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정진권-

이해와 감

어린 시절 고향에서 자장면을 먹으러 가곤 했던 중국집과 그 중국집에서 먹었던 자장면을 소재로 하여 과거의 인심과 여유로움을 드러내며, 이와 대조되는 현대의 생활을 되돌아보게 하는 수필이다. 작자는 자신이 어린 시절 갔었던 깨끗하지 않고 좁고 침침하며, 뚱뚱하고 인심 좋은 주인이 있는 중국집에 대한 향수를 표현하는 반면, 으리으리한 중국집에 대해서는 불편한 느낌을 드러내고 있다. 또 세상이 변해 감에 따라 중국집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점차 바뀌어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 글은 소재에 대한 작자의 생각을 꾸밈 없는 간결한 문체와 독자와 대화하는 듯한 표현을 통해 전달하여, 진실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이러한 표현은 자장면이라는 서민적인 음식과 어울려, 인정 있고 소박한 작자의 생각을 더욱 잘 드러내게 된다.

 요점 정리

◆ 성격 : 회고적, 서정적 경수필

◆ 특성

*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추억을 회상함.

* 꾸밈 없는 간결한 문체로 독자와 대화하듯 써 나감.

* 작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문체와 표현

      (소박함을 당당하게 내세우는 말투, 독자에게 말을 걸 듯 친근한 표현)

◆ 주제훈훈한 인정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

◆ 출전 : <자장면>(1965)

◆ 관련 작품 : 윤오영의 '방망이 깎던 노인'

생각해 보기

◆ '자장면'의 함축적 표현과 숨은 의미

함축적 표현

 

숨은 의미

손은 소두방만 하고

손이 솥뚜껑처럼 시커멓고 크다.

흑설탕을 한 봉지씩 싸 주며

마음의 여유에서 비롯되는 훈훈한 인정

입술에다 볼에다 자장을 바르고

아이들이 매우 만족스럽게 자장면을 먹는 모습

유능한 아비

자장면을 먹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쯤은 들어 줄 수 있는 아버지

 

 작품 읽기

자장면(서민적인 소재)은 좀 침침한 작은 중국집에서 먹어야 맛이 난다.(자장면과 중국집에 대한 작자의 생각이 단적으로 드러난 문장이다. 작자는 어린 시절 고향에 있던 중국집과 같은 작고 침침한 깔끔하지 않은 중국집에 친근감을 느끼고 있다.)

그 방은 퍽 좁아야 하고, 될 수 있는 대로 깨끗지 못해야 하고 칸막이에는 콩알 만한 구멍들이 몇 개 뚫려 있어야 어울린다. 식탁은 널판으로 아무렇게나 만든 앉은뱅이(좌식 식탁)어야 하고, 그 위엔 담뱃불에 탄 자국들이 검고 또렷하게 무수히 산재해 있어야 정이 간다.

고춧가루 그릇은 약간의 먼지가 끼어 있는 게 좋고, 금이 갔거나 다소 깨어져 있으면 더욱 운치가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다김 고춧가루는 누렇고 굵고 억센 것이어야 한다. 초병(醋甁, 식초병)에도 다소 때가 끼어 있어야 가벼운 마음으로 손을 댈 수 있다.  

방석도 때에 절어 윤이 날 듯하고, 손으로 잡으면 단번에 찍 하고 달라붙을 것 같은 것이어야 앉기에 편하다.  <중략>

그리고 그 집 주인은 뚱뚱해야 한다. 머리엔 한 번도 기름을 바른 일이 없고, 인심 좋은 얼굴엔 개기름이 번들거리고며, 깨끗지 못한 손은 소두방(솥뚜껑)만 하고, 신발은 여름이라도 털신이어야 좋다. 나는 그가 검은색의 중국 옷을 입고, 그 옷은 때에 전 것이기를 바라지만, 지금은 그런 옷을 찾기 어려우니 낡은 스웨터로 참아 두자. 어린 나를 귀여워 해 주던 내 고향의 장궤는 스웨터가 아니었는데 ……. 하여간 이런 주인에게 돈을 치르고 나오면 언제나 마음이 편안해서 좋다.(소박하고 정겨운 모습)

*내가 좋아하는 중국집의 모습

내가 어려서 최초로 대면한 중국 음식이 자장면이었고, 내가 제일 처음 가 본 내 고향의 중국집이 그런 집이었고, 이따금 흑설탕을 한 봉지씩 싸 주며(마음의 여유에서 비롯되는 인정) "이거 먹어해, 헤헤헤."하던 그 집 주인이 그런 사람이어서, 나는 자장면을 중국 음식의 전부로 알았고, 중국집이나 중국 사람은 다 그런 줄로만 알고 컸다.

스무 살 때던가, 서울에 처음 왔을 때도 나는 자장면을 잘 사 먹었는데, 그 그릇이나 맛, 그 방 안의 풍경이나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고, 비록 흑설탕은 싸 주지 않으나 그 주인의 모습까지도 내 고향의 자장면, 그 중국집, 그 장궤와 다르지 않았던 것을 기억한다. 변두리만 찾아서였을까? 해서, 내가 처음으로 으리으리한 중국집을 보았을 때, 그리고 엄청난 중국 요리 앞에 앉았을 때, 나는 그것들이 온통 가짜처럼 보였고, 겁이 났고, 괜히 왔구나 했다.(고향의 중국집과는 다른 으리으리한 중국집에서 느끼는 작자의 부담감이 드러나 있다. 작자는 지금껏 자신이 접한 것과는 다른 으리으리한 중국집과 중국 음식을 접하자, 가짜 같은 느낌마저 갖게 된다.)   <중략>

*호화로운 중국집에 대한 거리감

[그러나 내 친애하는 자장면 장수 여러분들도 자꾸만 집을 수리하고 늘리고 새 시설을 갖추는 모양(영리 추구에 매달리는 중국집 주인들에 대한 거리감)이어서, 마음 편히 갈 만한 곳이 줄어들까 걱정이다. 돈을 벌고, 빌딩을 세우고, 나보다 훌륭한 고객을 맞고 싶은 것이야 그분들의 큰 소원이겠지만, 적어도 내가 사는 동네와 내가 다니는 직장 근처에만은, 좁은데다 깨끗지 못한 중국집과 내 어리던 날의 그 장궤 같은 뚱뚱한 주인이 오래 오래 몇만 남아 있으면 한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남아 있는 그런 중국집이 오래도록 남기를 바라는 것은 곧 옛날의 훈훈한 삶의 모습이 남아 있어 주기를 바라는 작자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면 나는 어느 일요일 저녁 때, 호기 있게 내 아이들을 인솔하고, 우리 동네 그 중국집으로 갈 것이다.(소박하고 담담한 작자의 자세) 아이들은 입술에다 볼에다 자장을 바르고(만족스럽게 자장면을 먹는 모습) 깔깔대며 맛있게 먹을 것이고, 나는 모처럼 유능한 아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퇴근길에 친구를 만나면, 나는 그의 어깨를 한 팔로 얼싸안고 그 중국집으로 선뜻 들어갈 것이다. 양파 조각에 자장을 묻혀 들고 '이 사람, 어서 들어' 하며, 고량주 한 병을 맛있게 비운 다음, 좀 굳었지만 함께 자장면을 나눌 것이다. 내 친구도 세상을 좁게 겁 많게 사는 사람(글쓴이와 같은 소시민)이니, 나를 보고 인정 잇는 친구라고 할 것이 아닌가.

*편하게 갈 수 있는 중국집이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