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가 (怨歌)                    - 신충 -

      物叱乎支栢史
      秋察尸不冬爾屋支墮米
      汝於多支行齊敎因隱
      仰頓隱面矣改衣賜乎隱冬矣也
      月羅理影支古理因潤之叱
      行尸浪 阿叱沙矣以支如支
      貌史沙叱望阿乃
      世理都 之叱逸烏隱第也
                <   後句亡   >

    

 [ 현대어 풀이 ]

뜰의 잣나무는(질 좋은 잣이)

가을에도 시들어 떨어지지 아니하매

너를 어찌 잊겠느냐 말씀하시어(너를 중히 여겨 가겠다 하신 것과는 달리)

그 인격을 우러러 보았더니, 이제 당신의 변심이여(낯이 변해 버리신 겨울이여)

그것은 연못에 비친 달 그림자가(달이 그림자 내린 연못 가에)

물결이 일면 사라져 버리듯(지나가는 물결에 모래로다)

하찮은 일에 변모함이니(모습이야 바라보지만),

세상이 모두 그런 때로구나(세상 모든 것 여의어 버린 처지여).

 [ 배경설화 ]

신라 효성왕이 왕위에 오르기 전의 일이다. 어느 날, 어진 선비 신충(信忠)과 더불어 대궐 뜰 잣나무 밑에서 바둑을 두다가 신충에게 말했다.  

"뒷날에 만약 내가 그대를 잊는다면, 저 잣나무가 증거로 남으리라."

신충은 감격하여 일어나서 절을 하였다. 몇 달 후에 효성왕이 즉위하여 공이 있는 신하들에게 상을 주면서 신충의 일은 까맣게 잊고서 등용시키지 않았다. 신충은 왕을 원망하며 노래를 지어서 그잣나무에 붙였다. 그러자 갑자기 잣나무가 시들고 말았다. 왕이 이를 이상히 여겨 사람을 시켜서 살펴보게 하였는데, 신하가 잣나무에 붙어 있는 그 노래를 왕에게 전달하니 왕은 크게 놀라며 말하였다.   

"정무(政務)가 번잡하여 하마터면 충신을 잊을 뻔했구나!"

이에 신충을 불러 벼슬을 주니 그제야 잣나무도 되살아났다. 이로써 신충은 효성과 경덕 왕조에 걸쳐서 그 총애가 두터웠다.

 

경덕왕(효성왕의 아우) 22년 계묘에 신충이 두 친구와 약속하고 벼슬을 그만두고 남악으로 들어가 두 번씩 불러도 나오지 않았다. 머리를 깎고 불도를 닦는 사람이 되어 왕을 위하여 단속사를 짓고 죽을 때까지 산에 숨어 대왕에게 복을 바치겠다 하니 왕이 허락하였다. 영정이 금당 뒷벽에 있다. 남쪽에 속휴라는 마을이 있는데 지금은 와전되어 소화리(삼화상전에 보면 신충의 봉성사가 있는데 여기와는 서로 틀린다. 그러나 신문왕 때와 계산하면 경덕왕과는 이미 백여 년의 거리가 있다. 하물며 신문왕과 신충이 과거세의 인연이 있다 함은 이 신충이 아닌 것이 분명하니 마땅히 잘 알아 밝혀야겠다)라 한다. 또 딴 기록에는, 경덕왕 때에 직장 이준(고승전에는 이순이라 했다)이 일찍부터 발원하여 나이 50이 되자 마침내 출가하여 절을 지었다. 천보 7년 무자에 나이 50이었다. 조연의 작은 절을 고쳐 큰 절로 만들어 단속사라 하고 자신도 삭발하고 법명을 공굉 장로라 하였다. 절에 살기 20년 만에 죽었다 하니 삼국사의 기록과는 같지 않다.

 [ 이해와 감상 ]

변심한 왕의 마음을 원망하는 향가이지만, 잣나무의 영원한 푸르름에 반하여 인간 마음의 변덕스런 변화를 질타하는 내용도 아울러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약속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너무나 변하기 쉬운 상황 속에서의 인간이기에, 때론 서로의 믿으이 깨어져 상처를 받기도 한다.

신충의 마음을 담은 시가 잣나무를 시들 게 했다는 것은 표현의 과장이겠지만, 신충이 그만큼 굳은 신의를 중요시 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노래는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신의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이 노래 뒤에 '후구망(後句亡)' 곧 뒷구 2구가 없어졌다는 말이 적혀 있는데, <삼국유사> 편찬 당시에 후구가 이미 산실되었기 때문에 노래 끝부분에 '후구망'이라 덧붙여 기록한 것이다. 그래서 8구체만 남아 있지만 후구가 없어도 노래의 뜻은 짐작할 수가 있을 듯하다. 그 노래는 잣나무를 저주하거나 또는 효성왕을 원망하는 내용을 담기보다는 오히려 체념적인 가락이 서려있지 않을까 한다.

연못에 비춰진 달을 왕에게 비유함으로써 고매한 시상을 잘 나타내주고 있는데, 특히 비약법과 생략법 등을 대담하게 구사하여 노래한 특징이 있다.

 [ 핵심 정리 ]

성격 : 10구체 향가(9,10행은 전하지 않음). 연군가.  주술적 성격

■ 주제 : 신의(信義)를 잊은 왕에 대한 원망

관련작품 : 고려 속요인 정 서의 <정과정곡>

                     민요나 규방가사 등에도 약속을 저 버린 임에 대한 원망이 담긴 작품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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