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윤오영-

  이해와 감상

이 글은 한국 전통의 정서를 회고적인 필치로 잘 그려내고 있다. 우리의 전통적인 농촌 마을에 흔한 새였으나 지금은 씨가 져서 보호 대책이 시급해진 참새에 대한 상념이 글쓴이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나타나고 있다. 작고 보잘것없는 미물에 대해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는 가운데 우리 민족의 후덕한 정서와 풍요로운 마음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우리의 것에 대한 글쓴이의 관심, 사라져 가는 옛것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 삭막해져 버린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 등을 담담하게 잘 드러낸 데에 이 수필의 묘미가 있다.

  요점 정리

갈래 및 성격 : 경수필,  -회고적 · 성찰적-

특성

* 전통적인 것들에 대한 애착을 드러냄.

* 과거를 회상하며 현대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봄.

주제 : 우리 민족의 후덕함과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참새에 대한 상념

출전 : <곶감과 수필>(2000)

  생각해 보기

◆ 윤오영의 수필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는 수필의 정의는 누구나가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글이라는 오해를 낳았는데, 이러한 인식을 깨기 위해 윤오영은 여러 비유를 통해서 자신의 수필관을 제시하였다.

첫째, 수필을 깍두기와 같다고 했다. 흔한 재료인 무를 깍둑 썰어 양념에 무쳐 새로운 맛을 낸 음식이 깍두기인데, 이처럼 평범한 소재를 취하되 재래에 있던 여러 방법들을 이용하여 자신만의 글을 추구하여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이 수필이라고 말한다. 윤오영의 수필의 바탕을 이루는 연암 박지원의 '법고창신(法古創新 : 옛것에서 배워 왔으되 시대에 맞게 변화시켰고, 전에 없던 새것을 만들어 냈지만 법도에서 벗어남이 없다.)'이라는 산문 정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둘째, 글 쓰는 법이 양잠(養蠶)과 같다고 했다. 누에는 '뽕잎 먹기, 최면기, 탈피기'의 순서를 다섯 번이나 반복해야 비로소 고치 안에 들어앉게 되는데, 글 쓰는 이도 '왕성한 독서, 글쓰기, 사색과 회의'의 과정을 반복하며 위기를 극복해 내야만 고치 안의 누에처럼 성가(成家)한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셋째, 수필을 곶감에 비유했다. 곶감은 먼저 감의 껍질을 벗기고, 여러번 손질하여 시득시득하게 말려 하얀 시설(枾雪)이 내려앉고 난 후에 모양을 매만져 완성하게 되는데, 이처럼 수필도 문장에서 먼저 문장기(紋章氣)를 벗겨 내어 오랜 세월 동안 다듬고 성숙하게 하여 수필만의 독특한 정서가 묻어난 후 개성을 입혀서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작품 읽기

참새는 공작같이 화려하지도, 학같이 고귀하지도 않다. 꾀꼬리의 아름다운 노래도, 접동새의 구슬픈 노래도 모른다. 시인의 입에 오르내리지도, 완상가(자기가 좋아하는 대상을 아끼고 즐기는 사람)에게 팔리지도 않는 새다. 그러나 그 조그만 몸매는 귀엽고도 매끈하고, 색깔은 검소하면서도 조촐하다. 어린 소녀들처럼 모이면 조잘댄다. 아무 기교 없이 솔직하고 가벼운 음성으로 재깔재깔 조잘댄다. 쫓으면 후루룩 날아갔다가 금방 다시 온다. 우리나라 방방곡곡, 마을마다 집집마다 없는 곳이 없다.

*작고 귀엽고 조촐한 참새의 이미지

패가한 집을 가리켜 "참새 한 마리 안 와 앉는 집"이라고 한다. 또 참새 많이 모이는 마을을 복마을이라고도 한다. 후덕스러운 말이요, 이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참새는 양지바르고 잔풍(고요하고 잔잔하게 바람이 부는 곳)한 곳을 택한다. 여러 집이 오밀조밀 모인 대촌(大村)을 택하고 낟알이 풍족하고 방앗간이라도 있는 부유한 마을을 택하니 복지(행복을 누리며 잘 살 수 있는 땅)일 법도 하다. 풍족한 마을에서는 새한테도 각박하지가 않다. 언제인가 나는 어느 새 장수와 만난 적이 있었다. 조롱(鳥籠, 새장) 안에는 십자매, 잉꼬, 문조, 카나리아, 기타 이름 모를 새들도 많았다. 나는 "참새만 없네." 하다가, 즉시 뉘우쳤다. 실은 참새가 잡히지 아니해서 다행인 것을 ……. 나는 어려서 조롱을 본 일이 없다. 시골서 새를 조롱에 넣어 기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제비는 찾아와서 "논어"를 읽어 주고('논어' 위정편의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이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라는 대목을 빨리 발음하면 제비 우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까치는 찾아와서 반가운 소식을 전해 주고, 꾀꼬리는 문 앞 버들가지로 오르내리며 "머리 곱게 빗고 담배 밭에 김매러 가라."고 일깨워 주고, 또한 참새는 한집의 한 식구인데(우리 민족과 너무나 친숙한 존재였기에 한 식구와 같은 존재라고 함) 조롱이 무엇이 필요하랴. 뒷문을 열면 진달래, 개나리가 창으로 들어오고, 발을 걷으면 복사꽃, 살구꽃 가지각색 꽃이 철따라 날고, 뜰 앞에 괴석(괴상하게 생긴 돌)에는 푸른 이끼가 이슬을 머금고 있다. 여기에 만일 꽃꽂이를 한다고 꽃가지를 꺾어 방 안에서 시들리고, 돌을 방구석에 옮겨 놓고 먼지를 앉혀 이끼를 말리고 또 새를 잡아 가두어 놓고 그 비명을 향락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분명 악취미요, 그것은 살풍경(보잘것없이 메마르고 스산한 풍경)이었을 것이다.

*참새가 지닌 복스러움과 조롱 속 새에 대한 거부감

그런데 이제는 이 참새도 씨가 져서 천연기념조로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세상에 참새들조차 명맥을 보존할 수가 없게 되었는가. 그동안 이렇게 세상이 변했는가. 생각하면 메마르고 삭막하고 윤기 없는 세상이다.

달 속의 돌멩이까지 캐내도록 악착같이 발전해 가는 인간의 지혜가 위대하다면 무한히 위대하지만,(미국이 아폴로 계획을 추진하여 인간의 달 착륙과 월석 채취에 성공한 것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과학 기술의 발전을 뜻한다.) 한편 인간의 행복을 위하여 한 마리의 참새나마 다시금 아쉽고 그립지 아니한가.

*참새가 사라져 가는 세상에 대한 비판과 참새에 대한 그리움

연화봉에서 하계로 쫓겨난 양소유가 사바 풍상을 다 겪고 또 부귀공명을 한껏 누리다가, 석장 짚은 노승의 "성진아!" 한 마디에 황연대각, 옛 연화봉이 그리워 다시 연화봉으로 돌아갔다.

짹 짹 짹. 잠결에 스쳐간 참새 소리(이 글에서 '참새 소리'는 글의 전개에 따라 그 기능을 달리하고 있다. 처음에는 글쓴이의 잠을 깨우고 여러 가지 상념을 불러일으키며 과거를 회상하게 한다. 하지만 끝부분에서는 그 회상이 철학적 깨달음으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나에게 무엇을 깨우쳐 주려는 것인가. 나더러 어디로 돌아가라는 것인가. 사십 년 간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네 소리. 무슨 인연으로 사십 년 전 옛 추억 ――. 가 버린 소년 시절, 고향 풍경을 이 오밤중에 불러일으켜 놓고 어디로 자취를 감춘 것이냐. 잠결에 몽롱하던 두 눈은 이제 씻은 듯 깨끗하다.

나는 문득 일어나 불을 피워 차를 달이며 고요히 책상머리에 앉는다.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그에 따른 사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