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과 정선                                          -김병종-

이해와 감

강원도 정선 지역을 여행하면서 느낀 감회를 적은 기행문이다. 작자는 여행을 하면서 정선 아리랑을 떠올리고 이를 통해 아리랑에 담겨 있는 정서를 끌어내고 있다.

기차를 타고 정선을 가면서 이별에 대해 생각하게 된 작자는 고개를 넘어가면서 정선 아리랑을 생각하게 된다. 작자는 정선 아리랑에는 정선 지역 여성들의 삶의 고달픔이 드러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한을 표현하는 특성은 아리랑에 두루 나타나는데, 이것은 단히 한의 표현에 그치지 않고 한의 승화에까지 이른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선 아리랑은 다른 아리랑에 비해 이런 특성이 더 뚜렷하며 순하고 자연스러운 가락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요점 정리

◆ 성격 : 감상적 경수필(기행문)

◆ 특성

* 여행 중에 느낀 정서를 적극적으로 표현함.

◆ 주제정선 지방을 여행하며 느낀 감회와 정선 아리랑에 담겨 있는 한의 승화

◆ 출전 : <화첩 기행>(1999)

◆ 관련 작품 :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 서서'

생각해 보기

◆ 정선 아리랑에 얽힌 전설

아우라지 강을 사이에 두고 여량리에 사는 처녀와 유천리 총각이 사랑을 했다. 그들은 남몰래 만나 싸리골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이런 사실을 아는 이는 뱃사공 지 서방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필이면 그들이 싸리골에서 만나기로 약조한 날 밤 배도 뜰 수 없을 만큼 장마가 들었다. 두 처녀 총각은 강을 사이에 두고 애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이 사정을 아는 지 서방도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장마가 그렇게도 오래갔던지 아니면 다른 사연이 있었던지, 끝내 둘은 맺어지지 못했다고 한다. 그 후 지 서방은 뱃일을 하면서 그들의 사연을 노래했던 것이다. 지금도 아우라지 강에 가면 비록 삿대 없는 배이지만 쇠줄을 당겨 건너는 배가 있다. 또한 강 기슭에는 바람에 날리는 치맛자락을 여미고 강물을 그윽히 바라보는 '아우라지 처녀'의 동상이 서 있기도 하다.

 작품 읽기

정선 아리랑의 탯줄 아우라지 가는 길(여정), 기차는 간이역 '여량(餘糧)'에 선다. 도회지로 가는 딸을 배웅 나온 듯한 어머니가 서 있다. 어여 그만 들어가시라고, 딸은 몇 번씩이나 손짓을 보내건만 어머니는 개찰구에서 움직일 줄 모른다. 그러다가 기어이 옷고름을 눈으로 가져간다.(여량에서 본 이별하는 모녀의 모습)

증산을 떠난 기차가 잠시 머물렀던 또 다른 간이역은 그 이름이 별어곡(別於谷). 얼마나 이런 이별이 있어 왔기에 역 이름마저 '이별의 골짜기'였을까[별어곡은 '자라 별'로 표기하기도 한다.]

나를 내려 놓은 두 량(輛)짜리 기차는 제법 벌판을 흔들며 떠나가고, 떠나간 자리따라 억새풀이 일렁인다. 포플러 숲 건너편으로 반짝 물길의 한 자락이 보인다.  <중략>

*정선으로 가는 여정

태산 죽령 험한 고개 / 가시덤불 헤치고 / 시냇물 굽이 돌아 / 이 먼 길을 왜 가는가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 만사에 뜻이 없어 홀연히 다 떨치고 / 청려를 의지없이 나 혼자 떠나가네 / 십오야 뜬 달은 왜 이리 밝아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정선 아리랑'에는 어디론가 떠나는 여인의 모습이 드러나 있다. 교재에 실리지 않은 3연에서는 그 이유가 임과 헤어져 있기 때문임이 드러나 있다. 따라서, 정선 아리랑의 화자는 임과 헤어져 있는 상태로, 임에 대한 그리움으로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함을 알 수 있다.) <중략>

*정선 아리랑

고갯마루를 내려올 때 문득 아리랑 한 가락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아리랑 생각에 골몰해 있는 작자의 상상) 뒤를 돌아다 보았다. 아무도 없다. 방금 넘어 온 고갯길에 햇빛이 쏟아지고 있을 뿐이다. 유난히 고개가 많은 정선, 태백산맥 첩첩 산중 고개도 많아 '비행기재', '섬마령 고개' 다 넘어와도 '백봉령 아홉 고개' 넘다가 코가 깨진다는 말처럼 산이 많으니 자연 '고개'도 많은 것이다. 그러나 비단 산길 오르내리는 현실의 고개 만이 고개를 아닐 터이다. 변변한 땅뙈기 하나 없이 도란도란 세 끼 식사마저 자유롭지 않은 가난 속에서 삶의 무게를 지고 오르내려야 할 인생의 고갯길(힘들고 어려운 삶의 과정)인들 오죽 많았을까.(정선 사람들의 고단한 삶의 모습을 나타낸다. 정선에는 고개가 많아 산길을 오르내리기 힘든 것뿐만이 아니라 그 생활도 어려웠을 것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정선 아리랑은 그 태반이 여성들의 구전 노동요. 천여 수에 육박한다는 가사들 중에는 독백처럼 자기 심정을 노랫말로 털어놓은 것이 유독 많다. 지금은 구절리(九切里) 깊은 산 속까지 도로가 뚫려 있지만 옛날의 정선은 한번 시집오면 평생 외지로 나가기조차 어려웠던 곳이다. 삶이 너무도 고단하고 힘겨울 때마다 나를 좀 보내달라고, 아리랑 고개로 넘겨 달라고 노래로나마 애원했던 것이다.

*정선 아리랑에 담겨 있는 정선 여인들의 애환

흔히들 우리를 한 많은 민족이라 한다. 그래서 한의 노래인 '아리랑'이 우리 땅 곳곳을 적시며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것이라고. 하긴 우리 나라 아리랑은 우리 나라 산천의 토종꽃 가짓수만큼이나 많다. 백 가지 넘는 아리랑 중 아직 살아 있는 것만도 서른 개가 넘고 정선 아리랑만 해도 채집된 것만 천여 수에 육박한다고 하니, 이 나라는 가히 아리랑의 땅이요 우리는 아리랑의 민족이라 할 만하다.(우리 나라에 있는 아리랑의 수가 무척 많음은 결국 우리 민족의 정서에 아리랑이 잘 어울렸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것을 아리랑이라 할 만하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과 아리랑

그러나 아리랑은 징징 짜는 슬픔의 노래나 한의 가락만은 아니다. 단장(斷腸)의 설움마저도 한사코 가라앉히고 곰삭여 내어 마지막에는 마알갛게 우러나오게 하는 그런 화사한 민족의 노래이다.(아리랑이 단순한 한의 노래가 아닌, 그 한을 잘 가라앉히고 극복하여 초월의 경지에 이르는, 한의 승화를 보여 주는 노래임을 말하고 있다.) 사랑과 그리움과 슬픔과 이별과 놀이가 뒤섞여 있지만 거기 미움과 증오는 없다. 갈등은 있어도 원망과 비탄은 없다. 끌어안고 감쌀 뿐이다. 하물며 이데올로기 따위의 셈법이 있을 리 없다. 여기에 민족의 노래 아리랑의 위대성이 있다. 정선 아리랑은 더욱 그렇다. 그냥 자연스럽고 순한 가락이다. 박지원이 '양반전'에서 순하고 무던한 '정선 사람'을 말했지만, 정선 사람처럼 노래도 순하다.(정선 아리랑에 반영 되어 있는 정선 사람들의 특징)

*정선 아리랑에 담겨 있는 한의 승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