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령상사가(月令相思歌)                     - 작자 미상-

정월 상원일에 달과 노는 소년들은 답교하고 노니는데 우리 님은 어디 가고 답교할 줄 모르는고. 이월 청명일에 나무마다 춘기들고 잔디 잔디 속잎 나니 만물이 희락한데 우리 님은 어디 가고 춘기든 줄 모르는고. 삼월 삼일날에서 강남서 온 제비 왔노라 헌신하고 소상강 기러기는 가노라 하직한다. 이화도화 만발하고 행화방초 흩날린다. 우리 님은 어디가고 화류할 줄 모르는고. 사월 초파일에 관등하러 임고대하니 원근고저의 석양은 빗겼는데 어룡등 봉학등과 두루미 남성이며 종경등 선등 북등이며 수박등 마늘등과 연꽃 속의 선동이며 난봉 위에 천녀로다. 배등 집등 산대등과 영등 알등 병등 벽장등 가마등 난간등과 사자 탄 체괄이며 호랑이 탄 오랑캐라. 바로 차 구을등에 일월등 밝아 있고 칠성등 벌렸는데 동령에 월상(月上)하고 곳곳에 불을 켠다. 우리 님은 어디 가고 관등할 줄 모르는고. 오월이라 단오일에 남의 집 소년들은 높고 높게 그네 매고 한번 굴러 앞이 높고 두 번 굴러 뒤가 높아 추천하며 노니난데 우리 님은 어디 가고 추천할 줄 모르는고. 유월이라 유두일에 산악에 불이 나고 암석이 끄러날 제 괴수하에 피서하랴 누었스니 우리 님은 노정 송풍만 아시는고. 칠월이라 백중날에 대웅신에 공양 예불할 제 우리 님은 어디 가셨노. 팔월이라 추석날에 신곡주 가지고 성묘하러 아니 가시는고. 구월 구일 망향대하냐 우리 임 계신 데가 어디쯤 되는고. 시월이라 상달에 고사 성조 지낼 적에 누구를 축원할고. 동짓달은 일양이 생이라 소춘이 된 줄 모르시노. 섯달이라 제석날 밤은 무장 공자라도 참기 어려우니 몽중에서나 볼까. 오친사고 어찌할고.

 

* 상원일 → 대보름날(15일)

* 답교 → 다리밟기, 정월 대보름에 다리를 밟으면 일 년 간 다릿병을 앓지 않는다는 풍속

* 청명일 → 24절기 중 하나로, 이때가 되면 날씨가 맑고 깨끗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 강남서 온 제비 ~ 가노라 하직한다. →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나타낸 말이며, 그럼에도 임으로부터의 소식은 없음을 말하고자 한 것임.

* 행화방초 → 살구꽃과 꽃다운 풀

* 관등 → 초파일이나 절의 주요 행사 때에 등대를 세우고 온갖 등을 달아 불을 밝히는 일

* 임고대하니 → 높은 누대에 임하니(올라가니)

* 원근고저의 ~ 칠성등 벌렸는데 → 여러 가지 등의 종류를 열거함으로써 사월 초파일의 화려한 등불 잔치를 표현하고 있다. 축제 분위기로 흥청대는 현실과 대조적으로 임과 이별한 자신의 고독한 처지를 나타내고 있다.

* 노정송풍 → 길마루에 서 있는 소나무에서 이는 바람

* 고사 성조 지낼 적에 → 가정을 지키는 가신인 성주신에게 고사를 지낼 적에

* 일양이 생이라 → 머리는 표범, 꼬리는 말의 모양을 한 전설 속의 짐승도 살아나오는지라.

* 소춘 → 음력 10월

* 제석날 밤 → 섣달 그믐날 밤

* 무장공자 → '게'를 일컫는 말로, 담력이나 기개가 없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는 주어진 상황에 순종하며 모든 것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을 뜻하며, 외로움을 참기 어렵다는 표현임.

* 오친사고(오매사복) → 자나깨나 다시 생각남.

 [ 감상 및 해설 ]

각 달의 세시풍속을 제시하고, 그것을 즐기는 소년들의 행락을 부러워하며, 이별한 임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동>, <농가월령가>와 더불어 일년 열두 달에 따라 노래하는 월령체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작품은 1월령에서부터 5월령까지만 실려 있는 <청구영언>의 「관등가」에 후대 사람이 6월령 이하를 보충하여 십이월령체 가사의 온전한 모습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각 달의 세시풍속을 제시하고, 그것을 즐기는 소년들의 행락을 부러워하며, 이별한 임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선후기 부녀자에 의해 지어진 가사 작품으로, 남존여비의 봉건사회에서 여성의 문화, 사회 활동은 엄두도 못 내는 것이었으나 조선후기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의 확대와 산문화 경향 속에서 여성 작자층이 성장함에 따라 이 작품과 같은 규방가사가 창작된 것으로 보인다.

 [ 핵심 정리 ]

■ 갈래 : 가사, 규방가사, 서정가사, 12가사 중의 하나

■ 주제 : 행락을 부러워하며, 돌아오지 않는 임을 그리워 함.

■ 표현

* 월령체 형식

* 각 월령의 끝에 '우리 님은 어디 가고 ~ 난고.'로 끝맺음

■ 출전 : <청구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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