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명 시(絶命詩)                               - 황 현-


          鳥獸哀鳴海岳嚬 (조수애명해악빈)

          槿花世界已沈淪 (근화세계이침륜)

          秋燈掩卷懷千古 (추등엄권회천고)

          難作人間識字人 (난작인간식자인)

           

            새와 짐승도 슬프게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

            무궁화의 온 세상이 이제는 쓰러져 가노라.

            가을 등불 아래에서 책을 덮고 지난 날을 생각하니

            인간세상에서 글을 아는 사람의 노릇이 참으로 어렵기만 하구나!

 [ 이해와 감상 ]

이 작품은 일제 시대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조국의 운명을 생각하며, 비탄에 빠진 화자의 심정을 노래한 한시이다.

제1,2행은 한일 합방으로 인한 민족의 어두운 앞날을 걱정하는 마음이 처절하게 나타난다. 모든 새와 짐승이 강산과 함께 슬프게 통곡하며, 온 세상이 쓰러져간다는 표현의 과장법을 통해서 어려운 시대를 대변해 주고 있다.

제3,4행은 당대의 지식인으로서의 참을 수 없는 현실적인 고뇌를 절망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어려운 역사적 상황 속에서 지식인으로서의 처신의 어려움을 토로한 작자가 취한 결과적 행동은 결국 절명(순결)이 되었다.

이 노래는 한일합방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인해 스스로 자결을 한 작자가 하룻밤 동안에 남긴 네 편의 <절명시> 중의 셋 째 수에 해당한다. 외세에 대한 갈등이 나타난 저항시이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참여시다.

역사에 대처하여 살아가는 모습은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를 수 있다. 직접 역사를 이끄는 주체가 될 수도 있고, 저항의 몸짓을 보일 수도 있고, 또한 절의를 지키며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꿋꿋한 의지를 보일 수도 있다. 이 시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지식인으로서 거기에 대응하는 자세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선비정신을 갖춘 사람의 애국 애족의 정신과 삶의 지조가 잘 나타난다.

 [ 요점정리 ]

형식 : 한시. 7언 절구

성격 : 저항시, 참여시, 비탄적

주제 : 나라를 잃은 지식인의 비탄과 절망.

표현 : 과장법, 직설법(2행), 감정이입(새, 짐승)

출전 : <매천집>(1911)

지은이 : 황 현(1855-1910)은 조선 철종 때의 학자이며, 항일 우국 지사이다.  자는 운경이고, 호는 매천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시문(詩文)에 뛰어나, 고종 22년에는 생원시에 장원 급제하였다. 그러나 당시의 혼란한 시국을 자탄하면서 향리의 자리로 은퇴하였다.  그의 대표적인 문집으로 구한말 역사를 기록한 <매천야록>이 있는데, 이 글은 우리 나라의 근세사에 대한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 참고 ]

 ※ < 절명시 >의  나머지 부분들

난리를 겪다 보니 백두년(白頭年)이 되었구나.
   몇 번이고 목숨을 끊으려다 이루지 못했도다.
   오늘날 참으로 어찌할 수 없고 보니
   가물거리는 촛불이 창천(蒼天)에 비치도다.        <첫째 수>

요망한 기운이 가려서 제성(帝星)이 옮겨지니
   구궐(九闕)은 침침하여 주루(晝漏)가 더디구나.
   이제부터 조칙을 받을 길이 없으니
   구슬같은 눈물이 주룩주룩 조칙에 얽히는구나.   <두째 수>

일찍이 나라를 지탱할 조그마한 공도 없었으니
   단지 인(仁)을 이룰 뿐이요, 충(忠)은 아닌 것이로다.
   겨우 능히 윤곡(尹穀)을 따르는 데 그칠 뿐이요
   당시의 진동(陳東)을 밟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구나.  <넷째 수>

 green37_up.gif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