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석 가(鄭石歌)

                                

                                 

[현대어 풀이]

[1] 징이여 돌이여 (임금님이) 지금에 (우리 앞에) 계시옵니다. /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  태평성대에 노닐고 싶습니다.

[2] 바삭바삭한 가는 모래 벼랑에  /  바삭바삭한 가는 모래 벼랑에  /  구운 밤 닷되를 심습니다.  /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  /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  /  덕(德)이 있는 임과 이별하고 싶습니다.

[3] 옥으로 연꽃을 새깁니다.  /  옥으로 연꽃을 새깁니다.  /  (그 꽃을) 바위 위에 접붙입니다.  / 그 꽃이 세 묶음이 피어야  /  그 꽃이 세 묶음이 피어야만  /  유덕하신 임과 이별하고 싶습니다.

[4] 무쇠로 철릭(관복)을 말아  /  무쇠로 철릭(관복)을 말아  /  철사로 주름을 박습니다.  /  그 옷이 다 헐어야  /  그 옷이 다 헐어야만  /  유덕하신 임과 이별하고 싶습니다.

[5] 무쇠로 큰 소를 주조하여다가  /  무쇠로 큰 소를 주조하여다가  /  쇠나무 산에 놓습니다  /  그 소가 쇠풀을 다 먹어야  /  그 소가 쇠풀을 다 먹어야만  /  유덕하신 임과 이별하고 싶습니다.

[6]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  (구슬을 꿰고 있는)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  천 년을 외따로 살아간들  /  천 년을 외따로 살아간들  /  (임과의 사이의)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어휘 풀이]

* 딩아 돌하 → '딩'은 정(鉦), '돌'은 돌(石) 또는 경(磬).

                      금석악기인 '鉦磬(징과 경쇠라는 악기)'에 은유하여 연정의 대상 인물인 "정석(鄭石)"을 나타냄.

* 삭삭기 → 바삭바삭한 모양

* 셰몰애 → 가는(細) 모래

* 별헤 → 별ㅎ(벼랑) + 에

* 텰릭 → 융복(戎服)을. 옛 무관의 공복(公服)의 한 가지임.

* 말아 → 재단하여

* 텰슈산 → 쇠로 된 나무가 있는 산

* 외오곰 → 외따로, 홀로 ('곰'은 강세접사)

* 녀신들 → 지낸들, 살아간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임과의 영원한 사랑에 대한 염원을 역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즉 모두 불가능하며 어처구니 없는 것들을 설정해놓고, 그것이 이루어져야만 임과 이별하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절대로 임과 헤어질 수 없다는 간절한 기원의 목소리인 것이다. 어떠한 상황이나 이유로도 끊을 수 없는 간절한 사랑을 멋들어진 기지로 표현한 멋이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제6연은 <서경별곡>의 제2연과 동일한 내용인데, 원작이 오랫동안 구전되어 내려오면서 의식적으로 덧붙여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즉 이 작품은 1연에서 제시해 놓은 주제를 다음 연들이 같은 형식에 담아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와 같은 변화의 구조 혹은 나열 형식은 민요가 지닌 형식적 특징과 일치하고 있다. 민요처럼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불리워진 노래로 추정이 되며, 그 과정에서 다른 작품에 가사의 일부가 삽입될 수가 있는 것이다.

특히,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제1연과 서경별곡과 일치하는 제6연은, 민간에서 불리어지던 노래가 궁중음악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일종의 개편이 이루어진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작품 속에 반영된 계층의식을 본다면, 제2연은 농경민의 생활, 제3연은 불교적인 사고, 제4연은 사대부의 생활, 제5연은 유목민의 생활 등이 바탕이 되어 있어서, 특정한 계층과 연관시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작품의 대상인 '임'의 성격에 대해서는, 어떤 인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가 있다. '임'에 대한 특별한 심상 표출이 없기 때문에 '임금'으로, 혹은 '구원의 여인'으로 해석이 될 수 있다. 임금으로 볼 경우는, 태평성대를 바라는 신하나 백성들이 임금에게 바치는 축수의 송축가가 된다. 영원토록 임금의 은총을 받으며 태평성대에 살고 싶다는, 임금에 대한 만수무강의 축원인 것이다. 한편, 임을 구원의 여인으로 볼 경우, 이 노래는 유덕하신 연인과의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구원의 연모가가 된다.

결국 이 작품은 모래 속에 심은 구운 밤에서 싹이 날 때, 옥에 새긴 연꽃이 피어날 때, 쇠옷이 다 닳아서 해질 때라야 임과 이별하겠다는 역설 논리의 표현을 통해 임과의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염원의 절실성이 생생하게 표현되었고, 그것을 통해 고대인들의 순박한 정서와 함께 해학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요점정리]

성격 : 고려속요, 축도가(祝禱歌), 송축가

■ 표현

① 과장법, 설의법, 완곡어법

② 반복 구문을 통한 리듬감 형성

③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한 역설적 표현으로 영원한 사랑을 노래함.

형식 : 6연의 분절체,  3,3,4조의 3음보

■ 구성(짜임)

* 1연 - 태평성대 구가

* 2연 - 임과의 영원한 사랑 희구(구운 밤이 모래밭에서 싹이 돋아 자랄 때까지)

* 3연 - 임과의 영원한 사랑 희구(옥으로 새긴 연꽃이 바위에서 활짝 필 때까지)

* 4연 - 임과의 영원한 사랑 희구(무쇠로 만든 옷이 해질 때까지)

* 5연 - 임과의 영원한 사랑 희구(무쇠로 만든 소가 쇠로 된 풀을 다 먹을 때까지)

* 6연 - 임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과 믿음

■ 주제 : 변함없는 영원한 사랑의 기원(태평성대의 기원)

■ 문학적 의의 : 임과의 영원한 사랑에 대한 염원을 역설적으로 표현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고려가요로, 불가능한 상황을 전제로 논리를 전개하는 기발한 발상이 돋보임.

■ 출전 : <악장가사>  (<시용향악보>에는 제1연만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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