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포탄의 추석                        -피천득-

  이해와 감상

기행문으로서 극히 절제된 속에 감상을 드러낸 글로서, 낯선 타국에서 추석을 맞아 고향을 그리는 심정을 간결체의 문장으로 담담하게 서술한 작품이다. 명절이기 때문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며 즐기는 사람과 낯선 땅에 왔기 때문에 그 흥청거리는 분위기에 젖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조적으로 보여 주면서 자신의 외로운 심사를 객관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과도한 비애나 고독이 노출되어 있지는 않다. 이 점은 작가의 간결하고도 정확한 묘사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단순히 정경을 묘사했을 뿐이고 그에 따른 감정 이입을 최대한 배제하였다. 자신이 외롭고 불우하다는 심사를 직접 서술하지 않고, 공원에 나온 다른 외국인들, 실직자들, 망명객들의 심사를 빌려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 그 한 예이다. 또한 '같은 달을 쳐다보면서 그들은 바이칼 호반으로, 갠지스 강변으로, 마드리드 거리에 제각기 흩어져 기억을 밟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표현함으로써 저마다의 가슴 속에 새겨진 고향의 이미지를 간결하면서도 객관적으로 보여 주고 있음도 특징이다.

간결하고 짧은 문장 단위는 작가의 문체상의 특징이다. 그리고 이국적 풍경에서 지나친 비애나 고독을 보이지 않는 절제(節制)의 미학은 피천득 수필이 갖는 보편적 분위기와 상응하는 것이라 하겠다.

  요점정리

성격 : 경수필, 기행 수필, 신변잡기적이고 정감적인 수필

표현 : 간결하고 부드러운 문체

             감정을 배제한 절제된 표현

             나열식 구성

주제 : 이국땅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출전 : <금아 시문선>(1959)

  작품 읽기

월병(月餠)과 노주(老酒), 호금(胡琴)을 배에 싣고 황포강(黃浦江) 달놀이를 떠난 그룹도 있고, 파크 호텔이나 일품향(一品香)에서 중추절(仲秋節) 파티를 연 학생들도 있었다. 도무장(跳舞場)으로 몰려간 패도 있었다. 텅 빈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방에 돌아와 책을 읽으려 하였으나,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어디를 가겠다는 계획도 없이 버스를 탄 것은 밤 아홉 시가 지나서였다. 가든 브리지 앞에서 내려서는 영화 구경이라도 갈까 하다가 황포탄 공원(黃浦灘公園)으로 발을 옮겼다.

*황포탄 공원에 가게 된 경위

빈 벤치가 별로 없었으나 공원은 고요하였다. 명절이라서 그런지 중국 사람들은 눈에 뜨이지 않았다. 이 밤뿐 아니라 이 공원에 많이 오는 사람들은 유태인, 백계(白系) 노서아 사람, 서반아 사람, 인도인 들이다. 실직자, 망명객 같은 대개가 불우한 사람들이다. 갑갑한 정자간(亭子間)에서 나온 사람들이다.

*황포탄 공원의 정경

누런 황포 강물도 달빛을 받아 서울 한강(漢江) 같다. 선창(船窓)마다 찬란하게 불을 켜고 입항하는 화륜선(火輪船)들이 있다. 문명을 싣고 오는 귀한 사절과도 같다. '브라스 밴드'를 연주하며 출항하는 호화선도 있다. 저 배가 고국에서 오는 배가 아닌가, 저 배는 그리로 가는 배가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같은 달을 쳐다보면서 그들은 바이칼 호반으로, 갠지즈 강변으로, 마드리드 거리에 제각기 흩어져서 기억을 밟고 있을지도 모른다. 친구와 작별하던 가을 짙은 카페, 달밤을 달리던 마차, 목숨을 걸고 몰래 넘던 국경.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이 또 하나 있었다면 영창에 비친 소나무 그림자를 회상하였을 것이다. 과거는 언제나 행복이요, 고향은 어디나 낙원이다. 해관(海關) 시계가 자정을 알려도 벤치에서 일어나려는 사람은 없었다.

 *고향에 대한 향수

# 월병(月餠) : 달떡, 달 모양으로 둥글게 만든 흰 떡

# 노주(老酒) : 찹쌀이나 조 또는 기장 따위를 원료로 하여 만든 중국의 양조주

# 호금(胡琴) : 비파(琵琶). 현악기로 몸통에는 짐승 가죽이나 뱀껍질을 입혔다.

# 월병(月餠)과 노주(老酒), 호금(胡琴) : 떡과 술과 악기르 말하는 것으로 추석의 들뜬 분위기를 말해줌.

# 일품향(一品香) : 맛 좋은 음식을 파는 곳

# 도무장(跳舞場) : 무도장(舞蹈場). 여러 사람이 모여서 춤추는 곳

# 텅 빈 식당에서 - 않았다. : 고향을 떠난 객지면서 같은 추석 명절을 쇠는 국가에서 추석을 맞이하여 흥청거리는 사람들과는 대조적으로 외로운 자신의 심정을 떨치지 못한다.

# 노서아 : 러시아의 한자음 표기

# 서반아 : 스페인의 한자음 표기

# 누런 황포 - 한강(漢江) 같다. : 낮에 보면 이국적 풍경에 불과한 누런 황포 강물도 어둠 속의 달빛에 반짝일 때는 고국의 한강과 다를 바 없이 보여 향수에 젖게 한다.

# 화륜선 : 기선(汽船)

# 브라스 밴드(brass band) : 금관 악기를 주체로 하고 드럼과 작은 북을 곁들여서 편성한 작은 악단

# 같은 달을 - 있을지도 모른다. : 시대적 여건이나 개인적 사정에 의해 고향을 떠나 세계의 여러 곳에 산재해 있을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은 중추절인 오늘 밤은 보름달을 쳐다보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젖을 것이다.

# 영창 : ①(映窓) 방을 밝게 하기 위하여 방과 마루 사이에 내는 두 쪽으로 된 미닫이. ②(影窓) 유리를 끼운 창. 유리창

# 과거는 언제나 - 낙원이다. : 향수는 생애 가운데 가장 안락했던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충동이다. 이렇듯 과거를 추억하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 순간은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다. 이 글의 주제가 함축되어 있는 구절임.

# 해관(海關) : 항구에 설치한 관문(關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