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노 래                                       - 미상-

          잠아 잠아 짙은 잠아 이 내 눈에 쌓인 잠아

          염치불구 이 내 잠아 검치두덕 이 내 잠아

          어제 간밤 오던 잠이 오늘 아침 다시 오네

          잠아 잠아 무삼 잠고 가라 가라 멀리 가라

          시상 사람 무수한데 구테 너난 간 데 없어

          원치 않는 이 내 눈에 이렇다시 자심하뇨

          주야에 한가하여 월명동창 혼자 앉아

          삼사경 깊은 밤을 허도이 보내면서

          잠 못 들어 한하는데 그런 사람 있건마는

          무상 불청 원망 소래 온 때 마다 듣난고니

          석반을 거두치고 황혼이 대듯마듯

          낮에 못한 남은 일을 밤에 할랴 마음 먹고

          언하당 황혼이라 섬섬옥수 바삐들어

          등잔 앞에 고개 숙여 실 한 바람 불어 내어

          더문더문 질긋 바늘 두엇 뜸 뜨듯마듯

          난데없는 이 내 잠이 소리없이 달려드네

          눈썹 속에 숨었는가 눈 알로 솟아온가

          이눈 저눈 왕래하며 무삼 요수 피우든고

          맑고맑은 이 내 눈이 절로절로 희미하다.

    < 현대어 풀이 >

    * 검치두덕 : 욕심 언덕, 잠의 욕심이 언덕처럼 쌓였다는 뜻

    * 허도이 보내면서 : 헛되이 보내면서

    * 무상 불청 : 청하지 않은, 덧없는

    * 언하당 :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여기서는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바로'의 뜻임.

    * 실 한 바람 : 한 발 정도 길이의 실.  바느질 실을 말함.

    * 무삼 요수 : 무슨 요망한 수

    * 잠아 잠아 ~ 오늘 아침 다시 오네 : 아침에 일어났어도 자꾸만 졸린 상태를 재미있고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자꾸 졸린 것을 자신이 자고 싶어 그런 것이 아니라, 잠이 욕심이 많아서 그렇다며, 잠을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 잠아 잠아 ~ 이렇다시 자심하뇨 : 세상에는 다른 사람들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원하지도 않는 자신에게만 찾아와서 자꾸 졸립게 만드느냐는 원망이다.

    * 주야에 한가하여 ~ 온 때마다 듣난고니 : 밤낮으로 한가롭게 지내면서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아 고심하는 사람도 많은데 왜 하필 나에게 찾아와서 원망을 듣느냐는 뜻이다. 세상이 공평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일부 담겨 있다.

[ 이해와 감상 ]

이 민요는 '잠'이라는 일상적인 제재를 의인화하여 잠을 상대로 원망조의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다. 이 노래가 불려졌을 장면을 상상해 보자. 호롱불 아래에서 지친 몸으로 꾸벅꾸벅 졸면서 바느질을 하는 옛 여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할 일 없이 놀면서 밤이 되면 잠이 오지 않아 고심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에게나 가지 않고 왜 굳이 하루 종일 일하고 밤에도 일해야 하는 자신과 같은 사람에게 와서 원망을 듣느냐는 대목에서는 서민, 특히 부녀자의 삶의 애환을 느낄 수 있다. 지친 몸으로 졸린 눈을 비벼가며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하면서 낮의 피로로 인해 쏟아지는 잠을 쫓기 위해 불렀을 이 노래는 고단한 삶을 익살과 해학으로 풀어가는 조상들의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이 노래는 대구 지방에서 전해지는 것으로, '잠노래'의 하나로 옛날 여성들의 노동의 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노래이다. '잠노래'는 옛날 부녀자들이 쏟아지는 잠을 참고 밤새 바느질을 하며 불렀던 노래인데, 바느질을 하며 불렀다는 점에서는 일종의 노동요로 볼 수 있지만, 고된 시집살이나 가난으로 인한 고된 노동을 한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노동요라기보다는 서정 민요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잠노래'는 민요 가운데에서 '잠'을 소재로 한 노래를 말한다. 민요는 각 작품마다 독립된 제목을 가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밀양 아리랑'이라고 하면 특정한 노래 하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곡조에 맞추어 부르는 많은 민요를 통틀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따라서, '밀양 아리랑'은 곡조를 기준으로 한 제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잠노래'도 특정한 한 노래의 제목이 아니라 잠을 소재로 한 많은 노래들 가운데 하나라는 뜻이다. 따라서, 얼른 보아서는 '밀양 아리랑'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잠노래'의 경우에는 곡조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사의 내용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밀양 아리랑'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 요점정리 ]

■ 작자 및 연대 : 미상

갈래 및 성격 : 민요(대구 지방), 노동요, 부요(婦謠)

■ 표현

* 반복법,  의인법, 대조법, 대구법

* 익살스런 여인의 목소리, 4 · 4조 4음보의 율격

* 잠을 작중 청자(의인화)로 설정하여 원망하는 형식을 취함.

* 삶의 한을 익살과 해학으로 이겨내고자 했던 옛사람들의 기지가 엿보임.

■ 구성

* 1~3행 : 아침이 되어도 자꾸만 졸림.

* 4~10행 : 한가한 사람을 두고 나에게 찾아와서 원망을 듣는 잠

* 11~16행 : 저녁 후 바느질을 시작하자마자 또다시 오는 잠

* 17~19행 : 저절로 희미해지는 눈

■ 주제 : 잠을 참아가며 일해야 하는 부녀자들의 애환, 옛 여성들의 참혹한 노동의 한 장면

■ 문학적 의의 : 아무리 참으려 해도 쏟아지는 잠 때문에 해야 할 일들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익살스럽고 해학적으로 표현하였으나, 그 속에 고달프게 가사 일을 해야 했던 여인들의 삶의 애환이 숨어 있음.

[ 참고사항 ]

◆ 부요(婦謠)에 대하여

부요는 노동의 실태뿐만 아니라 부녀자들의 일상 생활과 생활 의식 전반을 포괄한다. 생활 의식 전반에 걸친 두드러진 제재를 든다면,

① 사랑의 기쁨을 노래한 것으로 남녀간의 사랑, 부부간의 사랑 및 모녀간의 애정을 노래한 것.

② 시집살이의 쓰라림을 노래한 것.

③ 첩과 청상과부의 애달픔 및 시앗 사이의 증오를 노래한 것.

④ 그밖에 각박한 생활 실정과 고난을 이겨내는 생활관 등을 노래하는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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