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읍 사              - 어느 행상인의 아내-

                                                                              - <악학궤범> -

 [ 현대어 풀이 ]

달님이시여 높이 높이 돋으시어 / 아, 멀리 멀리 비추어 주십시오. / (후렴구) / (임이여) 시장에 가 계시옵니까? / 아, 진 곳을 디딜까 두렵습니다. / (후렴구) / 어느 곳에나 놓으십시오. / 아, 내가(내 임이) 가는 곳에 날이 저물까 두렵습니다. / (후렴구)

 [ 배경 설화 ]

전주(全州)의 속현(屬縣)인 정읍(井邑)에 한 장사치가 있었는데, 어느날 행상을 떠난 뒤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자 그의 아내가 산 위 바위 위에 올라가 달빛 아래로 뻗친 길을 바라보며, 남편이 밤에 다니다가 해를 입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을 진흙에 빠지는 것에 비유하여 노래한 것이다. 이는 망부가(望夫歌)의 하나로 남편이 무사하기를 기원하는 노래이며, 전하는 바에 의하면 정읍 등점산에 망부석이 있다고 전해진다.

 [ 핵심 정리 ]

◆ 성격 및 갈래 : 서정시,  망부사

◆ 표현

㉠ 의인법, 돈호법, 영탄법

㉡ 대조적 이미지 : 달(광명) ↔ 진곳(어둠)

㉢ 강세접미사, 의구형 어미를 활용해서 전통적 정한의 정서를 잘 부각함.

◆ 짜임(구성)

* 제1행 ∼ 제4행 : 달에게 님의 안녕을 기원함.

* 제5행 ∼ 제7행 : 남편의 안전을 염려함.

* 제8행 ∼ 제11행 : 남편이 무사하길 기원함.

◆ 중요 시어 및 시구

* 달 → 소망, 기원의 원형적 이미지

☆ ‘달’의 이미지  : 첫연에서‘달’은 남편의 안전을 지켜 주는 달, 따라서 남편의 안전을 비는 아내의 애정이 어린 달이요, 둘째 연의 달은 ‘즌 데’를 밝혀 주는 밝은 달, 셋째 연의 달은 남편에 대한 믿음으로 충만한 달, 즉 아내의 남편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믿음의 이미지가 담긴 달이다. 이러한 달에게 소망을 기원하는 우리의 민속 신앙과도 관련된다.

* 노피곰, 머리곰 → '곰'은 강세 접미사

* 어긔야 어강됴리 / 아으 다롱디리 → 음악의 가락을 맞추기 위한 후렴구

* 져재 → 저자에, 시장에

* 녀러신고요 → 가 계신가요?

* 즌 데 → 위험한 곳

* 드대욜세라 → 디딜까 두렵습니다.

* 내 → '나'이면서 '님'을 지칭하는 말.  시적화자와 님과의 거리감이 없는 표현(부부 일심동체)

* 내 가논 데 → 남편의 귀가길,  나의 마중길,  부부의 인생길

* 내 가논 데 졈그랄셰라 → 주제의식이 담긴 구절로, 화자의 간절한 마음이 엿보임.

주제 행상 떠난 남편의 무사 귀가를 기원함.

◆ 국문학사적 의의 : 현전 유일의 백제 가요.  한글로 표기된 최고(最古)의 가요.

※ 고려시대 속요로 보는 견해도 있음.(후렴구, 10구체 향가에서 시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형태)

◆ 형식 : 3연 6구(후렴구 제외), 3음보

※ 후렴구를 제외했을 때 3연 6구의 형식을 보여주는데, 이것으로 시조 형식(3장 6구)의 원형을 간직한 작품으로 평가됨.

◆ 관련작품

㉠ 백제의 <선운산가>, 신라의 <치술령곡> → 주제의 유사성

㉡ 정서의 <정과정곡> → 자연물(잔월효성)을 통해 화자의정서를 드러냄이 유사함.

㉢ 고려가요 <서경별곡> → 임이 꽃을 꺾으리라고 염려하는 마음과 <정읍사>에서 '진 곳을 디딜까 염려하는 마음이 유사함.

 [ 이해와 감상]

작자와 제작 연대는 미상이나 아마 후백제 때에 백제 지방의 전래 민요를 개작한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구전되어 오다가 조선 시대에 궁중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악학궤범'에 기록된 작품으로, "고려사"에 백제의 가요라는 설명이 남아 있다. 이 노래는 연모의 정이 충신이 임금을 연모하는 것과 통한다 하여, 조선시대를 통하여 삼국 속악의 하나로 오랫동안 궁중에서 무고(舞鼓)와 함께 연주되었다. 특히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섣달 그믐날 궁중 나례 뒤에 처용무, 봉황음, 삼진작, 북전과 함께 연주되었다. 이 노래에 따른 춤을 '정읍무'라고 한다. 그러나 조선 중종 때에 이르러 <동동>과 함께 '남녀상열지사'의 노래라 하여 금지되었으며, 그 뒤 민간에 전승되어 <아롱곡>으로 불리었다.

이 노래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두 가지 정도의 방향으로 정리해 볼 수가 있겠다. 하나는 '멀리 행상 나간 남편을 걱정하며 진심으로 그가 무사히 귀가하기를 달에게 기원하는 갸륵한 아내의 정성을 나타낸 사랑의 노래'로 보는 것과, 다른 하나는 '집을 나가 오래 돌아오지 않는 남편이 객지에서 다른 여인과 사귀며 즐기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근심으로 자신의 앞날에 대한 어두운 불행을 두려워하는 노래'로 보는 경우이다. 다시 말하면, 여인의 자기 초월적 지순한 애정을 직서적으로 표현한 노래일 가능성과, 여인의 자기 확인적인 불안 의식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노래일 가능성인 것이다.  전자에서는 애정의 지고함을 배울 수 있고, 후자의 해석을 통해서는 표현의 묘미를 맛보게 된다.

<정읍사>의 해석은 어느 한 가지를 정설로 볼 수는 없다. 이 노래가 조선 중종 때 음란한 노래라 하여 금지되었던 점에서 후자의 해석도 타당성을 갖는다. 어떠한 일로 집을 나갔던지 남편이 오랫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온갖 걱정을 다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노래는 어느 한 가지의 위험이 아니라 남편에게 있을 수 있는 모든 좋지 않은 일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아내의 심정을 나타낸 것으로 보고, 남편의 안위라는 것에는 후자도 하나의 내용으로 포함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아내의 너그럽고 깊은 사랑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 생각할 문제 ]

1. 이 작품이 과연 백제의 노래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자주 제기되는데 그 이유는?

→ <정읍사>의 노래말을 수록한 "악학궤범"이 백제로부터 워낙 후대에 편찬된 것이기 때문이다.

2. 학자에 따라서는 이 시가를 고려 가요로 보기도 한다. 고려 가요로 볼 수 있는 근거를 살펴보자.

→ 고려 가요의 형식적 특징인 연장체(분절체,분연체), 후렴구, 3음보의 율격 등

 [ 교과서 활동 다지기 ]

1. 다음에 제시된 배경 설화를 참고하여 시구의 의미를 파악해 보자.

정읍은 전주에 속해 있는 한 고을이다. 이곳에 사는 어떤 사람이 행상을 떠나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그의 아내는 산 위에 올라 남편이 간 곳을 바라보며 혹시 밤길을 오다가 해를 입지는 않을까, 흙탕물에 몸을 더럽히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이 노래를 불렀다. 세상에 전하기를 남편을 기다리던 여인의 모습이 망부석이 되어 남아 있다고 한다.

머리곰 비취오시라.

'멀리멀리 비추어 주십시오.'라는 의미로 달이 어두운 밤에 남편이 가는 길을 환하게 비추어 주기를 기원하고 있다.

져재 녀러신고요.

'저자(시장)에 가 계신가요?'라는 의미로 행상인인 남편이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자 아직도 저자에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즌 데를 드대욜셰라.

'진 곳(위험한 곳)을 디딜까 두렵습니다.'라는 의미로 남편이 밤길에 해를 입거나 흙탕물에 몸을 더럽히지나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2. 이 작품의 율격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요소를 찾아 정리해 보자.

* 음악의 가락을 맞추기 위해 후렴구를 활용하고 있다.

* 후렴을 제외한 6구가 각 2구씩 세 부분으로 나뉘어 정형성을 이루고 있다.

 

3. 다음을 참고하여 한국 문학이 개념과 영역에 대해 살펴 보자.

'정읍사'는 백제의 노래로 통일 신라, 고려를 거쳐 조선 시대에까지 구전되어 오다가 1493년에 이르러 문헌에 한글로 기록되었다. 이 사실은 이 노래가 많은 이들의 입과 입을 통해 오래도록 전승되었음을 알게 해 준다.

 

(1) 이 작품이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 의해 불려 전승된 이유에 대해 말해 보자.

→ 이 작품은 달을 바라보며 행상을 나간 남편이 무사하기를 기원하는 여인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여인의 소박하고 애절한 목소리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면서 오랜 기간 전승될 수 있었을 것이다.

 

(2) (1)을 바탕으로 한국 문학의 개념과 영역에 대해 생각해 보자.

→ 한국 문학은 한국인의 사상과 감정을 우리의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이때 우리의 언어는 한국인이 역사상 사용해 온 언어를 모두 포괄한다. 특히 구비문학은 기록문학이 생기기 이전부터 민중의 삶과 정서를 생동감 있게 표현해 온 한국 문학의 출발점이자 기반이 되므로 한국 문학의 영역에 포함하는 것이 마땅하다.

 

4. 문학 작품에 쓰인 '달'의 다양한 의미에 대해 살펴 보자.

(1) '정읍사'와 '오우가'에 표현된 '달'의 의미를 비교해 보자.

→ '정읍사'의 '달'은 어둠을 상징하는 '즌 데'를 밝혀주는 '광명'의 존재로 남편의 안위를 지켜주는 기원의 대상이다. '오우가'의 '달' 역시 만물을 다 비추는 '광명'의 존재이나 세상의 온갖 더러움을 다 보고도 들춰 내지 않는 과묵함의 미덕을 지닌 예찬의 대상이다.

 

(2) '달'을 제재로 한 현대시를 찾아보고, 그 의미를 파악해 보자.

달을 보며      -한용운-

 

달은 밝고 당신이 하도 그리웠습니다.

자던 옷을 고쳐 입고 뜰에 나와 퍼지르고 앉아서 달을 한참 보았습니다.

 

달은 차차차 당신의 얼굴이 되더니 넓은 이마, 둥근 코, 아름다운 수염이 역력히 보입니다.

간 해에는 당신의 얼굴이 달로 보이더니, 오늘 밤에는 달이 당신의 얼굴이 됩니다.

 

당신의 얼굴이 달이기에 나의 얼굴도 달이 되었습니다.

나의 얼굴은 그믐달이 된 줄을 당신이 아십니까.

아아, 당신의 얼굴이 달이기에 나의 얼굴도 달이 되었습니다.

<'달'의 의미>

 

이 시에서 달은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소재이다. 임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얼굴을 그믐달로 형상화한 것에서 임에 대한 걱정으로 수척해진 화자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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