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트 연주자                                   -피천득-

 

  ■ 이해와 감상

이 글은 오케스트라에서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플루트 연주자가 전체의 조화를 위해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함에 빗대어서, 조화로운 사회 생활을 위해 각자의 직분에 충실할 것을 권유하는 교훈적인 수필이다.

자신의 모습은 감춰둔 채 전체를 위해 조화를 이루는 일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지은이의 삶을 사랑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의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는 작가의 안목과 더불어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나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담담하게 서술해 나간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일등만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최고만을 추구하는 현실을 생각할 때 이 작품의 가치는 다시 평가받을 수 있다.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이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또, 조화를 이뤄나간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하겠다.

  ■ 요점 정리

성격 : 경수필, 신변잡기적 수필, 교훈적 수필

표현 : 부드럽고 간결한 문체(간결체, 우유체)

주제 : 나와 남과의 조화로운 삶 추구

출전 : <산호와 진주>(1969)

  ■ 생각해 보기

1. 지휘자보다 플루트나 바순, 팀파니 연주자가 되고 싶어하는 까닭을 본문 내용을 참고하여 말해 보자.

2. <무음의 연주>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 작품 읽기

바통을 든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찬란한 존재다. 토스카니니 같은 지휘자 밑에서 플루트를 분다는 것은 또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그러나 다 지휘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에서 모두가 다 지휘자가 될 수는 없다>

오케스트라와 같이 하모니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에 있어서는 멤버가 된다는 것만도 참으로 행복된 일이다. 그리고 각자의 맡은 바 기능이 전체 효과에 종합적으로 기여된다는 것은 의의 깊은 일이다. 서로 없어서는 안 된다는 신뢰감이 거기에 있고, 칭찬이거나 혹평이거나, '내'가 아니요 '우리'가 받는다는 것은 마음 든든한 일이다.

자기의 악기가 연주하는 부분이 얼마 아니 된다 하더라도, 그리고 독주하는 부분이 없다 하더라도 그리 서운할 것은 없다. 남의 파트가 연주되는 동안 기다리고 있는 것도 무음(無音)의 연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야구 팀의 외야수(外野手)와 같이 무대 뒤에 서 있는 콘트라베이스를 나는 좋아한다. 베토벤 교향곡 제 5번 '스켈소'의 악장 속에 있는 트리오 섹션에도, 둔한 콘트라베이스를 쩔쩔매게 하는 빠른 대목이 있다. 나는 이런 유머를 즐길 수 있는 베이스 연주자를 부러워한다.

전원 교향악 제 3악장에는 농부의 춤과 아마츄어 오케스트라가 나오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서투른 바순이 제때 나오지를 못하고 뒤늦게야 따라나오는 대목이 몇 번 있다. 이 우스운 음절을 연주할 때는 바순 연주자의 기쁨을 나는 안다.

팀파니스트가 되는 것도 좋다. 하이든 교향곡 94번의 서두가 연주되는 동안은 카운터 뒤에 있는 약방 주인같이 서 있다가, 청중이 경악하도록 갑자기 북을 두들기는 순간이 오면 그 얼마나 신이 나겠는가? 자기를 향하여 힘차게 손을 흔드는 지휘자를 쳐다볼 때, 그는 자못 무상(無上)의 환희를 느낄 것이다.

   <오케스트라에서 멤버가 된다는 것만도 행복하다>

어렸을 때 나는, 공책에 줄치는 작은 자로 교향악단을 지휘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지휘자가 되겠다고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토스카니니가 아니라도 어떤 존경받는 지휘자 밑에서 무명(無名)의 플루트 연주자가 되고 싶은 때는 가끔 있었다.    

<무명의 플루트 연주자가 되고 싶다>

* 플루트 - 피리 비슷한 관악기의 하나. 3옥타브를 발음하고 부드럽고 청신한 음색을 가졌음.

* 콘서트 마스트 - 관현악의 제1바이올린의 수석 주자. 관현악곡 중의 독주부를 연주하거나 지휘자를 대신하는 등 악단 전체으 지도자 역할을 함.

* 콘트라베이스 - 바이올린 류의 현악기 중에서 최저음의 악기. 중후한 음색으로 여운이 긺   * 베토벤 교향곡 5번 '스켈소' -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C단조의 통칭. 모두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귀에 이상이 생기고, 애인과의 파국, 나폴레옹의 침공 등 시련이 겹쳤던 시기의 작품

* 트리오 섹션 - 삼중주 부분

* 하이든 교향곡 94번 - 일명 '놀람 교향곡'. 1791년 작품으로서 모두 4악장으로 이루어진 고전적 교향곡의 걸작이다. 하이든이 런던에서 작곡한 12개의 교향곡 가운데 제 3번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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