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풍경                           -박연구-

  이해와 감상

우리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사소한 문제를 접하고, 때로는 가볍게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그것을 대하는 시각과 감성의 정도에 따라 이는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이 작품은 바로 이러한 삶의 일상성이 지닌 의미를 자신의 체험을 통해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 글에서 글쓴이는 아버지가 사 오신 가짜 돌절구를 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버지의 마음을 세심하게 배려해서이다. 그리고 가짜 돌절구를 집안 장식용으로 쓰면 좋겠다는 방향으로 결정을 짓는다. 이처럼 일상적인 사소한 사건에서 사랑을 찾아내는 글쓴이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수필이다.

  요점 정리

성격 : 체험적, 회상적, 교훈적, 사색적 수필

제재 : 절구통과 모란을 산 일

주제 :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정신적 가치의 소중함

              가족 간의 사랑과 배려

특성 : 삶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일상의 사소한 문제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있다.

  생각해 보기

1.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주제 의식을 간략히 설명해 보자.

○ 아버지의 실수 → 화단의 장식용으로 사용하기로 함.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해 실수를 말씀드리지 않기로 함. → 사물에 대한 긍정적 의미의 발견, 가족 간의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

○ 나의 실수 → 꽃에 대한 세간의 물질적 평가보다 꽃이 주는 정신적인 즐거우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함. →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정신적 가치

  작품 읽기

찌는 듯 더운 날씨에 아이 할아버지는 웬 절구통을 사 오시었다. 메주콩도 찧어야 할 것이고 언제부터 벼르던 차에 좋은 돌절구통을 만났기에 들여 온 거라 말씀하시기에 자세히 보니까 가짜 돌절구였다.

이 무거운 걸 버스 종점에서부터 메고 왔다는 인부에게 절구통 값을 얼른 내 주라고 하셨을 때도 나는 차마 아버지께서 속으신 것이니 대금을 치르지 못하겠다는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다. 땀으로 뒤범벅이 된 인부의 얼굴보다도 그처럼 좋아하시는 아버지에게 사실대로 알려 드린다는 것이 죄송스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아니 계시니까 아버지가 어머니 몫의 배려까지 하시었다. 김장철이 임박하면 비싸니까 고추나 마늘을 미리 사 두라는 등 자상하신 데가 있었다. 절구통(과거 회상의 매개체)을 보니까 시골집의 나무 절구통 생각이 났다. 볼품은 없었으나 어머니의 체취가 배인 것이라서 내 마음만 같아서는 이사 올 때 가져오고 싶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사 오신 절구통은 보기는 좋게 생겼지만 사실은 시멘트를 빚어 만든 거였다. 쑥돌 색깔이 누가 보아도 의심할 수 없는 돌절구가 분명한데 …… 내 설명을 듣고 난 집사람은 어쩌면 그렇게도 부자가 닮았느냐고 핀잔이다.

지난 초여름의 일이다. 대구에서 정 선생이 올라오셨을 때 우리 동네 초입에 있는 화원을 들러 난(蘭)을 구경만 하고 나오자니 미안해서 모란 한 떨기를 샀다. 집의 화단에 심었더니 이걸 보신 아버지는 모란이 아니라 작약이라 하시면서 너무 비싸게 사 왔다고 야단을 치시던 생각이 나서 고소(苦笑)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꽃을 파는 아가씨가 분명 모란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모란과 작약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엄연히 풀과 나무의 구별이 있음에도 그걸 미처 생각하지도 않고 그 아가씨의 말만 믿고 샀던 내가 어수룩한 사람이 되고 말았으나 어느 날 아침 탐스럽게 피운 붉은 꽃송이를 보고선 비싸게 샀다는 생각이 싹 가셔 버렸던 것이다. 어쩌면 아가씨의 말도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닐는지 모르겠다. 모란을 목작약이라고 일컫고도 보면 말이다. 다만 내게는 꽃이 주는 즐거움이 중요할 따름이다.(긍정적 의미의 발견, 정신적 가치)

우리 집 작은 마당에는 담 밑으로 제법 여러 가지의 꽃나무와 화초들이 심어진 화단이 있는데 그 한 켠에 아버지가 사 오신 절구통이 놓이니 한결 시골스런 풍경의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진짜 돌로 된 절구통은 꽤나 비쌀 것이다. 내 형편에 그걸 사기는 어렵겠고 시멘트로 빚은 것이지만 미상불 없는 것보다야 낫다고 생각되었다.

시골과는 달라서 절구통 쓸 일이 별로 없으니만큼 진짜 돌이 아닌들 쉬 깨질 염려도 없다. 말하자면 실용성보다도 하나의 장식용으로 존재하면 되는 것이다.

어쩌다 절구통 쓸 일이 있어 아내가 절구질을 하면 그 옛날 나의 어머니가 시골집에서 절구질을 하시던 모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아니면 또 막내 딸아이가 소꿉놀이를 한다고 플라스틱 절구통에 절구질을 하는 시늉을 내는 귀여운 모습을 연상하게도 될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그래도 아버지께 아버지가 사 오신 절구통은 돌이 아닌 가짜 절구라고 일러드리고도 싶었다. 계속해서 물건을 속아 사 오시면 어떻게 하나 싶은 노파심 때문이다.

결국 아내와 나는 이 문제를 다시는 거론 않기로 약속을 하였다. 아버지가 사시면 얼마나 더 사실 것이며 속아 사 오신들 그 액면이 얼마나 될 것인가. 다만 연만하셔서도 자식의 생활에 마음 써 주시는 어버이의 사랑이 그지없이 소중하다는 생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