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보(晩步)                               -이 황-

           

          苦忘亂抽書(고망란추서)

          散漫還復整(산만환부정)

          曜靈忽西頹(요령홀서퇴)

          江光搖林影(강광요림영)

          扶공下中庭(부공하중정)

          矯首望雲嶺(교수망운령)

          漠漠炊烟生(막막취연생)

          蕭蕭原野冷(소소원야랭)

          田家近秋穫(전가근추확)

          喜色動臼井(희색동구정)

          鴉還天機熟(아환천기숙)

          鷺立風標逈(포립풍표형)

          我生獨何爲(아생독하위)

          宿願久相梗(숙원구상경)

          無人語此懷(무인어차회)

          瑤琴彈夜靜(요금탄야정)

           

              건망증 심해져 이 책 저 책 뽑아 놓고서

              흩어진 걸 다시 제대로 정리하자니,

              해는 어느덧 서편으로 기울고

              강물 위엔 숲 그림자 일렁이네.

              막대 짚고 뜰 한 가운데로 내려가

              고개 들어 구름재를 바라보니,

              아득한 곳에서 밥 짓는 연기가 일고,

              쓸쓸한 산과 들판은 싸늘하구나.

              농가에 가을걷이 가까워지니,

              방앗간 우물터에 기쁜 빛 도네.

              갈가마귀 날아오니 한 해가 다 간 듯,

              해오라비 우뚝 서니 모습 훤칠해.

              내 인생은 홀로 무얼 하는 건지

              오랜 바람이 한참이 지나도 풀리질 않네.

              내 마음 속의 이야기 나눌 사람 아무도 없어

              거문고만 둥둥 타네, 고요한 밤에.

               

 [ 이해와 감상 ]

하루와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주변의 경물과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쓴 시이다. 집집마다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사람들이 수확의 기쁨에 들떠 있는 등 모든 것이 성취의 기쁨을 맛보는 시간이다. 갈가마귀도 다시 이곳을 찾아오고, 해오라비까지도 기쁨과 자랑에 차 있는 듯 우뚝 서 있다. 하지만 바라보는 풍경과 대비되는 자신을 돌아보니 학문적 성취에 대한 미진함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자신이 이루어놓은 것이 결코 적지 않았을 텐데도 겸손한 태도로 삶에 대한 깊은 내면의 성찰을 하며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가를 반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교훈을 주는 작품이다.

* 오랜 바람 → 학문적 성취에 대한 바람

 [ 정리 ]

형식 및 갈래 : 한시(5언 배율)

특성

* 독백적 어조로 객관적 대상과 자신의 처지를 대조하며 자신의 미성취를 드러냄.

* 주위의 경물 및 세상과 달리 이룩한 성취가 없는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드러냄.

* 제목 '만보'는 '저녁에 산보를 하며'의 뜻임.

구성

* 수련(1~4) : 노년의 감퇴한 기억을 보완하려 흩어진 책을 정리하느라 하루를 다 보냄.

* 함련(5~8) : 집 마당에서 보는 가을 저녁의 정경

* 경련(9~12) : 수확의 기쁨에 젖은 마을 사람들과 가을 들판의 새들의 모습

* 미련(13~16) : 수확의 기쁨에 젖은 세상과 달리 숙원을 이루지 못한 시적 화자의 안타까운 심회

주제 : 소망한 바를 이루지 못한 자신의 처지에 대한 성찰과 회한

문학사적 의의 : 삶에 대한 성찰과 보다 높은 학문적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잘 드러남.

 [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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