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리 데 기                                        - 미상-

 

그날 밤에 쾅쾅 대문을 두드리니 스님이 밤중에 잠이 들어 자는데, 서편을 살펴보니 북이 있구나. 북채를 거머쥐고 북을 쾅쾅 쳐 노니 스님들이 자다가 급하게 일어난다고 옷을 입다가 보니 바지를 저고리라고 입고 저고리를 바지라고 입고 그 밤을 새고 나서루 그 밤에 등불을 켜 내다보니 공주님이라.

"공주님이 오신 줄 알았더라면 오 리 마중을 십 리 밖으로 나갈 것이루 이렇게 모시오니 죄송하옵니다."

그날 밤에 잠을 잘 적에 법당의 방안에다 모셔 놓고 먼 길을 오시느라고 오죽이나 배가 고파오리. 부처님 자시던 공양미로 밥을 차려 주니,

"여보시오, 님이요. 나무 절에 하룻밤을 자고 가는 것도 죄송하옵는데, 부처님 자시는 공양미를 소녀가 어찌 먹사오리까?"

못 먹겠다고 내 놓으니 이 때야 하는 말심이

"여보시오, 공주님이요. 이 밥으는 절 밥이 아니옵고 공주댁 밥이오니 사양치 마시고 자시옵소서."

그날 밤에 그 밥을 먹고 나며는 석달 열흘 가도 배가 안 고프다 하는구나. 그 밥을 먹고 나가주구 그때야 거동 보소.

"여보시오, 스님이요. 이 산 이름은 무엇이며 이 산 봉두는 멫 봉두미 서천 서역으로 가자며는 어디로 가옵나이까?"

서천 서역을 가자며는 가는 길은 몰라와도 곽처사라 하는 분이 지은 노래책에 우리 절에 있다 하는구나. 그 노래책을 살펴볼 적에 그 노래를 부르니 이렇게 쓰였더라.

'고수대상에 수잔잔하니 고수대하에 월당강이라. 수미산 높이 올라 곽처사 죽창개 소리 천하 일공 불러 내어 월궁항아 반기도다. 나포를 둥둥 내려가니 금주메주는 서천 서역 약물이라 하였노라.

아이구, 어데 가서 곽처사를 만나 볼까?                                <출처:동해안 무가>

 

  • 교과서 부분

<전략>

[창] 그 길로 돌아와여 군노 사령(軍奴司令) 거동 보소. / 문안 드리오, 공주를 탄생했나이까, 태자를 탄생했나이까. / 이때야 옥단춘이가 나가드니마는, 공주를 탄생했다고 분부를 아뢰여라. / 이때야 군노 사령 그 질로(길로) 들어간다. / 월렁 소리 월렁월렁 방울 소리 당글당글 / 우루루루 들어가여 대왕님 전(前)에 아뢸 적에 / 오귀 대왕님이요, 대비마마 길대 부인이 공주를 탄생했나이다. 엎드려서 훌쩍훌쩍 우니

[말] 여봐라. 그 말이 참말이냐. 앉았다가 벌떡 일어서며 화랑 같은 고함을 지른다. 야야 이놈아, 그 말이 참말이냐. 그 말이 참말이거들랑 네가 나를 속이는 수가 있는구나.

딸을 여섯을 놓고 일곱여째 공들여 놓은 자식 아들을 놓게 되며는 명(命) 길라고 원래 속이는 수가 있다마는 느그가 나를 놀리키느라고 그렇게 속일 수가 있겠느냐. 그러니 아무래도 공주를 탄생시키지 못하고 태자를 놓아 줘야 하니.

아이고 오귀 대왕님 앞에 누가 감히 속이오리까.

이놈아 기놈아. 그 말이 진정이거들랑 애기를 두데기(기저귀)에 싸 가지고 저 천태산에 무명 산중엘 들어가게 되면 버드랑산이 있을 터이니 거기 갖다가 버리라고 여쭈어라. 만일에 애기를 버리지 아니할 것 같으면 생벼락이 떨어진다고 여쭈어라.  

<중략>

[창] 이때야 거동 보소, 애기를 안고서 들어간다. / 대궐 전으로 돌아 나와, / 애기를 두데기에 싸 가지고 나오는구나. / 일국(一國)의 공주로 걸어갈 수 있겠느냐. / 아이가 ―― 대문에 돌아 나와 가마 안으로 들어시라. / 가마를 타고서 산중을 들어간다. / 내 딸이야 내 딸이야 아이고오 내 딸이야. / 반짝반짝 눈 뜬 자식을 어디다가 버릴소냐. / 죽은 자식을 버리러 가도요 일천(一千)에 간장(肝腸)이 다 녹아지는데, / 반짝반짝 산 자식으로 어디 갖다가 버릴소냐. / 어지러운 사바 세계 의지할 곳 바이 없어, / 모든 미속(迷俗, 혼란스런 세속)을 다 버리고 산간 벽지를 찾아간다. / 송죽(松竹) 바람도 쓸쓸히 불고요, 산새도 자로(자주) 슬피 운다.  

<후략>

 -경북 영일 지방 무갸 /김복순 구술, 최정여·서대석 채록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사람이 죽은 후 49일 안에 지내는 '지노귀굿'에서 부르는 구비 서사 무가인 <바리데기>의 일부이다. '바리데기'라는 말은 ' 버리다'에서 온 말로, ' 버려진 아이'라는 뜻이다. 구비문학이 갖는 취약점으로 인해 지방마다 전파된 내용이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이 노래의 내용은 이승에서의 버림을 받은 주인공 '바리데기'가 이승과 저승 사이의 세계에서 시련을 겪고, 다시 이승으로 돌아와 부모를 살려서 죽은 영혼을 천도하는 무당이 된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인 '바리데기'가 서천(西天)의 약물을 구해 부모를 살리는데, 이 과정을 반복하여 영원히 살고자 하는 인간의 기원을 나타내고 있는 작품이다. 여기에 실린 내용은, 길을 떠난 바리데기가 절의 도움을 받으며, 서천 서역으로 가는 길을 묻고 있는 장면이다.

이 무가에서 주인공 바리데기가 집에서 버림받았다가 훗날 큰 공적을 세우고 신(神)이 되기까지의 전체적인 과정은 ‘영웅(英雄)의 일대기(一代記)’ 구조(탄생 - 버려짐 - 고난 - 목적 달성 - 신이 됨)를 따르고 있어 멀리 고대 건국 신화와도 맥이 닿는 것으로 추정된다.

[요점정리]

갈래 및 성격 : 서사무가, 무속 서사시

표현 : 4,4조의 율격으로, 구연을 위한 운문체

모티프 : 부모의 병을 낫게 할 약을 구하기 위해 시련을 겪고 모험을 하는 이야기는 설화나 소설 등에서 자주 사용되는 모티프이다. 이 이야기에는 기아(棄兒), 재생(再生), 효행(孝行) 설화가 혼합되어 있다. 또한 출생에서부터 버림을 받고 시련을 겪는다는 것은 동양에서의 영웅의 일생과도 통한다. 한편 이 이야기는 집안의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후에 세상의 구원자가 된 인물의 성취담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주제 : 효(孝), 죽은 사람을 살려내고자 하는 인간의 소망

     ( 전체 주제 → 바리데기가 겪는 고난과 성취의 일생을 통한 무속 신의 내력 )

출전 : <동해안 무가>

◆ 의의 : 바리데기는 일종의 무조(巫祖) 신화라고 하는데, 이것은 무(巫)의 기능의 하나인 치병을 바리 공주가 시작했다는 데서 비롯한다. 이 무가의 주제는 효(孝)라고 할 수 있는 바, 부모의 병을 낫도록 하기 위하여 약을 구하러 시련을 겪고 모험을 하는 이야기는 설화, 소설 등에서 많이 발견되는 모티프다. 또한 출생부터 버림을 받고 시련을 겪는 것은 동양에 공통된 영웅의 일생과 상통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바리 공주 무가는 다른 문학 장르와 매우 밀접하며 그 전승 기간이 장구(長久)했으리라 여겨진다.

무가의 주술성과 문학성 : 무가는 무속 제의에서 불리는 구비문학의 일종으로, 여기에는 주술적인 기능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즉, 신을 청하고, 신을 즐겁게 하고, 신에게 소원을 빎으로써 복을 얻고 재해를 막을 수 있게 하는 노래가 바로 무가이다. 그렇지만 무가가 주술적 기능만 지니는 것은 아니다. 무가는 오락적 · 문학적 기능도 지니고 있다. 무가가 구연되는 '굿'은 종교적 의례의 장소일 뿐 아니라 집단적 축제의 마당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무가는, 신은 물론 사람을 즐겁게 하고 감동시킬 수 있을 때 참다운 생명력을 부여받게 된다. 따라서 현전하는 많은 무가들이 문학적 흥미와 감동을 지니고 ㅇ

[교과서 학습활동]

1. 이 작품의 이야기 내용을 정리해 보자.

→ ①옛날에 국왕 부부가 딸만 계속 여섯을 낳았다. ②치성을 들여 일곱 번째로 태어난 딸을 왕은 내다 버린다. ③버림받은 딸은 천우신조로 자라난다. ④왕이 죽을병에 걸린다. ⑤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신이한 약이 필요하다. ⑥만조백관과 여섯 딸이 모두 약을 구하는 것을 거절한다. ⑦버림받은 막내딸이 찾아와 약을 구하러 떠난다. ⑧막내딸은 약을 관리하는 자의 요구로 9년 동안 고된 일을 해 주고, 그와 결혼까지 하여 7명의 아들을 낳아 준 후에 겨우 약을 얻어 돌아온다. ⑨막내딸은 신이한 약으로 이미 죽은 부친을 회생시킨다. ⑩그 공으로 막내딸은 저승을 관장하는 신 또는 무조신이 된다.

 

2. 이러한 이야기를 구술하는 목적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

→ 무가는 주술적인 성격을 가진 문학이라는 점에 착안해야 한다. 아울러 무가는 유형상 서정 무가, 서사 무가, 희곡 무가, 교술 무가 등으로 구분된다는 것을 고려하여 일반적인 무가의 가창 방식과는 다른 서사 무가 고유의 기능을 생각해야 한다.

무가는 무당이 굿판에서 부르는 노래로, 신을 하강시킨다든지 잡귀를 물리친다든지 인간의 행운을 비는 따위의 특정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문학이다. 특시 서사 무가는 구술을 통해 신과의 교통이나 잡귀를 물리치는 축사(逐邪)의 강력한 주술적 효과를 발휘하므로, 무당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그 이야기를 통독함으로써 나름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인식되어 있다.

 

3. 현대시 작품인 강은교의 '바리데기의 여행 노래'를 찾아 읽어보고, 이 시의 언어 표현에 본래의 무가에 나타난 주술적 성격이 살아 있는지 알아보자.

바리데기의 여행 노래

-강은교-

삼곡(三曲).  사랑

 

저 혼자 부는 바람이

찬 머리맡에서 운다.

어디서 가던 길이 끊어졌는지

사람의 손은

빈 거문고 줄로 가득하고

창 밖에는

구슬픈 승냥이 울음 소리가

또다시

만리길을 달려갈 채비를 한다.

 

시냇가에서 대답하려무나

워이가이너 워이가이너

다음날 더 큰 바다로 가면

청천에 빛나는 저 이슬은

누구의 옷 속에서

다시 자랄 것인가.

 

사라지는 별들이

찬 바람 위에서 운다.

 

만리길 밖은

베옷 구기는 소리로 어지럽고

그러나 나는

시냇가에

끝까지 살과 뼈로 살아 있다.

 → 이 시는 무가와 같은 성격을 지녔거나, 무가와 같은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노래가 아니다. 하지만 이 시는 바리데기가 여행에서 겪는 어려움을 바리데기의 목소리로 직접 들려 줌으로써 읽는 이를 위로하는 주술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바리데기' 무가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강은교의 이 시는 버림받은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약을 구하러 다니는 바리데기의 모험과도 같은 여행의 과정을 노래한 것인데, 결국 삶의 허무와 갈등의 극복을 통해 자기 존재의 완성을 추구해 가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참고사항]

◆ 바리데기의 전체 줄거리

불라국에 오귀 대왕과 길대 부인이 살고 있었다. 부부는 딸만 여섯을 낳았다. 그러던 차에 신령님께 치성(致誠)을 드려 아이를 잉태하지만, 낳고 보니 또 딸이었다. 대왕은 실망하여 아이를 내다 버리라고 명한다. 길대 부인이 그 이름을‘바리데기’ 라고 짓고 산에 갖다 버리니, 학이 나타나 채 간다.

세월이 흐른 뒤, 오귀 대왕은 큰 병에 걸렸는데 백약이 무효였다. 병을 고치려면 서천 서역국에 가서 약수(藥水)를 구해 와야 한다는데, 갈 사람이 없었다. 그때 부인이 꿈에 계시를 받고 산으로 가서 바리데기를 찾는다. 신령의 도움으로 무사히 지내고 있던 바리데기는 부모와 만나자마자 자청해서 약수를 구하러 길을 떠난다.

바리데기가 우여 곡절을 다 겪으며 서천 서역국에 당도하니, 약수를 지키는 동수자가 자기와 결혼해야 약수를 준다고 하였다. 바리데기는 그와 결혼하여 아이 셋을 낳은 다음 비로소 약수와 신비한 꽃을 얻어 불라국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아버지인 오귀 대왕은 이미 죽어 장례식을 치르고 있었다. 깜짝 놀란 바리데기가 죽은 아버지의 입에 약수를 흘려 넣자 죽었던 대왕이 살아난다. 바리데기는 그 공적으로 죽은 사람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오구신이 된다.

 

◆ 바리데기에 대한 감상 자료 : 인터넷에서 퍼온 글

'바리데기'는 공주로 태어난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는 인형 같은 아름다움이나 화려한 영광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갓난아이 몸으로 버림받아 외로움과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그리고 부모를 만나자마자 다시 멀고도 험한 길을 떠나는 바리데기는 오히려 박해와 수난의 표상이다. 그 점 당금애기와 통하는 면이 있다.

<바리데기>는 박해와 수난에 대한 한민족의 해법을 제시한다. 조건 없는 인간애의 정신이 그것이다. 바리데기가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키운 것은 (증오심이 아니라) 사랑의 신념이었고, 그것을 베풀 힘이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을 버린 부모를 위하여 기꺼이 또 다른 큰 수난을 감수하는 것이다. 이러한 바리데기의 모습은 참된 사랑의 힘은 고통 속에서 커간다는 깨달음을, 미움을 이기는 것은 사랑이라는 진리를 감동 속에 전해준다.

<바리데기>는 다른 한편으로 죽음에 대한 한민족의 의식을 투영하고 있다. 한(恨)을 피할 수 없고 죄를 면할 수 없는 삶. 그 영혼을 감싸서 원한과 죄를 씻어주는 존재가 바로 바리데기다. 힘들고 쓰라린 삶 뒤에 또다시 냉엄한 단죄가 있다면 얼마나 가혹한가. 떠나는 이들에게 너그러운 안식(安息)을! 그것이 바리데기의 박애(博愛)의 형상에 실은 한겨레의 작은 소망이었다. 고통받는 자의 등불 바리데기 - 그녀는 한 많고 죄 많은 영혼들의 평안한 쉼을 위하여 지금도 황천바다 건너에서 지성(至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죽은 사람의 혼을 위로하고 저승으로 인도하여 줄 것을 비는 지노귀굿, 씻김굿, 오구굿, 망묵이굿 등에서 부르는 서사무가의 하나이다.

전국에 걸쳐 전승되는 것으로서, 서울에서는 바리공주, 함경남도 홍원(洪原)에서는 오기풀이, 함경남도 함흥에서는 칠공주, 경상북도 안동에서는 비리데기, 전라도 광주에서는 바리데기, 전라남도 고흥(高興)에서는 오구물림이라고 한다. 바리데기 이야기는 스무편이 넘게 채록되었고 각 편의 내용은 지역과 구연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서울, 경기 중부 지역의 이야기는 논리적으로 인과관계가 짜여 있고 숭고미를 보여준다. 동해안 지역의 것은 세습무들의 오구굿에서 불려지며 골계적 재담이 들어가 있다. 호남지역은 내용이 부족하여 짜임새가 없다. 함경도는 인과적 논리가 부족하다.

바리공주(바리데기)의 신화 성격은 노래의 내용과  신으로서의 구실에서 나온다. 이 무가는 '말미'라고 하는 굿거리에서 부르는데, 이것은 죽은 사람의 혼령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뜻이 크다. 바리공주가 무신이 되었고 병을 치료한 최초의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를 무조전설(巫祖)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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