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반월(詠半月)                               - 황진이-

           

          誰斷崑山玉(수단곤산옥)

          裁成織女梳(재성직녀소)

          牽牛離別後(견우이별후)

          愁擲碧空虛(수척벽공허)

           

              누가 곤륜산 옥을 잘라

              직녀의 빗을 만들어 주었던고

              (직녀는) 견우와 이별한 후

              시름하며 허공에 던져두었네.

               

 [ 이해와 감상 ]

작가는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고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고 난 후 자신을 예쁘게 단장할 이유와 희망을 잃어 버린 여인이 허공에 던진 빗을 생각해 낸다. 즉, 반달을 칠월 칠석날 견우성이 떠난 뒤 직녀가 수심에 겨워 머리를 빗다가 허공에 던져 버린 빗이라고 읊었다. 이러한 참신한 비유의 바탕에는 '여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 단장을 한다(女爲悅己者容)'는 고사가 있으며, 아울러 이를 통해 사랑하는 임과 헤어진 자신의 심정을 의탁한다. 일 년에 하루(칠월 칠석날) 오작교를 통해 만난다는 견우와 직녀의 설화를 차용한 것은 임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직녀의 빗 → 은유법, 원관념은 '반달'

* 견우 → 화자가 사랑하는 임

 [ 정리 ]

형식 및 갈래 : 한시(5언 절구), 서정시

특성

* 은유적 표현을 통해 반달을 묘사한 후, 견우직녀 설화를 차용하여 임과 헤어진 여인의 슬픔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함.

* 사랑하는 임과 헤어진 후 삶의 의미를 잃은 여인에 대한 동병상련의 심정을 노래함.

* 반달을 형태상 빗으로 비유하고 색감으로는 '옥(玉)'을 연상하여 시를 구성한 기법이 탁월함.

구성

* 기, 승 : 반달을 직녀의 빗으로 생각함.

* 전, 결 : 임과의 이별의 슬픔으로 허공에 빗을 던져둠.

제재 : 반달(화자의 설움과 한)

주제 : 사랑하는 임과 헤어진 슬픔

문학사적 의의 : 여성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비유적 표현 속에 잘 드러난 기녀 한시의 대표적 작품

 [ 참고 ]

황진이는 기녀 신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녀는 기녀의 신분을 당시의 통념인 비천한 신분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당당한 하나의 직업으로, 아니면 숙명으로 받아들인 듯하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숙명 안에서 자신의 삶을 누리고자 했다. 기녀가 단순히 힘 있는 남자의 노리개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능력 여하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의 일반적 부녀자들의 삶은 국가 이데올로기인 유교 이념의 질곡에 얽매인 부자연스런 삶이었다. 황진이는 이러한 부자연스런 삶을 직시하고, 당시는 이 기녀의 삶이 오히려 더 진실하고 활기찬 인간의 삶을 누리는 길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곧, 황진이는 한 인간으로서의 자각된 삶을 생각한 것이다. 이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많은 일화가 전하여진다.

위 시는 아래와 같은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시일 것이다. 즉, 황진이는 뭇 남성들을 상대하는 기녀의 생활을 한다. 하지만 모든 남자에게 정이 가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도 정말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기녀가 인간으로서의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겠는가를 의심한다. 그러나 사실은 기녀의 질시받는 삶이 더 순수한 애정을 갈망하는 상태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황진이도 자기 주변의 남자들 중에서 기녀의 신분임에도 자신에게 인간적인 애정과 각별한 사랑을 준 남자는 있었을 것이다.

어느 날 밝은 밤, 혼자 있는 시간 뭇 남자들과의 야단스럽고 직업적인 관계가 있었겠지만 마음은 허전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때 그녀가 반달을 본 것이다. 희고 깨끗한 반달,  황진이는 반달을 보는 순간 사랑받고 싶어 화장대에 앉은 여인의 머리빗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 반달은 너무나 맑아서 곤륜산의 옥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한 것이다. 그것이 하늘에 있는 것을 보고는 하늘 나라 사랑 이야기를 떠올린 것이다. 견우와 직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달이 덩그렇게 하늘에 남아 있는 것을 보고 직녀를 생각했다. 일년을 기다렸다가 겨우 한번 만나고 떠나보낸 직녀의 사랑인 견우를 말이다. 무슨 다른 일을 할 마음이 생기겠는가. 상심하고 속상한 직녀는 다시 도 일년을 기다릴 생각에 한숨이 솟구친다. 그래서 자신의 빗과 화장 도구를 다 필요없다며 하늘나라 직녀집 마당에 내동댕이쳤는데, 그것이 바로 반달이라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달밤 혼자 앉은 기녀의 허전한 마음에 달이 보이는 순간, 사랑 없으면 살 수 없는, 마음이 외로운 여자 황진이가 하늘나라의 애절한 견우직녀의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는 감각은, 신선하고 진실한 것이며 놀라운 착상인 것이다.

황진이는 이 작품으로 지상의 모든 사랑받고 싶은 외로운 젊은 여인의 마음을 달을 매개로 하늘나라 견우직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형상화시켜, 황진이 자신의 사랑을, 또는 사랑으로 인한 여인의 고독을 영원히 살아 있게 한 것이다. 전설처럼, 동화처럼, 또 절절한 현실로, 낭만으로 …….      -퍼온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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