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흥(漫興)                                         -윤선도-

     

               
     

 [현대어 풀이]

  • 자연 속 바위 아래에 초가집을 짓고 살려고 하니 / 그런 나의 뜻을 모르는 사람들은 비웃고들 있지만 /  (나처럼) 어리석고 시골뜨기의 마음에는 (이렇게 사는 것이) 나의 분수에 맞는 것이라 생각하노라.
  • 보리밥과 풋나물을 알맞게 먹은 뒤에 / 바위 끝 물가에서 실컷 노니노라. / 그밖에 나머지 일이야 부러워할 것이 있겠는가?
  • 술잔을 들고 혼자 앉아서 먼 산을 바라보니 / 그리워하던 님이 온다고 한들 반가움이 이보다 더하겠는가 / (산이 비록) 말하거나 웃거나 하지 않아도 나는 그저 좋아하노라.
  • 누군가가 (자연이) 삼공보다 낫다고 하더니 만승(천자의 지위)이 이만하겠는가? / 이제 생각해보니 소부와 허유가 영리하였도다. / 아마도 자연속에서 노니는 즐거움은 비교할 데가 없어라.
  • 내 천성이 게으른 것을 하늘이 아시고서, / 인간 만사를 하나도 맡기지 않으시고, / 다만 한 가지 다툴 것이 없는 강산을 지키라고 하시도다.
  • 강산이 좋다고 한들 내 분수(능력)로 이렇게 편안히 누워 있겠느냐. / 이 모든 것이 임금의 은혜임을 이제야 더욱 알 것 같도다. / 하지만 아무리 갚고자 하여도 할 수 있는 일이 없구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자연 속에서 자연과 친화하며 사는 삶을 노래하고 있다. 세속과 떨어져 자연 경치를 완상하며 살아가는 은거자의 삶이, 부귀공명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에 비해 월등히 낫다는 가치관과 자부심을 여실히 드러내는 연시조로, 조선시대 선비의 이상인 안빈낙도(安貧樂道)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고산 윤선도가 병자호란 때 왕을 호종(임금의 거가를 모시고 따라감)하지 않았다 하여 경상도 영덕에 유배되어 있다가 풀려나, 해남의 금쇄동에 은거하고 있을 때 지은 것으로, <산중신곡>에 수록되어 있는 6수로 된 연시조이다. 이 <만흥> 6수에는 벼슬하지 않고 자연 속에 사는 것이 자기의 분수에 맞는 일이라고 자위하고 있으며, 한문투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우리말의 묘미를 잘 살리고 있다. 윤선도는 시어의 아름다움과 형상적인 구조로 시조 문학의 절정을 이루어 낸 작가로 평가받는다.

 [ 정리 ]

: 평시조, 연시조, 한정가(閑情歌)

◆ 표

① 설의법, 한문투의 표현이 거의 없고,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살림.

② 겸양의 미덕과 함께 현실에 대한 체념적 태도를 부분적으로 드러냄.

작가의 안분지족하는 삶의 자세가 드러나 있고, 물아일체의 자연친화정신이 잘 나타나 있음.

◆ 구성

-. 제1수 → 안분지족의 삶

-. 제2수 → 안빈낙도의 삶

-. 제3수 → 자연동화의 삶

-. 제4수 → 강호한정의 삶

-. 제5수 → 풍월주인으로서의 삶

-. 제6수 → 성은에 대한 감사

◆ 제재 : 자연과 벗하는 생활

* 자연에 묻혀 사는 은사(隱士)의 한정(閑情)

* 자연 속에서 사는 삶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감

◆ 문학사적 의의 : 영덕에 유배되었던 윤선도가 유배가 풀린 후, 해남 금쇄동에 은거하면서 자연 속에서 살며 느낀 흥취를 6수의 연시조로 표현한 작품.  제6수를 토앻 임금님의 은혜를 표현하는 강호가도류를 계승하고 있음.

 ■ 허유와 소부 이야기

중국 요임금은 나이가 들어 기력이 약해지자 천자의 자리에서 물러나려 했다. 그는 자신의 아들 단주를 사랑했지만, 나라와 백성을 다스릴 재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요임금은 천하를 다스리는 공적인 대의를 위해 아들을 희생시키기로 마음을 먹었다. 후계자를 물색하던 요임금은, 허유라는 현명한 은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는다.

허유는 바른 자리가 아니면 앉지 않았고, 당치 않은 음식은 입에 대지 않고, 오직 의를 따르는 사람이었다. 요임금은 그를 찾아가 말했다.

"태양이 떴는데도 아직 횃불을 끄지 않는 것은 헛된 일이요, 청컨대 천자의 자리를 받아주시오."

허유가 사양하며 말했다.

"뱁새는 넓은 숲속에 집을 짓고 살지만 나뭇가지 몇 개면 충분하며, 두더지가 황하의 물은 마셔도 배만 차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비록 음식을 만드는 포인이 제사 음식을 만들지 않더라도 제사를 주관하는 제주가 부엌으로 들어가지 않는 법입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허유는 기산이라는 곳으로 자신의 거처를 옮겼다. 그러나 요임금은 다시 그를 찾아가 구주(九州)라도 맡아 달라고 제안했다. 물론 허유는 단호했다. 워낙 세상의 권세와 재물에 욕심이 없었던 허유는 그런 말을 들은 자신의 귀가 더러워졌다고 생각해서 흐르는 강물에 귀를 씻었다. 때마침 소 한 마리를 앞세우고 지나가던 소부가 이 모습을 보고 허유에게 물었다.

"왜 귀를 씻으시오?"

"요 임금이 나를 찾아와 나에게 천하를 맡아달라는구려. 이 말을 들은 내 귀가 혹여 더럽혀졌을까 하여 씻는 중이오."

이 말을 들은 소부는 큰소리로 껄껄 웃었다.

"왜 웃으시오?"

"당신이 숨어 산다는 소문을 퍼트렸으니 그런 더러운 말을 듣는 게 아니오. 모름지기 은자란 애당초부터 은자라는 이름조차 밖에 알려서는 안 되는 법이오. 한데 당신은 은자라는 이름을 은근히 퍼트려 명성을 얻은 게 아니요?"

그러고 나서 소부는 소를 몰고 강물을 거슬러 올라갔다. 한방 먹은 허유가 물었다.

"소에게 물은 안 먹이고 어딜 올라가시오?"

소부가 대답했다.

"그대의 귀를 씻은 구정물을 소에게 먹일 수 없어 올라가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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