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제(無題)                               - 김삿갓-


          四脚松盤粥一器(사각송반죽일기)

          天光雲影共徘徊(천광운영공배회)

          主人莫道無顔色(주인막도무안색)

          吾愛靑山倒水來(오애청산도수래)

     

            네 다리 소반 위에 멀건 죽 한 그릇

            하늘에 뜬 구름 그림자가 그 속에서 함께 떠도네.

            주인이여, 면목이 없다고 말하지 마오.

            물 속에 비치는 청산을 내 좋아한다오.

             

        * 물 속에 비치는 청산을 내 좋아한다오. → 멀건 죽 위에 산 그림자가 비친 모습을 보고, 자신의 가난한 삶과 자연 속에서 유유히 즐기려는 마음을 나타낸 표현임.

             

  [ 이해와 감상 ]

산골의 가난한 농부 집에 하룻밤을 묵은 화자가 죽밖에 대접할 것이 없어 미안해하는 주인에게 시 한 수를 지어 주면서, 자신은 오히려 청빈한 삶을 좋아한다고 하여 세속을 초탈한 인생관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작자의 해학이 사회의 비극적 현상들에 묘사, 특히 하층민들의 눈물 겨운 생활 처지에 대한 묘사에서 드러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여로에 지친 나그네 시인에게 멀건 죽 한 그릇밖에 대접 못하는 농민의 어려운 처지를 목격하였을 때, 오히려 그 죽그릇 안에 거꾸로 비친 청산을 구경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하는 데에서 시인의 기발한 해학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의 웃음은 주로 백성들의 비참한 처지와 운명에 대한 동정, 뜨거운 연민의 정과도 연결된다.

이 작품에서 작자는 방랑 생활 속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적 인식을 '하늘에 뜬 구름 그림자'로 비유하는 한편, '물 속에 비치는 청산'을 좋아한다고 말함으로써 자연을 벗삼아 떠도는 자신의 모습을 객관화하고 있다. 작자는 자신의 그러한 인생관에 대해 긍정적 가치를 표명한다.

  [ 요점 정리 ]

형식 : 한시, 7언 절구, 서정시

성격 : 해학적, 낙관적, 긍정적

구성

* 기 - 서민들의 가난한 삶(나그네에게 베푸는 소박한 인심)

* 승 - 화자의 유유자적한 삶

* 전 - 주인에 대한 위로

* 결 - 안분지족하는 삶의 태도

주제 : 속세를 초탈한 인생관과 청빈한 삶에 대한 의지

표현

* 비유적이고 해학적인 표현

*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듯한 어조

* 긍정적(낙관적)이고 서민적인 정서

  [ 참고 ]

 ■ 김삿갓의 사상

김삿갓의 방랑 생활은 출발 동기부터 현실에 대한 불만과 저항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의 불만과 저항은 가문의 몰락에서 시작되었으나, 세월의 흐름과 함께 폭넓은 경험을 함에 따라 세계관과 사회관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즉, 조선 왕조에 대해 은근히 반대의 감정을 표시한 것은 물론 봉건 질서를 부정하는 태도를 취하였으며, 빈부의 차가 심한 사회적 불합리를 비판하고 양반 귀족들의 죄악과 불의, 거만, 허식을 증오하게 되었다.

그의 사상에 나타난 이러한 변동은 조선 말기 도탄에 빠진 민중들의 삶과 당대 사회의 변혁적 기운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그의 사상의 중심적인 경향은 강한 의분과 정의감에 기초한 반항 정신과 풍자 정신이었으며 인도주의로 뒷받침되는 평민 사상이었다.

 

 ■ 김삿갓(1807~1863)

본명은 김병연. 호는 난고(蘭皐), 이명(而鳴). 강원도 영월 태생. 세도가의 자손으로 태어났으나 선천 방어사였던 조부 김익순이 홍경래의 난(1811)때 홍경래 편에 가담한 후 역적의 집안으로 몰려 몰락하였고, 이후 영월에 정착하여 한때 과거에 뜻을 두기도 하였으나 기성 정치에 실망한 후 25세부터 방랑생활로 한평생을 보내다가 57세에 전라남도 화순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영월 와석리에 생가터와 묘지가 있다. 그의 한시는 일상적이고 파격적인 언어와 날카로운 풍자로 상류 사회를 희롱하고 재치와 해학으로 서민의 애환을 읊조린 것이 특징이다.

  [ 교과서 학습 활동 ]

1. 작자가 '무제'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 '무제'란 제목은 주제로 부각시킬 만한 특별한 내용을 의식하지 않고 작자 개인의 상념을 표출하려는 경우에 제시되는 것이 보통이다. 작자는 방랑생활 속에서 들른 어느 시골 농가에서 죽 한 그릇을 대접받고는, 미안해 하는 주인에게 오히려 자신도 청빈하고 초탈한 삶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이 일상생활 속에서 만난 한 사람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듯한 어조로 쓰여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무제'라는 제목을 통해 작자는 특별한 창작 의도 없이 생활에서 느끼는 감정을 소박하게 표현하려 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2. 이 시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삶의 문제의식은 어떤 것인지 말해 보자.

  → 작자가 방랑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과, 그러한 삶의 현실에서 자기 나름의 세상을 인식하는 태도와 가치관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생각해 본다.

이 시의 화자는 '물 속에 비치는 청산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청빈한 삶과 속세를 초월한 삶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자가 삶의 여유를 통해 긍정적인 세계관을 드러낸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 시의 어조에는 왠지 모를 고독감이 느껴지며,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함께 하는 고뇌에 찬 지식인의 존재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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