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가(五友歌)                     -윤선도-


         
                                                         
                                 <고산유고 中 '산중신곡'>

 [ 현대어 풀이 ]

◆ 제1수

내 벗이 몇인가 하니 물, 돌, 소나무, 대나무로다. / 동산에 달이 뜨니 그 더욱 반갑구나. /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면 무엇하리.

◆ 제2수

구름 빛깔이 깨끗하다고는 하지만 검기를 자주 한다. / 바람 소리가 맑다고는 하지만 그칠 때가 많도다. / 깨끗하고도 그칠 때가 없는 것은 물뿐인가 하노라.

◆ 제3수

꽃은 무슨 일로 피자마자 곧 지고, / 풀은 어찌하여 푸르러지자마자 곧 누런 빛을 띠는가? / 아마도 변하지 않는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 제4수

따뜻해지면 꽃이 피고 추우면 잎이 떨어지는데, / 소나무여, 너는 어찌하여 눈과 서리를 모르느냐? / 깊은 땅 속까지 뿌리가 곧게 뻗은 줄을 그것으로 알겠구나.

◆ 제5수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이, / 곧기는 누가 시켰으며 속은 어찌 비어 있느냐? / 저러고도 네 계절을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 제6수

작은 것이 높이 떠서 온 세상을 다 비추니 / 밤중에 밝은 빛이 너만한 이 또 있느냐? / 보고도 말을 하지 않으니 내 벗인가 하노라.

 [ 이해와 감상 ]

이 작품은 고산 윤선도가 56세 때 유배 생활에서 돌아와 해남 금쇄동에 은거할 무렵에 지은 6수로 된 연시조로, '산중신곡'에 들어 있다. 첫째 수는 뒤에 나올 다섯 수에 대한 소개를 하는 서사이고, 둘째 수는 물, 셋째 수는 바위, 넷째 수는 소나무, 다섯째 수는 대나무, 여섯째 수는 달을 각각 친근한 벗으로 표현함으로서 사물에 대한 작가의 짙은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은 우리말의 어휘와 어미, 문장 등을 잘 다듬는 시인의 언어적 감각에 의해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 있으며, 자연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사상과 정신이 잘 응축되어 있다. 특히,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어우러진 물아일체의 경지를 잘 그려 내고 있다. 작가에게 영원불변의 자연물은 심미적 대상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덕성을 유추해 냄으로써 유교적 이념을 표방하는 매개물로 예찬되고 있다.

 

◆ 제1수

'오우가'의 서시로서 초 · 중장은 문답식으로 다섯 벗을 나열하여 자연과 벗이 된 청초하고 순결한 자연관을 우리말의 장점을 잘 살려 세련되게 표현하였다. '또 더하야 머엇하리'에서 작가의 동양적인 체념관을 발견할 수 있다.

◆ 제2수

물의 영원성을 기린 노래로, 구름과 바람은 가변적이요 순간적이라 한다면, 물은 영구적이다. 물은 구름이나 바람과 달리 깨끗하고 항시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산이 좋아하는 소재이고, 예로부터 지자는 요수라 했으니, 고산의 요수하는 심정을 담은 이 시조는 끊임없이 바라는 지적 추구의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 제3수

바위의 변하지 않는 생명성을 찬양한 노래로, 꽃이나 풀이 가변적이고 세속적이라 한다면, 바위는 영구적이요 철학적이다. 꽃이나 풀이 부귀영화의 상징이라면, 바위는 초연하고 달관한 군자의 모습으로, 바위는 동양미의 진수와 통하는 것이다.

◆ 제4수

소나무의 변함없는 푸르름에서 꿋꿋한 절개를 느끼고 찬양한 노래로, 소나무는 역경에서도 불변하는 충신 열사의 상징으로 여기며, 예로부터 소나무는 충신 열사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하는 소재로 여기에서도 절의의 상징으로서의 소나무를 칭송하면서, 그 이면에는 자신의 강직한 고절(高節)을 나타내고 있다.

◆ 제5수

대나무의 푸름을 찬양하여, 아울러 그가 상징하는 절개를 나타낸 것이다. 대나무는 사군자의 하나로 옛 선비들의 굳은 절개를 상징하는 상징물로서 사랑을 받아온 것이다.

◆ 제6수

달은 인간의 원형 심리에 뿌리를 둔 문학적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달을 노래한 것인데, 달이란 작은 존재로 장공(長空)에 홀로 떠서 세상만 비출 뿐 인간의 미, 추, 선, 악을 꼬집지도 헐뜯지도 않아 좋다고 했다. 이는 병자호란 때 왕을 호종(扈從)치 않았다고 해서 반대파들로부터 논척을 받고 영덕에 유배되기까지 한 고산으로서는 말없이 장공에 떠서 보고도 말 아니하고 오직 세상만 골고루 비춰주는 달만이 벗이라고 할 만하며, 달은 또한 정읍사나 정과정에 등장하는 절대자의 역할과 같은 것으로 자신의 깊은 심중을 알아주는 이로 등장하고 있다.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절대자적 위치에 있는 벗으로 통하고 있다.

 

◆ 인간의 덕성으로 본 자연물의 성정

* 제1수 : 수석과 송죽에 달을 더하여 지상에서 천상으로 시선을 넓혀 작가의 인식 범위 또한 넓히고 있다. '또 더하여 무엇하리'는 '분수'와 '만족'을 이르는 표현으로 동양적 체(諦:깨달음, 머무름)관을 보여준다. 소유에 대한 의식을 지양하고 자연물을 통한 자연 친화, 물아 일체적 경지를 드러낸다.

* 제2수 : 물은 구름과 바람에 대비되는 긍정적인 대상이다. 상대적으로 구름은 변하고 바람은 그치는 때가 많다고 해서 부정적인 대상으로 본다.

* 제3수 : 꽃과 풀은 가변적이며 순간적이다. 바위는 화려하지도, 외부에 흔들리지도 않는 굳건하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 주며, 의지와 생명의 영원함을 대변한다.

* 제4수 : 눈서리 속에서도 늘 푸르른 것을 보고 그 뿌리가 깊은 것을 알겠다고 하며, 외적인 시련에도 변치 않고 흔들리지 않는 성질을 예찬하고 있다.

* 제5수 : 작가의 성정을 대나무에서 발견하여 대나무의 특질을 독특하게 표현하고 있다.

* 제6수 : 달은 하늘에서 만물을 두루 비추면서 비방과 논란을 일삼지 않는다. 침묵하고 포용하는 달의 덕을 자신의 성정에 비추고 있다.

 [ 정리 ]

◆ 형식 및 성격 : 평시조, 연시조(전6수), 자연친화적 예찬시

◆ 구성

* 제1수 : 서시 - 다섯 벗의 소개

* 제2수 : 물 - 영원한 물

* 제3수 : 바위 - 변하지 않는 바위

* 제4수 : 소나무 - 추운 계적에도 변치 않는 절개

* 제5수 : 대나무 - 곧고 겸허한 푸른 절개

* 제6수 : 달 - 광명과 과묵함

◆ 표현

① 물, 바위, 소나무, 대나무, 달을 마치 사람인 것처럼 여기고 그들의 속성을 사람이 가져야할 덕목으로 치환함.

② 대상에 대해 예찬하는 어조로 각 수를 마무리하고 있음.

③ <제1수>는 서사로 다섯 벗을 소개하고 나머지 다섯 수에서 물, 바위, 소나무, 대나무, 달 등의 다섯 벗의 특성을 예찬하고 있어 모두 6수로 이루어진 연시조의 형식임.

◆ 문학사적 의의 : 윤선도가 해남에서 은거하고 있을 때 지은 연시조로, 다섯 개의 자연물을 등장시켜 자연물이 지닌 속성을 예찬함으로써 인간이 지녀야 할 덕목을 제시한 작품. 자연을 예찬하는 듯하면서도 인간의 품성을 떠올리게 하는 수법이 탁월하여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비교적 잘 살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음.

◆ 주제 : 다섯 자연물(水·石·松·竹·月)의 덕을 예찬함.

 

◆ 산중신곡(山中新曲)

1642년(인조 20) 윤선도가 지은 연시조. <고산유고> 권 6에 수록되어 있다. 작가가 전라남도 해남의 금쇄동에서 지은 시조로 모두 18수이다. 곧, <만흥> 6수를 비롯하여 <조무요(朝霧謠)> · <일모요(日暮謠)> · <야심요(夜深謠)> · <기세탄(饑世嘆)> 각 1수, <하우요(夏雨謠)> 2수 및 <오우가(五友歌)> 6수이다.

윤선도는 성산 현감에서 파직되어 고향으로 돌아와 있다가 병자호란 때에 의병으로 출정하였다. 그러나 화의가 된 뒤 임금의 환도에 즉시 문안하지 않았다 하여 경상북도 영덕으로 귀양가게 되었는데, 풀려나온 뒤의 심정을 노래한 것이 <산중신곡>이다.

특히, <만흥> 6수에는 벼슬하지 않고 자연 속에 파묻혀 사는 것을 작자의 분수에 맞는 일이라고 자위하면서, 애써 자신의 울분을 달래는 쓰라린 마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인간 세계에서 소외된 작자의 고독을 절실하게 드러내어 말하기도 하였다. 결론에 해당하는 제6수에서는 임금의 일을 도와 충성을 바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조무요> · <하우요> · <일모요> · <야심요> · <기세탄>은 모두 상징적인 표현을 써서 당대의 정치 현실의 암흑상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기세탄>에서는 환자(還子)의 폐해를 시운으로 돌림으로써 현실을 왜곡되게 바라보는 계층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오우가>는 자연을 탐구자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 자연 속에서 인간적 윤리를 발굴해 보이고 있다. 여기서 '물 · 바위 · 솔 · 대 · 달'의 다섯 가지 자연물은 긍정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 선택된 것이다. '구름 · 빛 · 바람소리 · 꽃 · 풀 · 잎 · 나무'는 부정적 가치를 지닌 자연물로 '물 · 바위 · 솔 · 대 · 달'에 대비되어 나타난다.

즉, 전자는 유교의 실천 덕목인 청결성 · 항상성 · 의연성 · 강직성 · 중용성 · 통달성 · 고고성 · 겸선성 · 침묵성을 표상하는 데 반해, 후자는 그 반대지향인 혼탁성 · 일시성 · 응변성 · 편벽성을 표상한다. 그렇기 때문에, '물 · 바위 · 솔 · 대 · 달'의 다섯 가지 자연물을 벗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달'에서 표상된 관념인 겸선성이 여타의 관념보다 더 가치가 있음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요컨대, <산중신곡>에는 작자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집약적으로 표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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