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土幕)                    -유치진-

● 줄거리

가난한 농부인 명서네 가족은 일본으로 돈을 벌러 간 아들 명수가 많은 돈을 부쳐 보내 주리라는 희망을 갖고 산다. 명수가 독립 운동을 하다 투옥되었다는 소식에 희망은 사라지고, 명서의 처는 정신 이상 증세를 일으킨다.

명서네의 궁핍은 더욱 심해지고, 명서의 처는 아들 명수가 종신 징역을 살지도 모른다는 말에 거의 실성 상태에 이르게 된다. 명수의 백골이 담긴 상자가 우송되어 오자 명서네 가족은 오열하며, 금녀가 부모를 위로하면서 막이 내린다.

● 감상 및 이해

이 작품은 상업주의적 대중극인 신파극에 맞서 리얼리즘을 최초로 시도한 창작 희곡이다. 따라서, 사실주의 희곡의 한 전형으로서 한국 근대극의 본격적 출발이며, 식민지 시대의 현실을 강렬하게 고발한 작품이라는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

이 작품은 1920년대 일제 강점하의 궁핍한 농촌을 배경으로 하여, 비참한 현실상과 모순을 사실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그 암울한 현실 상황은 병자(명서), 정신 이상자(명서의 처), 고향을 떠나는 유랑민(경선), 민족적 저항의 희생자(명수)와 같은 인물들을 토앻 여실히 드러난다. 한 가족이 파멸에 이르고 그로 인해 모든 희망이 좌절되는 사건의 귀결은 이러한 현실의 비극성을 심화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퇴락한 토막의 음습하고 어두운 분위기와 철저하게 가난하고 병든 명서 가족의 삶은, 단순히 한 특정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닌, 일제 통치하에 있는 1920년대와 30년대의 식민지 조선의 생생한 모습이다. 이렇듯 가난한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부터가 식민지 정책의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작가의 비판의식을 드러내 준다고 할 수 있다.

● 정리하기

갈래 → 현대극, 장막극, 사실주의극, 비극

성격 → 현실고발적, 비판적, 사실적

인물

* 명서 → 가난하고 병든 노인. 생활 능력이 전혀 없지만 가장으로서의 체통과 위엄은 잃지 않음.

* 명서의 처 → 생활력이 강한 아낙네. 아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희망을 가짐.

* 금녀 → 최명서의 딸로서 병약한 처녀. 등장 인물 중 유일하게 예지를 지닌 인물임.

* 강경선과 아내 → 명서 내외의 친구. 빈농이었으나 등짐 장수로 전락한다. 빚에 몰려 집을 빼앗기고 밤 사이에 도망가 버린다.

* 삼조 → 허황된 꿈을 안고 돈을 벌러 일본으로 건너가는 젊은이

배경 → 1920년대, 어느 가난한 농촌

출전 → <문예월간>(1931~1932)

갈등

주제일제의 가혹한 억압과 수탈의 참상과 현실 고발

특성

1) 사실주의 희곡의 전형임.

2) 상징적인 배경의 설정

3) 제목 '토막'의 상징성 → 일제의 수탈로 인해 피폐해진 우리 농촌(조국)

● 참고자료

◆ '토막'에 나타난 시대적 현실에 대한 상징성

내용

시대와 관련된 상징적 의미

다 기울어진 토막

일제의 수탈에 피폐해진 우리 조국

명서 일가의 비극

우리 민족 전체의 비극적 삶의 축소판

명수의 독립 운동

조선 민중의 일제에 대한 투쟁

명수의 죽음

조선 독립에 대한 희망의 좌절

 

◆ '토막'의 시대적 배경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되고 있는 1920년대는, 3 · 1 운동의 실패로 우리 민족이 정신적인 좌절과 실의에 빠져 있던 시기이며, 농촌 경제의 측면에서는 토지를 빼앗기고 농민들이 질곡 속으로 빠져들던 시기였다. 일제는 동양 척식 주식회사, 조선 식산 은행을 통해 일본의 농업 자본을 침투시켰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토지를 몰수하였다. 그 결과 조선인 지주는 소지주로 또는 소작농으로 가난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상환 불능한 빚에 묶여 토지와 가옥을 몰수당하기도 하였으며, 혹은 살 길을 찾아 고향을 떠나 유랑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의 명서 일가나 경선 일가의 삶은 바로 이러한 당시 시대 상황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다.

◆ '토막'과 리얼리즘의 정신

문학에서의 리얼리즘은, 그 시대의 현실을 작품 속에서 진실하고 정확하게 재현해 내는 것을 말한다. '토막'에 제시된 상황과 등장하는 인물들은, 궁핍과 피폐함이 가속화되어 가는 1920년대 일제 강점기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그 시대의 전형적 상황을 배경으로 전형적인 인물을 설정하여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하겠다. 또한, 무대 묘사라든지 인물들 각각의 대사를 통해 현실의 상세한 모습을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 의식이 엿보인다. 이런 점에서 유치진의 이 작품은 리얼리즘의 정신에 입각한 본격적인 희곡이라고 할 수 있다.

◆ '토막'의 문학사적 의미

'토막'은 우리 현대 희곡사에서 본격적인 희곡으로서 첫 작품이자, 사실주의 희곡의 첫 작품이다. 유치진의 처녀작인 동시에 대표작인 이 작품은 일제 강점하의 현실을 강력하게 고발하여 당시 무대에 올려졌을 때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30년대는 신파극의 전성기로, 예술적 감동을 주지 못하는 대중극에 식상한 당시 연극인들은 새로운 연극 또는 정통적 연극을 갈망하게 되었는데, 당시 유치진 등이 주도한 극예술 연구회는 이에 부응하여 서구의 리얼리즘 연극을 수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유치진의 '토막'은 한국 근대극의 출발이라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1930년대에 나온 유치진의 작품들은 모두 이러한 근대성과 본격극을 지향하고 있다.

● 대본 읽기

1장

    ( 무대.

    읍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명서의 집. 외양간처럼 음습한 토막집의 내부. 온돌방과 그에 접한 부엌. 방과 부엌 사이에는 벽도 없이 통했다. 천장과 벽이 시커멓게 그을은 것은 부엌 연기 때문이다. 온돌방의 후면에는 골방으로 통하는 방문이 보인다.

     왼편에 한길로 통한 출입구. 오른편에는 문 없는 창 하나. 대체로 토막 안은 어두컴컴하다.) )

명서 :

 

(혼잣말로) 집안이 허퉁한 것 같구나. 초상난 집같이……. (금녀와 그 어머니, 다시 나타나서 조용히 마루 끝에 앉는다. 금녀는 말없이 똬리 만드는 일을 시작한다. 명서는 골방으로 기어 들어간다.)

명서 처 :

(먹을 것을 끓이려고 불을 피우며) 오늘은 이래저래 일이 많이 밀렸지?

금녀 :

예.

명서 처 :

내일 장을 봐 먹으려문, 오늘 저녁은 또 밤샘을 해야겠구나.

    ( 이웃 여자 등장. )

이웃 여자 :

금녀네, 순돌네가 금방 떠났다메?

명서 처 :

왜?

이웃 여자 :

 

어이구, 저 망할 년 봐. 아무 말 없이! 내 돈 꾸어 간 것 속절없이 떼었구나. 앨 써 달걀 팔아 모은 돈을…….

명서 처 :

노자 보태 준 셈 치게나.

이웃 여자 :

금녀네, 내일 읍내 장엘 가지?

명서 처 :

그럼, 똬릴 팔아야 할 테니까.

이웃 여자 :

 

우리 집 닭 한 마리만 팔아다 주어. 순돌네한테서 돈을 받아 영감 제사에 쓸랬더니, 이건 또 생닭을 한 마리 팔아야겠는 걸.

금녀 :

(부엌에서 먹을 것을 가지고 나와) 아버지, 이거.

명서 :

뭐냐?

금녀 :

쌀물. (아버지에게 떠 먹인다.)

이웃 여자 :

 

 

(매달아 놓은 똬리를 보고) 이렇게 제 손으로 맹그는 일이믄 속이나 안 타겠지. 우린 닭의 새끼 궁둥이만 들여다보고 살려니까, 애가 타서 못 하겠어. 그래두 하루 한 알씩이나 낳아 주면 시원하겠지만, 제에기, 어떤 눔은 사흘 나흘씩 걸르기가 예사란 말야.

명서 처 :

 

(힘없이 웃으며) 허허허……. 남의 궁둥이만 바라고 사는 팔자두 상팔잔 못 되겠군. 허지만 우리 집 금녈 봐. 이거 맹그느라구 햇볕을 못 봐서…….

이웃 여자 :

그래도 금녀네헌텐 일본 간 아들이 있잖어?

명서 처 :

허허허……아들?

명서 :

오늘두 우편 배달부가 안 지나갔지?

금녀 :

 

읍내에서 다녀 그런지, 배달이 노상 질정(갈피를 잡고 헤아려서 작정함)이 없어유. 낮에두 왔다, 밤에두 지나갔다 하면서…….

명서 처 :

(신문지를 내뵈며) 참, 이것 좀 봐 주구려. 정말 우리 명수 같은지…….

이웃 여자 :

뭔데?

명서 처 :

 

여기 우리 명수 화상허구 이름이 백혔다나. 그래두 난 믿질 못하겠어. 어찌 보문 내 자식 같기두 허지만, 자세히 뜯어보문 볼수록 눈만 어슴푸레해지고…….

명서 :

(다 먹고 나앉으며) 또 시작이군.

명서 처 :

자네는 그 애 얼굴을 알지? 그 애 날 때 몸도 풀어 주구, 그 애 클 땐 업어두 주구 했으니…….

이웃 여자 :

허지만, 그 애 못 본 지가 이럭저럭 연 일곱 해나 됐으니, 그새 좀 변했겠나.

명서 처 :

그래두 그 애 피색은 없지? 그렇지?

이웃 여자 :

왜 이렇게 사진이 희미해?

명서 처 :

내가 늘 지니고 다녀서 손때가 묻어 그럴 거야.

이웃 여자 :

 

내 눈으로두 어찌 보문 같은 피색이 있기도 헌데, 어찌 보문 아주 달르기두 허구……. 대체 이걸루는 이렇다 저렇단 말은…….

명서 처 :

 

암, 그렇구말구! 나 역시 믿을 수 없어. 하늘이 무너진다는 소릴 믿으문 믿었지, 어떻게 이걸 믿는담. 머리끝이 바로 서는 이 무서운 사연을…….

이웃 여자 :

무서운 사연이라니?

명서 처 :

맙시사! 당치도 않은! 이 조선 천지에 그런 일이 있어서 어쩔려구.

이웃 여자 :

어찌 됐어? 내게 좀 들려주구랴.

명서 처 :

……뭐라던가? 에그, 정신 봐! 얘 금녀야, 그 뭐라더라, 네 오빠 했다는 것 말야.

금녀 :

또 그런 얘길…….

이웃 여자 :

한 이웃에 살면서, 피차에 기울 게 뭐냐?

명서 처 :

얘, 갑갑하다. 이 에미한테 한 번만 더 들려주렴. 그 구장이 하구 간 소리 말야.

금녀 :

그런 맹탕 거짓말이래두.

명서 처 :

뭐?

금녀 :

 

윗마을 오빠의 친구에게 알아봤더니, 오바 헌 일은 정말 훌륭한 일이래요. 우리두 이런 토막살이에서 죽지 말구, 좀더 잘 살아 보자는…….

명서 처 :

그럼 그렇지. 그래, 종신 징역을 산다는 건 정말이라디?

이웃 여자 :

종신 징역?

명서 처 :

거짓말야! 거짓말야! (미친 듯이 부르짖는다.)

금녀 :

암, 거짓말이죠!

명서 처 :

 

 

 

 

종신 징역이라 감옥에서 죽어 나온단 말 아냐? 젊어서 새파란 그가! 금지옥엽 내 자식이! 내겐 아무래도, 아무래도 믿을 수 없는 일야! 그런 청천에 벼락 같은 일이 우리 명수의 신상에 있어 어쩔랴구! 신문에만 난 걸 보구 그걸 우리 명수라지만 그런 멀쩡한 소리가 어딨어? 이 넓은 팔도 강산에 얼굴 같은 사람이 없구, 최 명수란 이름 석 자 가진 사람이 어디 우리 자식 하나뿐일 거라구? 이건 누가 뭐래두 난 안 믿어.

금녀 :

 

 

 

 

어머니, 이러시다가 병이나 나시문 어떻게 해유? 설사 오빠가 죽어 나온대두 조금도 서러울 건 없어유. 외려 우리의 자랑이에유. 오빠는 우릴 위해서 싸웠어유.(금녀는 오빠에 대해 민족적,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 <중략> 전보다 몇 배나 튼튼한 장부가 되어 오실 거야. 여기를 떠날 때만 해두, 오빠는 나무를 하거나 끌밭을 매거나 남의 두 몫은 했었는데, 지금쯤은 어머니, 오빤 얼마나 대장부가 됐겠수?(어머니를 향한 금녀의 위로)

명서 처 :

 

 

 

 

…… 옳아! 그놈은 몸도 크구 기상도 좋았겠다! 그놈이 지금은 얼마나 훌륭한 장골이 됐겠니? 제 어미도 몰라보게 됐을 거야. …… 아아, 명수야! 이제 명수가 저 사립문에 나타나서 장부다운 우렁찬 목소리로 이 어미를 부르고, 떠벅떠벅 내 앞으로 걸어와서 그 억센 손으로 이 여윈 팔목을 덜컥 붙잡을 것이다. …… 그러면 이 토막에도 서기(瑞氣)가 날 거야.(딸의 말에 고무된 명서 처가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대목이다. 명서 처의 정신 이상은 이 작품의 비극성을 심화시키는 구실을 한다.)

금녀 :

 

아무렴, 서기가 나구말구! 이 어두운 땅도 환해질 거예유.(조국의 광복을 상징) …… 그러면 어머니는 똬리 파시노라구 거리거리로 떨고 다니실 필요도 없을 거구 …….

이웃 여자 :

 

나는 암탉 궁둥이만 들여다보구 맘을 졸이잖아두 좋구.(암탉이 낳은 달걀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음.)

명서 처 :

 

 

 

 

아이구 금녀야! 우린 이런 형상으루 어떻게 우리 명수를 만나니? 이렇게 찌들어진 형상으루! 네 오빠를 맞이하기엔 이 집은 너무 누추하구나. 금녀야, 우리는 집 안을 치우고 몸을 단속하자. 이런 꼬락서니로 우리 명수를 만나서는 안 된다. 얘야, 이리 와서 머리를 빗어라. 기름두 남았지? 사립문에는 불을 켜구…….(귀한 사람은 명수를 의미하고, 불은 '희망'을 상징한다. 곧 명수가 희망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귀한 사람이 들어올 때 집 안이 컴컴해선 못 쓰느니라.(귀한 아들을 정성스럽게 맞고자 함.)

금녀 :

(어머니의 미친 듯이 서두는 양을 바라보고 있는 금녀의 눈에는 일종의 공포의 빛이 감돈다.)

    ( 바람소리 )(효과음으로, 비극적 상황을 한층 더 강조하는 기능을 함. 허름하게 다 쓰러져 가는 토막을 스쳐 가는 밤바람 소리는 극의 분위기를 스산하면서도 어둡고 침울하게 만들어, 금세라도 어떤 사건이 벌어질 것 같은, 불행을 예고한다.)

명서 처 :

 

금녀야, 뭘 하니? 빨리 머리를 풀어라. 에미는 불을 킬 테니까.(명수가 죽어 돌아오리라는 것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사람이 죽으면, 발상이라고 하여 상제가 머리를 풀고 울어서 초상난 것을 알리는 풍속이 있다)

금녀 :

(불안한 듯이 어머니만 꼭 바라보고 섰다.)

이웃 여자 :

좀 답답해서 저러겠니? 보고 있는 나까지 속이 졸이는구나.

금녀 :

 

 

오빠 생각만 나문 저러신대유.(명서 처의 실성한 증세가 이전부터 있어 왔음을 알 수 있음) 그러던 중에두 오늘은 유달리 심허신 걸유. 난 어쩐지 …….(금녀의 불안감을 드러냄. '오빠 생각', '오늘은 유달리' 등을 통해서 앞으로 진행될 사건이 명수에 대한 불길한 소식으로 이어지리라는 것을 암시함.)

이웃 여자 :

 

당찮어! 무슨 그런 엉뚱한 생각을! 그러지 말구 네가 어머니 위로를 잘 해 드려라. 위로해 드릴 사람이래야 너밖에 더 있냐?

금녀 :

 

아무리 위로한댔자 소용없어유. 그리고 내게는 뭐라구 위로해 드릴 말두 없구. 다만, 이 증세가 속히 지나가기만 바랄 뿐이지.

이웃 여자 :

 

 

 

하기야 그렇겠지. 무슨 말이 저 거친  마음에 위안이 되겠니. 마치 게 등에 소금 칠이지.(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으로, 풍유법에 해당함. 게의 껍질을 깨지 않고 그 등에다 소금을 아무리 뿌려도, 게의 살에 간이 밸 리가 없다는 데서 나온 속담이다.) (사립문 등불을 다는 명서 처에게) 금녀네, 과히 상심치 말게나. 아들 생각다가 지레 죽겠네. (퇴장)

명서 :

(골방에서 얼굴을 내밀고) 대체 이게 웬일이야? 왜 이리 야단들을 해?

명서 처 :

귀한 사람이 와유.

명서 :

미쳤수! 방정맞게 이렇게 허문 되려 집안의 우환(명수의 죽음을 암시)을 사는 거여.

명서 처 :

귀인이 온다는데 무슨 잔소릴 …….

    ( 바람 소리 인다. )

남자의 소리 :

사람 있수, 이 집에?

명서 처 :

 

이애 금녀야, 네 오빠 소리 아니냐? 그렇지! 너두 들었지? 오오, 명수야. 명수가 왔다. 그놈이 왔다. (명서에게) 자, 내 말이 거짓말인가 봐요.(명서 처의 고조된 기대감이 드러남.)

명서 :

…… 이상헌 걸.

남자의 소리 :

여보!

명서 처 :

금녀야, 빨리 사립문을 열어 귀인을 맞아라. 얼른!

금녀 :

어머니 무서워!

명서 처 :

에그, 병신 같으니! 그럼, 같이 가자. (모녀, 다소 공포에 떨면서 입구 쪽으로 나간다.)

남자의 소리 :

이 집에 최명서란 사람 있소?

명서 처 :

일본서 왔수?(일본에 간 아들 명수와 관련이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

남자의 소리 :

그렇소.

명서 처 :

일본서?

    ( 그 때에 사립문을 박차는 듯이 한 남자 안으로 들어선다. 그는 우편 배달부다. 소포를 들었다. )

배달부 :

(들어서며) 왜 밖에 문패도 없소?(누추한 토막에 문패가 있을 리가 없음.)

모녀 :

(무언(無言)) (자신들의 처지에 대한 인정)

배달부 :

빨리 도장을 내요.

명서 :

도장?

명서 처 :

(금녀에게 의아한 듯이) 너의 오빠가 아니지?

금녀 :

배달부예유.

명서 :

(실망한 듯이) 칫!

배달부 :

 

얼른 소포 받아 가요! 원, 무식해도 분수가 있지. 빨리 도장을 내요.(고압적인 언행으로 명서네 가족을 무시함)

명서 :

(반항적 어조로) 내겐 도장 같은 건 없소.(가난하고 피폐한 삶)

배달부 :

그럼, 지장이라도 …….

명서 :

(떨리는 손으로 지장을 찍는다. 배달부 퇴장) (아들에 대한 불길한 예감으로 손이 떨리고 있다)

명서 처 :

음, 그 애에게서 물건이 온 게로구먼.

명서 :

뭘까?

명서 처 :

 

세상에, 귀신은 못 속이는 게지!(아들의 좋은 소식을 굳게 믿고 싶은 심정) 오늘 아침부터 이상한 생각이 들더니, 이것이 올려구 그랬던가 봐. 당신은 우환이니 뭐니 해도 …….

명서 :

(소포의 발송인의 이름을 보고) 하아 하! 이건 네 오래비가 아니라 삼조가 …….

명서 처 :

 

아니, 삼조가 뭣을 보냈을까? 입때 한 마디 소식두 없던 애가 …….(소포를 끌러서 궤짝을 떼어 보고)

금녀 :

(깜짝 놀라) 어머나!

명서 처 :

(자기의 눈을 의심하듯이) 대체 이게 …… 이게? 에그머니, 맙소사! 이게 웬일이냐?

명서 :

 

(되려 멍청해지며, 궤짝에 쓰인 글자를 읽으며) 최명수의 백골.(시나리오였다면 클로즈업이나 인서트로 처리되어야 할 것을 대사로 표현한 것이다. 희곡이 가지는 제약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금녀 :

오빠의?

명서 처 :

 

그럼, 신문에 난 게 역시! 아아, 이 일이 웬일이냐? 명수야! 네가 왜 이 모양으로 돌아왔느냐! (백골상자를 꽉 안는다.)

금녀 :

오빠!

명서 :

 

 

나는 여태 개 돼지같이 살아 오문서, 한 마디 불평두 입 밖에 내지 않구 꾸벅꾸벅 일만 해 준 사람이여. 무엇 때문에, 무엇 때문에 내 자식을 이 지경을 맨들어 보내느냐? 응, 이 육실헐 눔들! (일어서려고 애쓴다.) (일제 강점기에 학대받고 살던 민족 전체의 비참한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금녀 :

(눈물을 씻으며) 아버지! (하고 붙든다.)

명서 :

놓아라! 명수는 어디루 갔니? 다 기울어진 이 집을 뉘게 맽겨 두구 이눔은 어딜?

금녀 :

아버지! 아버지!

명서 :

 

 

(궤짝을 들구 비틀거리며) 이놈들아, 왜 뼉다구만 내게 갖다 맽기느냐? 내 자식을 죽인 눔이 이걸 마저 처치해라! (기진하여 쓰러진다. 궤짝에서 백골이 쏟아진다. 밭은 기침! 한동안) (일제에 대한 명서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이것은 명서 개인의 분노라기보다는 당시 우리 민족 전체으 분노로 확대 해석할 수 있다.)

명서 처 :

 

 

(흩어진 백골을 주우며) 명수야, 내 자식아! 이 토막에서 자란 너는 백골이나마 우리를 찾아 왔다. 인제는 나는 너를 기다려서 애태울 것두 없구, 동지 섣달 기나긴 밤을 울어 새우지 않아두 좋다!(아들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반어적으로 표현함.) 명수야, 이제 너는 내 품 안에 돌아왔다.

명서 :

…… 아아, 보기 싫다! 도루 가져가래라!(아들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는 아버지의 심리)

금녀 :

 

 

 

 

아버지, 서러 마세유. 서러워 마시구 이대루 꾹 참구 살아가세유. 네, 아버지! 결코 오빠는 우릴 저 버리진 않을 거예유.(조국의 광복이 반드시 올 것임을 함축함) 죽은 혼이라두 살아 있어, 우릴 꼭 돌봐 줄 거예유. 그때까지 우린 꾹 참구 살아가유. 예, 아버지! (서러움을 참고 견디자고 아버지에게 권유하는 금녀의 대사이다. 이 말은 고통을 참고 견디면 반드시 조국 광복의 날이 오고야 말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금녀는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예지를 지닌 인물이다.)

명서 :

…… 아아, 보기 싫다! 도루 가지고 가래라!

    ( 금녀의 어머니는 백골을 안치해 놓고, 열심히 무어라고 중얼거리며 합장한다.)

    ( 바람 소리, 적막을 찢는다. )

    - 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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