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갓을 읊다(詠笠)                                - 김병연-


          浮浮我笠等虛舟(부부아립등허주)

          一着平生四十秋(일착평생사십추)

          牧竪輕裝隨野犢(목수경장수야독)

          漁翁本色伴沙鷗(어옹본색반사구)

          醉來脫掛看花樹(취래탈괘간화수)

          興倒携登翫月樓(흥도휴등완월루)

          俗子衣冠皆外飾(속자의관개외식)

          滿天風雨獨無愁(만천풍우독무수)
           

              가뿐한 내 삿갓이 빈 배와 같아

              한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

              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

              어부는 갈매기 따라 삿갓으로 본색을 나타냈지.

              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흥겨우면 들고서 다락에 올라 달구경하네.

              속인(俗人)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하늘 가득 비바람 쳐도 나만은 걱정이 없네.

               

        *가뿐한 내 삿갓이 빈 배와 같아 → 삿갓 쓰고 방랑하는 자신의 생활을 고통스럽게 여기지 않고 아무러 거리낌 없이 살아가겠다는 삶의 태도가 엿보인다. '빈 배'는 '뜬구름'처럼 자유로운 나그네의 심상을 가지는 비유적 표현이다.

        *의관 → 옥과 갓, 예의바른 옷차림

        *속인들의 의관 → 삿갓과 대조

        *하늘 가득 비바람 쳐도 나만은 걱정이 없네. → 삿갓의 의미(세상의 모진 풍파를 막아주는 존재, 진정한 자유로움을 가져다 주는 존재)

               

 [ 이해와 감상 ]

방랑 생활에 언제나 벗이 되어 주고 비바람에도 몸을 보호해 주는 삿갓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욕심을 버리고 소탈한 삶의 태도를 견지하려는 의지가 나타나 있다.

이 작품은 자신의 조부를 탄핵하고 시작한 방랑생활에서 언제나 벗이 되어 주고 비바람에도 몸을 보호해 주는 삿갓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것이다. 작자는 이때부터 '병연'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삿갓을 쓴 이름 없는 시인이 되었다. 즉 이   시는 표연자적하는 자연과 풍류 속의 작자 자신의 운명을 그린 자화상이다.

'삿갓'은 흔히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감추는 데 쓰이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자신이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을 수 있는 적극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작자는 비바람을 막아 주기도 하는  '삿갓'에 현실적인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어막의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빈 배와 같'다고 함으로써 방랑의 삶에 대한 자부심을 은근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 정리 ]

형식 : 한시(7언 율시)

성격 : 상징적, 풍류적

구성 

* 수련 → 길고 긴 방랑생활의 가뿐함.

* 함련 → 친근한 서민들의 소박한 삶

* 경련 → 자연을 벗 삼는 생활의 풍취

* 미련 → 사대부의 허위에 대한 비판과 방랑생활에 대한 자부심

주제 : 방랑과 소탈한 삶의 태도, 자연을 벗삼는 방랑생활의 풍류

  [ 교과서 학습 활동 ]

1. '삿갓을 읊다'를 읽고 작자는 '삿갓'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리해 보자.

→ 삿갓은 작자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라는 점에서, 삶에 대한 작자 나름의 태도를 드러내는 매개물 역할을 한다. 시에서 '삿갓'과 같은 의미로 제시한 대상인 '빈 배'나 '갈매기'의 이미지를 이해하고, 그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도록 지도한다.

→ 작자는 '삿갓'을 마치 '빈 배'나 '갈매기'와 같은 존재로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즉 '삿갓'은 아무 가진 것 없어도 무심한 마음으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자유로운 방랑자의 삶을 상징하는 것이다. 한편 '삿갓'의 이미지를 결코 부정적이거나 어두운 것으로 그리지 않고, 자유롭게 벗고 쓰는 가벼운 존재로 그리고 있다. 또한 '삿갓'은 속인들의 의관(여기서 '속인'이란 사대부를 가리킨다)과 대조적인 것으로, 겉치레가 아닌 비바람을 막아주는 현실적인 물건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들을 고려할 때 '삿갓 쓴 삶'이란 허위와 가식을 벗어 버린 진솔한 삶이자, 무소유의 자유와 흥취, 생활에 뿌리내린 현실적 삶을 지향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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