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천을 팔랴 하고 ~                           -조찬한-



                                                         
                                 <청구영언, 해동가요>

 [ 현대어 풀이 ]

  • 빈천(가난하고 천함)을 팔고자 하여 권세 있는 집안에 들어가니
  • 덤 없는 흥정을 누가 먼저 하자고 하리.
  • 강산과 풍월을 달라고 하니 그건 그렇게 못하리.

 [ 이해와 감상 ]

빈천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얻는 부귀영화는 차라리 빈천만도 못한 것이다. 더욱이 이 시조의 작가와 같이 강산풍월을 벗하여 그 속에서 지락을 누리고 있는 사람의 눈에는, 권세니 부귀니 하는 것은 한푼어치의 가치도 없는 것일 것이다. 작가는 짐짓 빈천을 팔려고 권세가의 집을 찾았다고 하나, 권세가 얼마나 무가치한 것인가를 다시 확인하려는 심정에서였을 것이다. 그것은 달리 말하면 자연 속에서 청복(淸福)을 누리고 있는 자기의 생활이 어떤 권세가의 생활보다도 더 행복하다는 것을 자신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강산풍월을 달라고 하니 펄쩍 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그리 못하리."하고 손을 저으며 자신의 안주처인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현실을 부정하고 자연에 귀의하여 사는 즐거움을 풍자적으로 나타낸 시조이다.

 

가난하고 천하게 사는 것이 하도 지긋지긋해서 그것을 팔아보려고 돈 있고 권세 있는 집안을 찾아갔더니, 주는 것 없는 흥정, 불리한 흥정을 그 누가 먼저 하려고 하겠는가. 아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다. 그러던 차에 하필이면 강산풍월과 바꾸자고 하는데, 그것만은 안 되겠다. 빈천을 못 팔망정 강산풍월을 넘겨 줄 수는 없다. 강산풍월만은 돈이나 권세와도 바꿀 수가 없다. 옛 사람들은 이런 사람을 '풍월주인'이라고 불렀다. 빈천과 부귀영화, 권문세가에서 빈천을 사려고 할 리가 없다. 그러나 강산풍월만은 그도 가지고 싶었던 모양이다. 빈천을 안고 살아도 강산풍월이면 된다는 사람, 요즘에는 별로 없겠지만 지난날의 우리 선인들은 그것을 낙으로 삼았다. 금수강산의 아름다운, 복 받은 풍토가 그렇게 시킨 모양이다.

 [ 정리 ]

◆ 형식 및 갈래 : 평시조

특성

* '빈천'이나 '강산, 풍월' 등 관념적인 대상을 사고 팔 수 있는 구체적인 대상으로 표현함.

* 종장의 '강산과 풍월'은 화자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해도 지켜내고 싶은 '자연'을 뜻함.

* 가난을 벗어나고는 싶으나 자연을 버릴 수 없는 마음이 더 큰 정서를 드러냄.

◆ 주제 : 가난을 벗어나는 것과 바꿀 수 없는 자연

문학사적 의의 : 가난을 벗어나려고 권세 있는 집안에 들어가 벼슬을 얻고자 하는 선비들이 있던 시절, 가난은 벗어나고 싶으나 차마 자연 속에서 사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조찬한의 풍류가 느껴지는 작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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