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기(隨廬記)                                  - 이용휴 -

● 본문

풀은 바람이 동쪽으로 불면 동쪽으로 향하고 바람이 서쪽으로 불면 서쪽으로 향한다. 다들 바람 부는 대로 쏠리는데 굳이 따르기를 피하려 할 이유가 있겠는가? 내가 걸으면 그림자가 내 몸을 따르고 내가 외치면 메아리가 내 소리를 따른다. 그림자와 메아리는 내가 있기에 생겨난 것이니 따르기를 피할 수 있겠는가? 아무것도 따르지 않은 채 혼자 가만히 앉아서 한평생을 마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는 법이다. (유추(자연현상에서 인간의 현상을 이끌어냄)와 자문자답의 형식을 통해 내용을 전개함.)

어째서 상고 시대의 의관을 따르지 않고 오늘날의 복식을 따르며, 중국의 언어를 따르지 않고 각기 자기 나라의 발음을 따르는 것일까? 이는 수많은 별들이 각자의 경로대로 움직이며 하늘의 법칙을 따르고, 온갖 냇물이 각자의 모양대로 흐르며 땅의 법칙을 따르는 것과 같은 도리이다.

물론 일반적인 추세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천성과 사명을 견지하는 경우도 있다. 천하가 모두 주나라를 새로운 천자의 나라로 섬기게 되었음에도 백이와 숙제는 그것을 부끄럽게 여겼고(상나라 말기의 형제로, 끝까지 군주에 대한 충성을 지킨 의인임. 일반적인 추세를 따르지 않은 사례①), 모든 풀과 나무가 가을이면 시들어 떨어짐에도 소나무와 잣나무는 여전히 푸른 것(일반적인 추세를 따르지 않는 사례②)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그렇지만 우임금도 방문하는 나라의 풍속에 따라 일시적으로 자신의 복식을 바꾸셨고(일반적인 추세를 따른 사례①), 공자도 사냥한 짐승을 서로 비교하는 노나라 관례를 따르시지 않았던가(일반적 추세를 따른 사례②)! 성인(聖人)도 모두가 함께 하는 부분을 위배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이 하는 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아니다! 이치를 따라야 한다. 이치는 어디에 있는가? 마음에 있다. 무슨 일이든지 반드시 자기 마음에 물어보라. (자문자답의 형식)

마음에 거리낌이 없으면 이치가 허락한 것이요, 마음에 거리낌이 있으면 이치가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만 한다면 무엇을 따르든 모두 올바르고 하늘의 법칙에 절로 부합할 것이며, 어떤 상황에서든 마음만 따르다 보면 운명과 귀신도 모두 그 뒤를 따르게 될 것이다.

● 감상 및 이해

'따르며 살리라'라는 의미인 '수려(搜廬)'라는 이름을 붙인 집에 대한 글로,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가를 설명하는 고전수필이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르는 것보다는 이치를 따라야함을 강조하면서 '이치를 따르는 것'은 '마음에 거리낌이 없음'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글이다.

● 정리하기

성격 및 갈래 → 고전수필, 기(記)

구성

1) 기 → 사람은 아무것도 따르지 않은 채 혼자 살 수 없음

2) 승 → 일정한 법칙에 따르는 도리의 당위성

3) 전 → '따름'의 기준이 서로 다를 수 있음.

4) 결 → 마음의 이치를 따라 살아가는 자세

특성

1) 교훈적이고 설득적인 성격

2) 스스로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전개함.

3) 유추를 사용하고 권위 있는 인물의 사례를 제시하는 방법으로 독자의 이해를 도움.

주제이치에 따라 살아가는 삶의 자세

● 참고자료

◆ 이용휴(1708~1782)

남인 집안의 출신으로 18세기를 대표하는 문인이다. 벼슬에 나가고자 하는 마음과 그럴 수 없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하기도 했지만 만년에는 벼슬하기를 단념하고 시를 쓰며 백성의 삶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최초의 전업 작가라고도 불린다. 사대부들의 수중에서 문학이 종속되어 있던 시기에 평생 재야에 있는 선비로서 문단을 이끌어 문풍울 주도하기도 하였다. 그의 글은 발상이 기발하고 내용이 참신하며, 글자가 어렵거나 구법이 난해하지 않은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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