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머 니                          -김동명-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크게 두 단락으로 되어 있다. 첫 번째 단락(1~2)은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이, 두 번째 단락(3~4)은 어머니에 대한 회상이 어머니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비록 배움은 없지만 삶에 대한 긍지와 지식에 대한 큰 포부를 갖고 사신 어머니의 모습은, 곧 대범하고도 꼿꼿하신 옛 어머니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회상의 형식을 빌어 산만 구성으로 짜여진 이 작품은, 어머니의 모습을 미화하기보다 위트와 유머를 섞어 서술한 진솔한 표현, 이야기의 빠른 전개, 자신의 심정을 비유하기 위한 옛 민요의 적절한 인용 등을 통해 어머니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인간에게 있어 어머니는 언제나 영원한 안식처인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감싸주던 어린 시절의 어머니는 죽음에 이르렀을 때도 고향과 함께 그리움으로 간절하다. 이 글에서도 포근한 고향과 함께 그리운 어머니를 떠올리고 있다. 4편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글은 옛날로의 회상과 함께 떠오르는 어머니를 간결하게 그리고 있다. 이 글은 어머니의 말씀을 그대로 전달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어머니에 대한 정이 솟아나도록 생동감을 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요점정리

성격 : 경수필, 서정적 수필, 회고적

표현 : 간결하면서도 부드러운 문체

             대화와 서술을 적절히 구사하여 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제시함

주제 : 어머니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

  작품 읽기

                                         1 (타박녀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다정하신 어머니)

타박타박 타박녀야!

너 어디로 울며 가늬?

 

내 나이 어렸을 제,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혹은 ‘코쿨’ 앞에 마주 앉아 어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말하면, 달 속의 계수나무와 옥토끼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은하수 가의 견우 직녀 이야기, 천태산(天台山) 마구[麻姑] 할멈 이야기, 구미호 이야기, 장사 이야기, 신선 이야기, 그리고 ‘유충렬전(劉忠烈傳)’, ‘조웅전(趙雄傳)’, ‘장화 홍련전’, ‘심청전’ 등 고담책(古談冊) 이야기며, 이 밖에도 이루 들 수 없도록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마는, 그 가운데서도 슬프기로는 타박녀의 이야기가 으뜸이었다.

 

영영 가 버린 어머니를 찾아,

슬피 울며 타박타박 걸어가는 타박녀!

 

어디선가, 타박녀의 흐느끼는 울음소리 귓가에 들리는 듯하면, 타박타박 걸어가는 타박녀의 뒷모습이 눈앞에 서언하여, 나는 이 슬픈 환상 때문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아아, 타박녀의 울음소리,

타박녀의 뒷모습!

이것은 바로 내 눈물의 옛 고향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도 어느 사이에 어머니를 잃은 ‘타박녀’가 되었구나. 더욱이 나는 어머니와 함께 눈물도 동심도 다 잃어버린, 세상에도 가엾은 고아가 되고 말았구나!

 

                                                2 (금의환향을 손꼽아 기다리시던 어머니)

내 나이 어렸을 제, 우리들이 타관에 나와 단칸방 셋방살이로 돌아다니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어떤 날 나는 어머니에게,

“어머니는 내가 이다암에 커서 무엇이 되기를 바라나?”

(나는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반말을 썼다.)

그 때나 지금이나 다소의 과대망상증을 가진 나는 자못 자신만만하다는 듯이, 어머니의 소원을 물었다. 순간 어머니의 눈은 빛나셨다. 내 신념에 움직이신 듯――그리고 은근하신 어조로,

“강릉 군수가 되어 주렴.”

이것은 어머니의 향수. 고향으로 돌아가시고 싶은 간절한 심정이리라. 그러나 비단옷이 아니고는 돌아가시기를 원치 않으신다는 슬픈 결심이기도 하다.

아아, 어머니는 드디어 고향길을 못 밟으시고 저 세상으로 돌아가신 지 오래니, 내 이제 강릉 군수를 한들 무엇하리.

                                              3 (냉정한 비평정신을 지니셨던 어머니)

언젠가, 어머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다가 쓸쓸히 웃으시며,

“암만해도 너는 좀 못생겼어.”

이것은 내 어머니의 무서운 야심이신가. 또한, 그 냉엄하신 비평 정신의 편린이시기도 하리라.

나는 수염을 깎고 새 옷을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설 때면, 가끔 어머니의 말씀을 회상하고 고미소(苦微笑)를 흘리는 버릇을 지금도 잊지 않는다.

 

                                             4 (대언 장담을 즐기시던 어머니의 모습)

언젠가, 어머니는 방학 때에 돌아온 나를 보시고,

“너도 인젠 편지는 제법이더라. 말이 좀 까탈스러워 흠이지마는――그러나 아직도 병두(炳斗)만은 못해.” (병두는 나보다 연장인 내 조카로, 문장에 다소 능하다.)

겨우 국문을 해독하시는 정도의 어머니로, 이 얼마나 ‘건방지신’ 말씀이시뇨?

저 놀라운 긍지와 자부심의 한 끝은 여기에서도 엿보이는 듯――.

예수를 믿어 석 달 만이면, 전도(傳道) 부인이 될 수 있으리라던 어머니. 내게도 고질처럼 따라다니는, 대언 장담(大言壯談)을 즐기는 버릇이 있으니, 이것도 필경은 어머니께로부터 받은 슬픈 유산의 하나인가!

 

#마구[麻姑] 할멈 : 전설에 나오는 신선 할미. 새의 발톱같이 긴 손톱을 가지고 있었다고 함

#구미호(九尾狐) : 꼬리가 아홉이나 된다는 오래 묵은 여우

#장사(壯士) : 몸이 우람하고 힘이 센 사람

#고담책(古談冊) : 옛날 이야기 책

#슬프기로는 - 으뜸이었다. : 작자가 타박녀의 이야기를 가장 슬픈 이야기로 떠올린 까닭은, 타박녀와 마찬가지로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야말로 인간에게는 가장 큰 슬픔이기 때문이다. 이 수필의 제재가 ‘어머니’라는 사실과도 관련된다.

#나는 어머니와 - 되고 말았구나! : ‘나’는 어머니를 잃으면서 동시에 어린이의 천진함과 순진함도 모두 잃어버린 불쌍한 존재가 되었다.

#타관(他官) : 타향(他鄕)

#과대망상증(誇大妄想症) : 턱없이 과장하여 엉뚱하게 생각하는 증상

#비단옷이 - 결심이기도 하다. : 타관의 단칸 셋방살이 살림과 어려운 생활 속에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야 간절하지만 금의 환향(錦衣還鄕)이 아니면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으셨으므로 ‘슬픈 결심’이라 표현한 것이다

#냉엄(冷嚴) : 인정이 없이 가혹하고 엄함

#편린(片鱗) : 한 조각의 비늘. 사물의 극히 작은 부분

#이것은 내 - 하리라. : 어머니는 자식인 ‘나’가 잘 생겨야 한다는 무리한 욕심을 가지고 계셨던 것 같다는 뜻이다. 또 자식이라 무조건 예쁘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식의 미흡함도 정확히 집어 내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말한 것이다

#고미소(苦微笑) : 쓴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