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전(小傳)                                          - 박제가 -

● 본문

조선이 개국한 지 384년(1776년), 압록강에서 동쪽으로 1천여 리 떨어진 곳(압록강으로부터 그가 사는 곳의 거리를 헤아림. 역사의식이 보임)에 그가 살고 있다. 그가 태어난 곳은 신라의 옛 땅이요, 그의 관향(貫鄕, 시조가 태어난 곳)은 밀양이다. <대학(大學)>(유교 경전인 사서의 하나)에서 뜻을 취하여 제가(齊家,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이름하였고, '이소(離騷, 중국 초나라의 굴원이 지은 부)'의 노래에 뜻을 붙여 초정(楚亭, 어릴 때부터 <초사> 읽기를 좋아해 '초정'으로 호를 삼았음)이라는 호를 지었다.

그의 사람됨을 보자. 물소 이마에 칼날 같은 눈썹을 하고, 눈동자는 검고 귀는 하얗다(박제가의 비범한 외양 묘사. 귀인의 자부를 감추지 않고 드러냄). 고독하고 고매한 사람만을 골라서 남달리 치하게 사귀고, 권세 많고 부유한 사람은 멀리서 보기만 해도 사이가 멀어진다. 그러니 뜻에 맞는 이가 없이 늘 가난하게 산다.(청빈하고 고고한 삶)

* '그'의 비범한 외양과 인품

어려서는 문장가의 글을 배우더니 장성해서는 국가를 경영하고 백성을 제도할 학문('그'가 추구한 학문)을 좋아하였다. 수개월을 귀가하지 앟고 노력하지만 지금 사람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서얼이라는 신분적 제약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앞서나가는 학문을 함).

그는 이제 한참 고명한(고상하고 현명한, 식견이 높고 사물에 밝은) 자와 마음을 나누고, 세상에서 힘써야 할 것은 버리고 하지 않는다. 명리(名理, 하늘이 내린 목숨과 자연의 이치)를 따져서 종합하고, 심오한 것에 침잠하여 사유한다. 백 세대 이전 인물에게나 흉금을 터놓고, 만 리 밖 먼 땅에나 가서 활개치고 다닌다(이 글을 쓴 이후에 실제로 4차례나 연행 길에 오름).

* '그'의 학식과 개방적인 사고

[구름과 안개의 색다른 모습을 관찰하고 갖가지 새의 신기한 소리를 듣기도 한다. 원대한 산천과 일월성신, 미미한 초목과 벌레, 물고기, 서리, 이슬은 날마다 변화하지만 왜 그러한지 알지 못하는데 그 현상의 이치를 가슴속에서 또렷하게 터득하였다. 언어로서 그 실상을 다 표현할 수 없고, 입으로 그 맛을 다 설명할 수가 없다. 혼자서 터득한 것임을 자부하지만 그 누구도 그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남들과 다르게 자연을 바라보며 자연과 사물의 이치를 모두 터득함.)

아아! 몸뚱이는 남을지라도 떠나가는 것은 정신이고, 뼈는 썩을지라도 남는 것은 마음이다. 그의 말을 알아듣는 분은 생사와 성명(姓名)을 초월한(불후의 인물) 그를 발견하기 바라노라!

* '그'를 알아주지 않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그를 예찬하여 쓴다.

 

책을 지어 기록하고 초상화로 그려놓아도

도도한 세월 앞에선 잊혀지는 법!

더욱이 자연스런 정화(깨끗하고 순수한 알짜)를 버리고

남과 같이 진부한 말로 추켜세운다면

불후의 인물이 될 수 있으랴?

전(傳)이란 전해 주는 것.

그의 조예(학문이나 예술, 기술 따위의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깊은 경지에 이른 정도)와 인품을 온전히 드러내지는 못해도

완연히 그 사람이라서 천만 명의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한 다음이라야

천애(하늘의 끝, 까마득하게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의 타지에서나 오랜 세월 흐른 뒤에 만나는 사람마다 분명히 그인 줄 알 것이다.

* 이 글을 쓴 목적

● 감상 및 이해

박제가는 서얼 출신으로 중년이 넘어 무과(武科)에 장원급제한다. 하지만 신분상의 이유로 하급관료에 머물 뿐 자신의 웅대한 뜻을 펴지 못한다. 그 우울한 생애를 박지원, 이덕무, 유득공, 서상수 등의 소외된 북학파 정치인들과 함께 울분을 안으로 삭히며 보냈다. 그러한 박제가의 모습이 이 글에 실려 있다. 이 글은 북학파학의 동인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자전적 글을 남긴 27살의 박제가가 말하는 박제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박제가의 시대는 박제가를 알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박제가는 자신이 처한 곳에서 끊임없이 조선의 개혁을 부르짖었다. 예를 들어 정조 때 연이은 가뭄에 농서(農書)를 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박제가는 <북학의(北學議)>를 정조에게 올리며(1798년), 장문의 상소문을 따로 올린다. 거기서 박제가는 농업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우선 법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박제가는 네 차례나 청나라를 다녀올 정도로 국제적 감각에 뛰어났으며, 북학파의 일원으로 조선의 개혁을 온 몸으로 주장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끝내 자신의 뜻을 펴지 못하고 오히려 유배로 생을 마감했다. 이 글은 조선을 위해, 민중을 위해 개혁을 하고자 했으나 그 시대에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우하게 살다 간 박제가의 자전적 글이다.

이 작품은 전(傳)의 형식을 빌려 세속적 명리를 추구하지 않고 살아가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개성적으로 그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은 작가가 어떤 사람의 독특한 행적을 기록하고, 여기에 교훈적인 내용이나 비판을 덧붙인 글을 말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작가 스스로가 자신을 '그'라는 객관적 대상으로 설정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작가는 자신에 대해 '권세 많고 부유한 사람'은 멀리하고, '심오한 것에 침잠하여 사유'하며, '현상의 이치를 가슴속에서 또렷하게 터득하였다'고 표현하였는데, 이를 통해 청빈하고 고고한 삶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사람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라고 말한 대목에서는 조선 사회에 서얼 출신으로 태어나 자신의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없었던 처지에서 비롯된 안타까움이 엿보이기도 한다.

● 정리하기

성격 및 갈래 → 고전 수필, 소전(小傳, 줄여서 간략하게 쓴 전기)

구성

1) 도입 → 박제가 자신을 소개함.

2) 전개 → 자신의 외모, 성격, 즐기는 일을 서술함.

3) 마무리 → 스스로를 예찬함.

특성

1) 자전적, 고백적, 예찬적

2) 전(傳)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음.

3) 세속적 명리를 추구하지 않는 작자 자신의 모습을 개성적으로 그림.

4) 자신을 객관화하여 판단 평가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청빈하고 고고한 삶에 대한 자부심과 조선사회에서 서얼로 태어나 자신의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없었던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을 보임.

주제박제가 자신 스스로의 성취에 대한 예찬, 청빈하고 고고한 삶에 대한 예찬

출전 → <정유집>

● 교과서 활동 다지기

1. 다음 문장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의 생각을 이해해 보자.

문장

문장에 담긴 '그'의 생각

조선이 개국한 지 384년, 압록강에서 동쪽으로 1천여 리 떨어진 곳에 그가 살고 있다.

* 조선의 개국을 기준으로 시대를 헤아림.

* 압록강으로부터 사는 곳의 거리를 헤아림.

물소 이마에 칼날 같은 눈썹을 하고, 눈동자는 검고 귀는 하얗다.

* 비범한 용모에 대한 자부심이 잇음.

백 세대 이전 인물에게나 흉금을 터놓고, 만 리 밖 먼 땅에나 가서 활개치고 다닌다.

* 선인들의 저서를 읽으며 그들의 삶과 가치관을 공유함.

* 활동 영역을 먼 타국까지 넓히려는 개방적인 사고를 지님.

구름과 안개의 색다른 모습을 관찰하고 갖가지 새의 신기한 소리를 듣기도 한다.

*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뛰어나고 사물을 깊게 살펴볼 줄 아는 능력이 있음.

 

2. 다음 활동을 통해 작가의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보자.

(1) 작가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말해 보자.

→ '뜻에 맞는 이가 없이 늘 가난하게 산다', '지금 사람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의 말을 알아듣는 분은 생사와 성명을 초월한 그를 발견하기 바라노라.' 등을 통해 작가는 아무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지만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박제가의 삶에 대해 더 조사해 보고, 본문에 관련 내용이 있는지 찾아보자.

→ 박제가는 '북학의'를 쓴 중상학파의 한 사람으로, 청나라의 발전된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본문의 '국가를 경영하고 백성을 제도할 학문'은 박제가가 힘을 쏟았던 실학을 의미하고, '만 리 밖 먼 땅'은 당시 선진 문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던 '청나라'를 의미한다.

 

3.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고, 각자 자신의 '소전'을 써 보자.

<예시> 그(나)는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과 유사한 외모를 타고났으나, 보이지 않는 속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함을 지니고 태어났으니,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속이 얼핏얼핏 드러나 기발한 생각으로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곤 하였다. 특히 좋은 벗을 알아보는 눈이 탁월하여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그(나)의 재산이라 할 수 있으니, 가진 것은 없으나 세상 어떤 부자보다 더 큰 재산을 지닌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