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에                                          -노천명-

이해와 감

이 작품은, 작자가 시골에서 경험했던 여름 밤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 수필로, 여름 밤 시골집의 넓은 마당에서 펼쳐졌던 풍경을 한 장면씩 떠올리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써 내려가고 있다. 모깃불을 지핀 마당에 멍석이 깔리면 아낙네들의 다림질이 시작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맛있는 별식이 나오고, 밤이 깊어가면 아낙네들은 멍석 위에 누워 단잠에 빠진다.

이 작품은 '모깃불, 밀범벅, 반딧불, 박꽃' 등 향토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시골 여름 밤 풍경을 손에 잡힐 듯 아기자기하게 표현하여 서정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현재형 시제를 사용함으로써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

 요점 정리

◆ 성격 : 서정적, 회상적, 낭만적 경수필

◆ 특성

* 과거의 회상을 현재 시제로 서술함.

* 시간의 흐름에 따른 구성

* 감각적 표현으로 시골 밤의 운치를 그려냄.

* 향토적 소재를 사용하여 여름 밤의 정경을 묘사함.

◆ 주제시골 여름 밤의 정취

◆ 출전 : <산딸기>(1948)

◆ 관련 작품 : 정지용의 '향수'

생각해 보기

◆ 이 작품에 쓰인 현재 시제의 표현 효과

이 글은 작자가 자신이 어린 시절에 겪었던 고향의 한여름 밤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며 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시제가 아닌 현재 시제로 서술되어 있다. '별처럼 머언 얘기를 들려 주기도 한다.', '여인네들의 이야기가 핀다.', '쑥 냄새는 한층 깊어져서 가경으로 들어간다.'와 같이 이것은 여름 밤의 모습이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독자와의 시간적, 공간적 거리를 좁혀 마치 작자와 함께 그 자리에 있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해 준다.

◆ 노천명 작품에 나타나는 '고향 - 모성으로의 회귀'

노천명은 향수에 대한 집념이 남달리 강했다. 그의 의식 속에는 '어머니', '고향', '눈', '바다'는 동의어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 단어들의 상관 관계를 통해 수필의 소재를 삼았다고 할 수 있다.

고향에 대한 그의 집착은 인간이 갖는 영원한 고향으로 귀향하려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 드러난 것이다. 인간의 근본을 향해 열려 있는 원초적인 세계의 형상화로, 그의 수필 쓰기는 '유년 시절의 나'를 현재에 불러들여 자기 자신을 재확인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또 나의 뿌리인 어머니의 숨결이 있는 고향 땅으로 다가감으로써 여성이라는 인간의 성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노천명의 작품에 드러나는 고향은 그가 늘 꿈꾸어 오던 세계로, 독자에게 공동체적이고 민족의 원형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작품 읽기

앞벌 논가에서 개구리들이 소낙비 소리처럼 울어대고(청각적 심상삼밭에서 오이 냄새(후각적 심상)가 풍겨 오는 저녁 마당 한 귀퉁이에 범산넝쿨, 엉겅퀴, 다북쑥, 이런 것들이 생짜로 들어가 한데 섞여 타는 냄새란 제법 독기가 있는 것이다. 또한 거기 다만 모깃불로만 쓰이는 이외의 값진 여름 밤의 운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여름날 저녁 시골 마당의 모습

달 아래 호박꽃이 화안한 저녁이면(시골 여름 밤을 시각적으로 표현함) 군색스럽지 않아도 좋은 넓은 마당에는 이 모깃불이 피워지고 그 옆에는 멍석이 깔려지고 여기선 여름살이 다림질이 한창 벌어지는 것이다. 멍석 자리에 이렇게 앉아 보면 시누이와 올케도 정다울 수 있고, 큰 애기에게 다림질을 붙잡히며, 지긋한 나이를 한 어머니는 별처럼 머언 얘기(서정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킴)를 들려 주기도 한다. 함지박에는 가주 쪄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오란 강냉이가 먹음직스럽게 담겨 나오는 법이겠다(추측형 어미 사용).

*모깃불이 피워진 멍석 자리에서 펼쳐지는 여인네들의 모임

쑥댓불(쑥을 뜯어 말려서 단을 만들어 붙인 불)의 알싸한 내를 싫찮게 맡으며 불부채로 종아리에 덤비는 모기를 날리면서 강냉이를 뜯어 먹고 누웠으면 여인네들의 이야기가 핀다.

이런 저녁, 멍석으로 나오는 별식은 강냉이뿐이 아니다. 연자간에서 가주(갓, 이제 막) 빻아 온 햇밀에다 굵직굵직하고 얼쑹덜쑹한 강낭콩을 두고 한 밀범벅이 또 있겠다. 그 구수한 맛이 이런 대처의 식당 음식쯤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작자가 도회지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암시함. 구수한 고향의 음식은 도시의 어느 식당의 음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있다는 뜻이다. 도시 문명과 비교하여 시골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모습이 엿보인다.)

*여름 밤의 별식과 여인들의 이야기꽃

온 집안에 매캐한 연기가 골고루 퍼질 때쯤 되면 쑥 냄새는 한층 짙어져서 가경(묘미를 느끼는 고비)으로 들어간다. 영악스럽던 모기들도 아리숭아리숭하는가 하면 수풀 기슭으로 반딧불을 쫓아다니던 아이들도 하나 둘 잠자리로들 들어가고, 마을의 여름 밤은 깊어지고 아낙네들은 멍석 위에 누워서 생초(살아 있거나 마르지 않은 풀) 모기장도 불면증도 들어 보지 못한 채 꿀 같은 단잠이 퍼붓는다.(도시의 물질적 풍요와 각박한 생활에 대한 작자의 비판적 시각이 담겨 있다. 생초 모기장과 같은 물질적 혜택은 없지만 불면증과 같은 도시적인 병도 갖고 있지 않아, 시골 아낙네들이 아무런 걱정 근심 없이 꿀 같은 단잠을 잘 수 있는 것이다.)

*여인네들이 단잠에 빠짐.

쑥은 더 집어 넣는 사람도 없이 모깃불의 연기도 차츰 가늘어지고 보면(모두가 잠이 들었음을 암시함, 시간의 흐름을 나타냄), 여기는 바다 밑처럼 고요해진다(밤이 깊어감).

굴 속에서 베를 짜던 마귀 할미라도 나와서 다닐 성부른 이런 밤(고요한 밤)엔, 헛간 지붕 위에 핀 박꽃의 하아얀 빛이 나는 무서워진다.

한잠을 자고 난 애기는 아닌 밤중 뒷산 포곡새(뻐꾸기) 울음소리에 선뜩해서(놀라서) 엄마 가슴을 파고들고, 삽살개란 놈이 괜히 짖어 대면 마침내 온 동리 개들이 달을 보고 싱겁게 짖어 대겠다.

*깊어 가는 여름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