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讀書當日志經綸(독서당일지경륜) 歲暮還甘顔氏貧(세모환감안씨빈) 富貴有爭難下手(부귀유쟁난하수) 林泉無禁可安身(임천무금가안신) 採算釣水堪充服(채산조수감충복) 詠月吟風足暢神(영월음풍족창신) 學到不疑知快闊(학도불의지쾌활) 免敎虛作百年人(면교허작백년인)
독서하던 당년에 경륜에 뜻을 두었더니 만년에 안빈낙도 오히려 달갑구나. 부귀엔 시샘 많아 손대기 어려웠고 임천엔 금함 없어 심신이 편안하였네. 채산조수하여 배를 채우고 음풍영월로 마음을 풀었네. 학문이란 의혹 없어야 상쾌하나니 평생의 허랑함을 면케 할 수 있네.
* 독서당일 : 독서를 시작하던 당년 * 경륜 : 일정한 포부를 가지고 일을 조직적으로 계획함, 또는 그 계획이나 포부. * 안씨빈 : 공자의 제자 안회의 안빈낙도한 삶을 이름. * 임천 : 숲과 샘이라는 뜻으로, 은사가 사는 자연을 이름. * 허랑 : 언행이 허황하고 착실하지 못함. * 백년인 : 보통 사람의 일생을 뜻하는 말로, 그의 명성이나 학문이 자기의 일생에만 국한되고 마는 사람을 백년인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작자는 학문을 하여 도통의 경지에 이르러 격물치지하게 되었음을 은근히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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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와 감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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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인생관이 잘 반영된 작품이다. 한 때는 경륜에 뜻을 두기도 했으나 한미한 집안에서 태어나 생활이 빈곤하니, 그러한 처지를 깨닫고 함련에서는 부귀공명에는 시기와 다툼이 많으므로 부귀를 버리고 자연에 묻혀서 살아간다. 부귀영화 때문에 서로를 헐뜯는 세태를 비판하면서, 자연속에서 살고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하고 있다. 경련에서는 임천에서 자족하며 즐기는 생활을 그리며, 미련에서는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학문하는 학자로서의 올바른 자세를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도학자로서의 높은 인격과 명리를 멀리하는 작자의 심정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독서를 시작하던 당년에는 경륜에 뜻을 두었닥, 마침내는 학문의 깊은 이치를 터득하면서 세상사의 온갖 부귀를 버리고 임천에 묻혀 독서와 함께 안비낙도하는 작자의 생활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자연은 모든 것이 풍부하되, 그 어느 것 하나 이를 즐기려는 데 금함이 없다. 이러한 자연을 찾아 산나물을 뜯고 물고기를 잡으며 사는 생활, 그것을 멋으로 알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태도에서 우리는 선인들의 풍족한 정신 세계와 탈속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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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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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식 : 7언 율시의 한시(중종 때) ◆ 구성 * 수련 - 나이가 들어 안빈낙도하게 된 만족감 * 함련 - 부귀를 버리고 자연 속에서 즐기는 생활 * 경련 -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족자락하는 모습 * 미련 - 학문 정진에 만족하는 시적 화자의 모습 ◆ 화자 : 속세의 부귀영화를 탐하지 않고 자연 속에서 끊임없이 학문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 독자 : 물질이 그 어느때보다 가치 있게 여겨지는 시대에 사는 오늘의 독자들에게 이 세상을 어떠한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주고 있다. ◆ 주제 : 안빈낙도와 학문(독서)에 정진하는 생활 ◆ 출전 : <화담집> | |
[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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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박연폭포, 황진이와 더불어 개성을 상징하는 송도 3절로 유명하다. 황진이의 유혹을 물리친 일화가 담겨 있는 시조로 잘 알려져 있다. 서경덕은 송도의 화담에 거주했는데, 세상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여 화담이라고 불렀다. 집안이 가난하여 독학으로 공부하였으며, 과거에는 평생 뜻을 두지 않았다. 1544년 김안국이 후릉참봉에 천거했으나 거부하고, 조식 · 성운 등 당대의 처사들과 지리산 · 속리산 등을 유람하였다. 주로 산림에 은거하면서 후학들을 키워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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