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일암 인운 스님에게(佛日庵贈因雲釋)                - 이 달-


          寺在白雲中 (사재백운중)
          白雲僧不掃 (백운승불소)
          客來門始開 (객래문시개)
          萬壑松花老 (만학송화로)
           

              절집이라 구름에 묻혀 살기로,

              구름이라 스님은 쓸지를 않아.

              바깥 손 와서야 문 열어 보니,

              온 산의 송화꽃 하마 쇠었네.

               

 [ 이해와 감상 ]

제1행(기)은, 절이 흰 구름 속에 파묻혀 있다.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산사의 정경인 동시에 속세와의 단절이란 이미지가 강조되고 있다.

제2행(승)은,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니 길을 쓸 이유가 없다. 속세와 떨어진 절간에서 느끼는 유여한 정서를 표현한 부분으로, 쓸려는 것이 구름이라는 데 묘미가 있다.

제3행(전)은, 어쩌다가 길손이 찾아와서 비로소 문을 열어 보는 모습이다.

제4행(결)은, 온 산골짜기에 송화꽃이 벌써 피어서는 쇠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시간의 흐름 내지는 계절의 변화도 초월한 채, 자연과 함께 지내는 경지가 잘 표현되어 있다.

  이른바 삼당 시인의 한 사람으로 불리는 이달의 작품으로, 자연에 묻혀서 속세를 멀리하고 세월의 흐름도 잊은 채 살아가는 경지를 노래하고 있다. 승구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길도 쓸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때 낙엽이 아니라 구름을 쓴다고 표현한 것이 매우 독특하다. 손님이 와서 문을 열어 보고야 비로소 계절의 변화를 알게 된다는 결구의 표현은 시간의 흐름을 잊은 채 살아가는 탈속의 경지를 잘 보여준다. 전구와 결구가 암시하는 것은 시간의 흐름이고,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살아가는 스님과 절집의 분위기를 통해 물아일체의 경지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속세를 벗어난 삶의 모습에서 고적하고 정밀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시의 고고함은 모든 제재들이 상극하지 않고 잘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송화꽃은 해마다 떨어지지만 그 해마다 떨어짐이 영원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는 시각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으며, 모든 제재가 한 폭의 풍경화처럼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시의 정서와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낭만적이고 풍류적인 당시풍(唐詩風)의 시로 시인 이달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시이다.

 [ 정리 ]

형식 : 한시, 5언 절구

성격 : 회화적, 낭만적

제재 : 구름

구성

   * 기 → 암자의 위치 : 구름에 묻힌 깊은 산중

   * 승 → 스님의 삶 : 길도 쓸지 않는 무심과 달관

   * 전 → 손님의 방문 : 비로소 바깥 세상과 소통함

   * 결 → 계절의 변화를 깨달음 : 어느 새 봄이 가고 초여름이 옴

주제 : 세월을 잊은 채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한적한 정취(물아일체=物我一體)

출전 : <손곡집>

 [ 참고 ]

 삼당시인(三唐詩人)

조선중기 선조 때의 세 시인 즉, 백광훈·최경창·이 달 등으로 보통 삼당(三唐)으로 칭하며 이들의 시를 삼당시라고 한다. 고려로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2백여 년간 한시에 있어서 송시풍(宋詩風)을 따랐으나, 이러한 풍조를 배격하고 당시(唐詩)를 주로 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이들은 정서면을 중시하여 좀더 낭만적이고 풍류스러운 시를 쓰려고 했으며, 성조감각을 중시했다. 그리고 이들 3인은 전라도라는 지역적인 관련을 지니고 있고, 또한 중세적 양반사회가 낳은 고아인 서류로서, 방랑하면서 불우한 인생을 마친 시인들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이 된다. 그들 중 백광훈과 최경창이 죽은 뒤까지 남아서 대성한 사람은 이 달이었다고 한다.

 스님의

이 시에서 스님은 속세를 멀리 떠나 깊은 산중, 구름에 싸여 있는 암자에 살고 있다. 찾아오는 손님이 없기에 길을 쓸지도 않을 정도로 바깥일에는 관심이 없다. 손님이 와서야 문을 열어 보고 송화가 쇠어 버렸다는 것을 알 정도로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살면서 세상 일에 무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스님은 자연에 묻혀 살며 자연의 변화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자연과 일체가 되어 살아가는 탈속적인 삶의 태도를 지닌 인물이다.

 green37_up.gif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