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등가                                  -작자 미상-

◆ 정월

정월(正月) 상원일(上元日)에 달과 노는 소년(少年)들은 답교(踏橋)하고 노니는데

우리님은 어디 가고 답교할 줄 모르는고.

정월 대보름날에 달과 노는 소년들은 답교(다리 밟기)하고 노니는데 / 우리 임은 어디가고 답교할 줄도 모르는가.

 

◆ 2월

이월 청명일에 나무마다 춘기(春氣)들고 잔디 단듸 쇽입나니 만물이 화락(和樂)한데

우리님은 어디가고 춘기(春氣)든 줄 모르는고.

이월 청명일에 나무마다 봄기운 들고 잔디 속잎 나니 만물이 즐거운데 / 우리 임은 어디가고 봄기운 깃든 줄을 모르는가.

 

◆ 3월

삼월 살일날에

강남서 온 제비 왔노라 현신(現身)하고

소상강(瀟湘江) 기러기는 가노라 하직한다

이화도화(李花桃花) 만발(滿發)하고

행화방초(杏花芳草) 흩날린다

우리님은 어디 가고 화유(花遊)할 줄 모르는고.

삼월 삼짇날에 / 강남서 온 제비 왔노라 나타나고, / 소상강 기러기는 가노라 하직한다. / 배꽃 복숭아꽃 만발하고 / 살구꽃 향기로운 풀 흩날린다. / 우리 임은 어디 가고 꽃을 보고 즐길 줄 모르는가.

 

◆ 4월

사월 초파일에 관등(觀燈)하러 임고대(臨高臺)하니

원근고저의 석양은 빗겼는데

어룡등(魚龍燈) 봉학등(鳳鶴燈)과 두루미 남성이며

종경등(鐘磬燈) 선등(仙燈) 북등이며 수박등(燈) 마늘등(燈)과

연꽃 속에 선동(仙童)이며 난봉 위에 천녀(天女)ㅣ로다

배등(燈) 집등(燈) 산대등(燈)과 영등(影燈) 알등(燈) 병등(甁燈) 벽장등(壁欌燈)

가마등(燈) 난간등(欄干燈)과 사자 탄 쳬괄이며

호랑(虎狼)이 탄 오랑캐라 발노 툭 차 구을등(燈)에

일월등(日月燈) 밝아 있고 칠성등(七星燈) 벌렸는데

동령(東嶺)에 월상(月上)하고 곳곳에 불을 켠다

우리 님은 어디 가고 관등(觀燈)할 줄 모르는고.

사월 초파일에 관등(석가의 탄신을 축하하기 위해 등에 불을 밝혀 달아매는 행사)하러 높은 곳에 오르니 / 원근고저의 석양은 기울었는데 / 어룡등 봉학등과 두루미 남성이며 / 종경등 선등 북등이며 수박등 마늘등과 / 연꽃 속에 선동이며 난봉 위에 천녀로다. / 배등 집등 산대등과 영등 알등 병등 벽장등 / 가마등 난간등과 사자 탄 체괄이며 / 호랑이 탄 오랑캐라 발로 차 구을등에 / 일월등 밝아 있고 칠성등 벌렸는데 / 동쪽 고개에 달 떠오르자 곳곳에 불을 켠다. / 우리 임은 어디 가고 관등할 줄 모르는가.

 

◆ 5월

오월이라 단오일(端午日)에 남의 집 소년(少年)들은 높고 높게 그네 매고 한번 굴러 앞이 높고

두 번 굴러 뒤가 높아 추천(추韆)하며 노니난데

우리 님은 어디 가고 추천(추韆)할 줄 모르는고.

오월이라 단오일에 남의 집 소년들은 높고 높게 그네 매고 한번 굴러 앞이 높고 / 두 번 굴러 뒤가 높아 그네 뛰며 노니는데 / 우리 임은 어디 가고 그네 뛸 줄 모르는가.

 

◆ 6월

유월이라 유두일(流頭日)에 산악(山岳)에 불이나고 암석(岩石)이 끄러날 제 청풍(淸風) 괴수(槐樹)하에

피서(避署)하랴 누웠으니 우리 님은 노정송풍(露頂松風)만 아시는고.

유월이라 유두일에 산악에 불이 나고 암석이 끓어오를 때 맑은 바람 홰나무 아래 / 피서하랴 누웠으니 우리 임은 길마루에 서 있는 소나무에서 일어나는 바람만 아시는가.

 

◆ 7월

칠월이라 백중(百中)날에 대웅신에 공양 예불(供養禮佛)할 제

우리 님은 어디 가셨노.

칠월이라 백중날에 대웅신에 공양 예불할 때 / 우리 임은 어디 가셨나.

 

◆ 8월

팔월이라 추석(秋夕)날에 신곡주(新穀酒) 가지고 성묘(省墓)하러 아니 가시는고.

팔월이라 추석날에 새로 빚은 곡주를 가지고 성묘하러 아니 가시는가.

 

◆ 9월

구월 구일 망향대(望鄕臺)하냐

우리 님 계신 데가 어디쯤 되는고.

구월 구일 고향을 바라보는 대에 오르니 / 우리 임 계신 데가 어디쯤 되는가.

 

◆ 10월

시월이라 상달에 고사 성조 지낼 적에 누구를 축원(祝願)할고.

시월이라 상달(햇곡식을 신에게 드리기 가장 좋은 달)에 고사 성조 지낼 적에 누구를 축원할까.

 

◆ 11월

동지(冬至)ㅅ달은 일양(一陽)이 생(生)이라 소춘(小春)이 된 줄 모르시노.

동짓달은 일양(머리는 표범, 꼬리는 말의 모양을 한 전설 속의 짐승)이 생이라 소춘(음력 10월)이 된 줄 모르시나.

 

◆ 12월

섯달이라 제석(除夕)날 밤은 무장 공자(無腸公子)라도 참기 어려우니

몽중(夢中)에서나 볼까 오매사복(寤寐思服) 어찌 할꼬.

섣달이라 제석날(그믐날) 밤은 무장 공자(기개나 담력이 없는 사람)라도 참기 어려우니 / 꿈속에서나 볼까 자나깨나 생각하네.

 [ 주요 어구 풀이 ]

  • 달과 노는 소년들 → 화자의 처지와 대조됨.
  • 우리님은 어디가고 ~ 할 줄 모르는고. → 후렴구에 해당함.  화자의 외로움과 임에 대한 그리움 강조
  • 강남서온 ~ 행화방초 흩날린다. → 완연한 봄기운, 화자의 처지와 대조
  • 어룡등 ~ 곳곳에 불을 켠다. → 가지각색의 등이 밝혀진 모습

 [ 감상 및 해설 ]

작자 · 연대 미상의 규방가사, 12가사의 하나로 <청구영언> 대학본 끝에 실려 있다. 정월부터 섣달까지의 풍속을 철따라 노래한 월령체 가사로, 그 달마다 있는 풍속을 즐기는 소년들의 행락을 부러워하고, 아울러 돌아간 임을 그리면서 눈물지으며 외롭게 술회하는 청상 과부의 순정이 넘치는 노래이다. 자수율과 구수율(句數律) 모두 정형적이지 않은 월령체 형식으로 각 월령 끝이 '우리 님은 어듸 가고 ~ 는 줄 모르는고.'로 통일되어 있어 리듬감을 형성하고 형식적 통일성을 느끼게 한다.

<월령상사가(月令相思歌)>라고도 한다. 1728년(영조4) 이전의 작품인 듯하나 확실한 연대와 작자는 미상이다. 정월부터 섣달까지의 풍속을 철따라 노래하며, 임을 여읜 여인의 슬픈 심정을 읊은 월령체 가사로 고려가요 <동동>을 연상하게 한다.

 [ 핵심 정리 ]

◆ 갈래 : 조선시대 가사, 규방가사, 평민가사, 서정가사

◆ 주제 : 행락(行樂)을 부러워하며, 돌아간 임을 그리는 청상과부의 외로움

◆ 표현

① 후려구를 사용하여 운율을 형성함.

② 달거리 형식으로 되어 있으나 특히 4월의 관등놀이가 지배적임.

③ 세시풍속을 즐기는 소년들에 대한 부러움과 부재하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함.

◆ 구성

*  정월 → 상워일에 답교하며 노는 소년들과 임의 부재

*   2월 → 청명일에 춘기가 들어 화락한 만물과 임의 부재

*   3월 → 삼짇날 만발한 이화 도화와 임의 부재

*   4월 → 초파일에 관등놀이하는 모습과 임의 부재

*   5월 → 단오일에 추천하고 노는 소년들과 임의 부재

*   6월 → 유두일에 피서하고 노니는 모습과 임의 부재

*   7월 → 백중날 공양 예불과 임의 부재

*   8월 → 추석날 성묘와 임의 부재

*   9월 → 구월 구일 망향대에서 임을 찾고자 함.

* 10월 → 시월 고사 성조 지냄과 임의 부재

* 11월 → 동짓달에 느끼는 임의 부재

* 12월 → 섣달 제서갈 밤의 임에 대한 그리움

◆ 문학사적 의의 : 12가사의 하나로, 임을 여읜 여인의 슬픈 심정을 월령체 형식으로 노래함.

◆ 출전 : <청구영언> 대학본

 [ 참고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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