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고 싶어서                         -법정-

  이해와 감상

이 글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 결혼을 하기로 했다는 한 젊은 아가씨 이야기를 제재로 삼아 함께 살아가는 삶의 자세에 대해 성찰한 수필이다. 인간은 본래 혼자일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사회를 통해서 끊임없는 만남과 헤어짐의 인연을 맺게 된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과 늘 함께 있고 싶은 것은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의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작자는 함께 있는 삶이 역설적으로는, 혼자 있게 하는 삶이라 설법하고 있다. 함께 있는 것이란 서로를 얽어 매어 상대방을 자신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조화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작자는 숲속의 나무, 사원의 두 기둥, 거문고의 두 줄을 비유로 들어 상대방을 소유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인정해 주는 지혜를 설파하고 있다. 이 글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 깊이 음미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볼 때 작자는 늘 함께 있는 조화로운 삶이란, '시선을 같은 방향으로 돌려야'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요점 정리

성격 : 경수필, 사색적 수필, 교훈적 수필 → 관조적, 교훈적, 철학적

표현 : 삶의 철학적 의미를 담담한 어조로 서술

             평이한 문체

주제 : 함께 살아가는 삶의 자세

출전 : [영혼의 모음](1973)

  생각해 보기

◆ 수필의 철학성에 대해서

수필의 철학성은 격조 높은 지성에서 우러나오는 주제의 무게에서 온다. 그러나 그 무게는 심오한 지식이나 철학 그 자체에 의해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삶의 구체적인 현장에서 터득한 깨달음이 진솔하게 표현될 때 획득될 수 있다.

격조 있는 지성을 바탕으로 하는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철은 인생의 관조에 다름 아니다. 수필가는 자신의 체험과 관점,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얻은 이치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파악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관찰함으로써 자신이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어느 경우이든지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사상이 구체적인 제재에 녹아 있을 때,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작품 읽기

가을은 떠나는 계절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을 그 가을에 더욱 만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막혔던 사연들을 띄우고 예식장마다 만원을 사례하게 된다. 우리 절 주지 스님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이 가을에 몇 번인가 주례를 서게 될 것이다.

결혼을 두고 사람들은 여러 가지로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일생에 단 한 번 모르고나 치를 형벌 같은 것이라고 씁쓸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종족 보존을 위해서라고 제법 인류학자 같은 말을 하는 이도 있다. 혹은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선량한 상식인은 훨씬 많다.

* 가을은 떠나는 계절

여름내 보이지  않던 ㅈ양이 며칠 전에 불쑥 나타났다. 전에 없이 말수가 많아진 그는 이 가을에 결혼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평소에 결혼 같은 것은 않겠다고 우기던 그라 장난삼아 이유를 물었더니,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늘 함께 있고 싶어서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신이 나서 늘어 놓았다. 좋아하는 사람과 늘 함께 있고 싶다는, 소박하면서도 간절한 그 뜻에 복이 있으라 빌어 주었다.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과 늘 함께 있을 수 없을 때 인간사에는 그늘이 진다. 우수의 그늘이 진다.

* ㅈ양의 결혼 결심

그런데 함께 있고 싶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일 뿐, 인간은 본질적으로 혼자일 수밖에 없는 그러한 존재가 아닐까. 사람은 분명히 홀로 태어난다. 그리고 죽을 때에도 혼자서 죽어 간다. 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살아가는 데도 혼자서 살 수밖에 없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도 저마다 홀로 서 있듯이, 지평선 위로 자기 그림자를 이끌고 휘적휘적 걸어가는 인간의 모습은, 시인의 날개를 빌지 않더라도 알 만한 일이다.

사람은 저마다 업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을 따로 해야 되고 행동도 같이 할 수 없다. 인연에 따라 모였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게 마련이다. 물론 인연의 주재자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이것은 어떤 종교의 도그마이기에 앞서 무량겁을 두고 되풀이될 우주 질서 같은 것.

죽네 사네 세상이 떠들썩하게 만난 사람들도 그 맹목적인 열기가 가시고 나면, 빛이 바랜 자신들의 언동에 고소를 머금게 되는 것이 세상일 아닌가. 모든 현상은 고정해 있지 않고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

* 인간은 본질적으로 고독한 존재

늘 함께 있고 싶은 희망 사항이 지속되려면, 들여다보려고만 하는 시선을 같은 방향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서로 얽어매기보다는 혼자 있게 할 일이다. 거문고가 한 가락에 울리면서도 그 줄을 따로따로이듯이, 그러한 떨어짐이 있어야 할 것이다.

* 함께 살아가는 삶의 자세

 

* 인간은 본질적으로∼아닐까.: 혼자 태어나고 혼자 죽어 가는' 삶의 시작과 끝을 볼 때 결국은 혼자일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뜻이다.

* 숲을 이루고∼인간의 모습은: 숲은 모든 나무들이 모여 함께 있는 것 같지만 모든 나무들이 개체의 생명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비유로 들어, 세상의 무리를 이루고 있는 인간 역시 본질적으로 고독한 존재라는 철학적 주제를 '인생의 여로'라는 측면에서 설파하고 있다.

* 인연의 주재자는∼질서 같은 것. :  현세의 인간의 인연은 그가 행한 전생의 업에 따라 정해지므로 결국 인연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며 이것은 딱히 불교의 교리라기보다는 원인에 따라 결과가 정해지는 우주의 질서와 같다는 뜻이다.

* 업 :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 불교에서는 이것이 미래에 선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고 함.

* 주재자 : 사람들 위에서 일체를 관할하는 사람.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으며, 증명이나 비판 따위가 허용되지 않는 교리, 교의, 교조 등을 일컬음.

* 도그마 :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으며, 증명·비판 따위가 허용되지 않는 부동의 진리나 교리.

* 무량겁 : 끝이 없는 시간.

* 고소 : 쓴 웃음.

* 들여다보려고만∼돌려야 할 것이다.  :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서로 얽어매기에 열중할 것이 아니라, 나란히 앞을 보고 서서 '혼자'의 의미를 새겨 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 거문고가 한 가락에∼할 것이다 : 거문고 줄이 한데 엉겨 붙으면 소리가 나지 않고 사원의 두 기둥이 한데 붙어 있으면 기둥도 사원도, 모두 무너지고 만다.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여서, 서로 늘 함께 있기 위해서는 거문고 줄이나 사원의 기둥처럼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뜻의 비유적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