야 한동안 신게 되고, 무엇이 어쩌구 하며 수다를 피는 소리가 듣기 싫어 그대로 신기는 신었으나, 점잖지 못하게 저벅저벅, 그 징이 땅바닥에 부딪치는 금속성 소리가 심히 귓맛(소리가 귀에 주는 느낌)에 역(逆)했다. 더욱이, 시멘트 포도(鋪道, 포장된 길)의 딴딴한 바닥에 부딪쳐 낼 때의 그 음향(音響)이란 정말 질색이었다. 또그닥 또그닥, 이건 흡사 사람이 아닌 말발굽 소리다.(구두 소리에 대한 거부감)

*구두 소리가 귀에 거슬림(프롤로그)

어느 날 초으스름이었다.(시간적 배경, 사건의 시작, 긴장감 부여)  좀 바쁜 일이 있어 창경원(昌慶苑) 곁담을 끼고 걸어 내려오노라니까, 앞에서 걸어가던 이십 내외의 어떤 한 젊은 여자가 이 이상히 또그닥거리는 구두 소리에 안심이 되지 않는 모양으로, 슬쩍 고개를 돌려 또그닥 소리의 주인공을 물색하고 나더니, 별안간 걸음이 빨라진다.(불안한 심리를 나타냄)

그러는 걸 나는 그저 그러는가 보다 하고, 내가 걸어야 할 길만 그대로 걷고 있었더니, 얼마쯤 가다가 이 여자는 또 뒤를 한 번 힐끗 돌아다본다. 그리고 자기와 나와의 거리가 불과 지척(咫尺)임을 알고는 빨라지는 걸음이 보통이 아니었다. 뛰다 싶은 걸음으로 치맛귀가 옹이하게 내닫는다. 나의 그 또그닥거리는 구두 소리는 분명 자기를 위협하느라고 일부러 그렇게 따악딱 땅바닥을 박아 내며 걷는 줄로만 아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 여자더러, 내 구두 소리는 그건 자연(自然)이요, 인위(人爲)가 아니니 안심하라고 일러 드릴 수도 없는 일이고 해서, 나는 그 순간 좀 더 걸음을 빨리하여 이 여자를 뒤로 떨어뜨림으로 공포(恐怖)에의 안심을 주려고 한층 더 걸음에 박차를 가했더니, 그럴 게 아니었다. 도리어 이것이 이 여자로 하여금 위협이 되는 것이었다.

내 구두 소리가 또그닥 또그닥, 좀 더 재어지자 이에 호응하여 또각또각, 굽 높은 뒤축이 어쩔 바를 모르고 걸음과 싸우며 유난히도 몸을 일어 내는 그 분주함(행동 묘사를 통해 위협을 느끼고 있는 심리를 드러냄)이란, 있는 마력(馬力)은 다 내보는 동작(있는 힘을 다함)에 틀림없다. 그리하여 한참 석양 놀이 내려퍼지기 시작하는 인적 드문 포도(鋪道) 위에서 또그닥또그닥, 또각또각 하는 이 두 음향의 속모르는 싸움(인물 간의 갈등을 구두 소리 간의 싸움으로 대체하여 표현함)은 자못 그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나는 이 여자의 뒤를 거의 다 따랐던 것이다. 2, 3보(步)만 더 내어 디디면 앞으로 나서게 될 그럴 계제였다. 그러나 이 여자 역시 힘을 다하는 걸음이었다. 그 2,3보라는 것도 그리 용이히 따라지지 않았다. 한참 내 발뿌리에도 풍진(風塵)이 일었는데, 거기서 이 여자는 뚫어진 옆골목으로 살짝 빠져 들어선다(갈등이 극적으로 해소되는 계기가 되는 장면이다). 다행한 일이었다. 한숨(안도의 한숨)이 나간다. 이 여자도 한숨이 나갔을 것이다.  기웃해 보니, 기다랗고 내뚫린 골목으로 이 여자는 횡하니 내닫는다. 이 골목 안이 저의 집인지, 혹은 나를 피하느라고 빠져 들어갔는지 그것을 알 바 없었으나, 나로선 이 여자가 나를 불량배로 영원히 알고 있을 것임이 서글픈 일이다.

*구두 소리로 인한 '나'와 여자 사이의 오해(사건의 소개)

여자는 왜 그리 남자를 믿지 못하는 것일까(작자가 오해의 원인을 '불신' 때문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자를 대하자면 남자는 구두 소리에까지도 세심한 주의를 가져야 점잖다는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이라면, 이건 이성(異性)에 대한 모욕이 아닐까 생각을 하며, 나는 그 다음으로 그 구두징을 뽑아 버렸거니와(앞 사건의 결과) 살아가노라면 별(別)한 데다가 다 신경을 써 가며 살아야 되는 것이 사람임을 알았다.

*세상살이의 어려움에 대한 서글픔(에필로그)

 

  *물색 - 어떤 기준에 맞는 사람이나 물건을 고르기 위해 살펴보는 것

  *옹이하게 - '바람소리를 일으킬 정도로'란 뜻의 방언인 듯함.

  *재어지자 - 몹시 빨라지자

  *풍진(風塵) - 바람에 불려 일어나는 티끌

 ■ 생각해 보기

1. 이 글에서 긴장이 가장 고조된 부분을 찾아보자.

2. 이 글에서 '나'와 '여자' 사이의 갈등의 원인은 ?

    → 구두의 징소리가 빚어낸 오해

3. 사건이 일어난 시간적 배경이 '초으스름'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이 의도하는 바는 ?

   →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한 암시적 배경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려는 의도임.

4. 살아가면서 터무늬없는 오해로 인해 빚어졌던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어보고, 깨닫는 바가 무엇인지 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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