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론(相論)                     - 정약용 -   

● 본 문

 아주 어린아이가 배를 땅에 대고 엉금엉금 길 때에 그 용모를 보면 예쁠 뿐이다. 하지만 아이가 장성해서는 무리가 나누어지게 되는데, 무리가 나누어짐으로써 익힘이 서로 달라지고, 익힘이 서로 달라짐으로써 상(相)도 이로 인해 변하게 된다.

*상(相)이 변하는 원인

서당에 다니는 무리는 그 상이 아름답고, 시장의 무리는 그 상이 검고, 목동의 무리는 그 상이 산란(散亂)하고, 뱃사공이나 마부의 무리는 그 상이 사납고 약빠르다. 대체로 그 익히는 것이 오래됨으로써 그 성품이 날로 옮겨가게 되니, 그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겉으로 나타나서 상이 이로 인하여 변하게 되는데, ㉠사람들은 그 상이 변한 것을 보고 또한 말하기를, "그 상이 이렇게 생겼기 때문에 그 익히는 것이 저와 같다."고 하니, 아아! 그것은 틀린 말이다.

*상(相)이 변하는 원인에 대한 오해

대저 학문을 익힌 사람은 사리를 통달하는 데 효과가 있고, 이(利)를 익힌 사람은 재물을 모으는 데 효과가 있고, 힘을 익힌 사람은 끝내 비천하고, 악을 익힌 사람은 마침내 패망(敗亡)하게 되나니, 익힘과 효과가 아울러 진보함으로써 효과와 상이 모두 변하게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상이 변한  것을 보고 또한 말하기를, "그 상이 이러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저와 같은 것이다."라고 하니, 아아! 어쩌면 그리도 어리석은가.

*익힘에 따라 변하는 효과와 상(相)

어떤 아이가 있는데 그의 눈동자가 빛나면 부모가 말하기를, "이 아이는 학문을 시킬 만하다."라고 하고, 그 아이에게 붓, 먹, 연분(鉛粉), 서판(書板)을 더 주게 되니, 그 아이는 더욱 공부에 힘쓰고 날로 더 부지런하게 된다. 대부(大夫)는 이 사람을 천거하기를, "이 사람은 등용할 만하다."고 하여, 그를 권장하고 추켜세우고 칭찬하고 선발하여 이윽고 재상에 이르게 된다.

어떤 아이가 있는데 얼굴이 풍만하게 생겼으면 아이의 부모는 말하기를, "이 아이는 부자가 될 만하다."고 하여 재산을 더 주고, 부인(富人)은 그 아이를 보고 말하기를, "이 아이는 일을 시킬 만하다."고 하여 자본을 더욱 주게 되니, 이 아이는 더욱 힘쓰고 날로 부지런히 사방을 장사를 다녀서 더욱 재산을 느릴 것이며, 저자에 자리 잡아 앉게 되면 그를 추대하여 주인으로 삼는다. 그 아이는 틀림없이 장족의 발전을 하게 되고, 또 주인은 더 찾아와 도움만 주게 되니, 아이가 바로 이어서 큰 부자가 되는 것이다.

*상(相)의 통념에 따른 성공

어떤 아이가 있는데 눈썹이 더부룩하고, 또 어떤 아이가 콧구멍이 밖으로 드러났으면, 그 아이의 부모와 사장(師長)들은 양성하고 협조하는 것을 모두 앞서 말한 것과 반대로 하니, 이들이 어찌 자기 몸을 귀하고 부하게 할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은 것은 그 상으로 인하여 그 형세를 이루고, 그 형세로 인하여 그 상을 이루게 된 것인데, 사람들은 그 상이 이루어진 것을 보고는 또 말하기를, "그 상이 이와 같기 때문에 그 이룬 것이 저와 같다."고 하니, 아아 어쩌면 그리도 어리석단 말인가.

[A]【 세상에는 진실로 재덕(才德)을 충분히 갖추었음에도 그것을 발휘하지 못한 사람이 있는데, 이 경우 사람들은 그 사람의 상에다 그 허물을 돌리지만, 그 상을 따르지 않고 이 사람을 우대했더라면 이 사람도 재상이 되었을 것이다.  또 이해에 밝고 귀천을 살폈는데도 종신토록 곤궁한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의 경우도 사람들은 상에다가 역시 그 허물을 돌리지만, 그 상을 따지지 않고 이 사람에게 자본을 대 주었더라면 이 사람 또한 큰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하물며 거처는 기질을 변화시키고, 양육은 신체를 변화시키며, 부귀는 그 뜻을 음란하게 하고, 우환은 그 마음을 슬프게 한다. 그리하여 아침에는 무성하다가 저녁에는 시들게 된 사람도 있고, 어제는 초췌했다가 오늘은 살쪄서 윤택해진 사람도 있게 되니, 상이 어찌 일정한 것인가.

*상(相)의 통념에 따른 실패

사서인(士庶人)이 상을 믿으면 직업을 잃게 될 것이고, 경대부(卿大夫)가 상을 믿으면 그 친구를 잃게 되고, 임금이 상을 믿으면 신하를 잃게 된다. 공자가 말하기를, "용모로써 사람을 취했더라면 자우(子羽)에게 실수할 뻔했다."고 하였으니, 참으로 성인의 말이다. 옛날에 순임금이 신하인 기(夔)에게 명령하기를 "그대를 전악(典樂)으로 임명하여 주자를 가르치게 하노라."라고 하였는데, 전악이란 음악을 관장하는 직책일 뿐이니, 사람을 가르치는 데는 어찌하겠는가. 아아, 사람은 본성이 방탕한 기질이 있어서 저절로 착해지지는 못하고 반드시 가르친 다음에야 착하게 된다. 왜냐하면, 칠정(七情)이 마음속에 얼크러져서 그 화평(和平)함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相)의 통념에 따른 폐해

● 감상 및 이해

이 글은 일상적인 사례를 소재로 삼아, 상(相)의 통념에 대한 문제점을 밝히고 있다. 즉 상에 따른 통념으로 사람을 보기 때문에 사람의 성공과 실패도 그 상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상은 이미 결정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익힘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며, 이에 그 사람의 상도 변하게 된다는 것이 필자의 논지다.

● 정리하기

성격 및 갈래 → 고전수필, 논설문

주제 → 상(相)에 따른 사회적 통념의 문제점과 폐해

* 사회적 통념 : 상(相)은 이미 결정되어 있으며, 일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이다.

* 사회적 통념의 문제점 : 훌륭한 인재를 잃을 수 있다.

* 글쓴이의 논지 : 익힘과 효과는 함께 진보하며, 그래서 상은 변하는 것이다. 

● 참고자료

 기출문제(2006년 3월 고2 전국연합학력평가)

1. 위 글의 구상 단계에서 글쓴이가 고려했음 직한 생각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④)

① 상반된 사례들을 보여주어 독자들이 논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자.

② 상을 믿었을 때 야기되는 폐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논지를 강화하자.

③ 무엇을 익히느냐에 따라 상이 바뀐다는 것을 설명하여 논지를 분명히 드러내자.

④ 재상이나 큰 부자가 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여 정보로서의 가치를 높이자.

⑤ 상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잘못된 인식을 지적하여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자.

 

2. <보기>에 대한 반응 중, 위 글의 글쓴이와 관점이 상통하는 것은? (⑤)

외모에 신경을 쓰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인상이 좋지 않아 취업 면접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거나, 실제 나이보다 늙어 보여 맞선을 볼 때마다 퇴짜를 맞는 남성들은 성형수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남성들에게까지 불고 있는 성형 열풍에 대한 네티즌들의 사이버 갑론을박이 한창인데, '남성 성형에 긍정적'이라는 견해가 늘고 있다.  

①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겉모습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성형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② 부모님께 물려받은 몸을 함부로 바꾸는 것은 유교적인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③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는 생각이므로, 성형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④ 외모가 바뀌면 그에 따라 성품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외모에 불만이 있는 사람은 성형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⑤ 외모를 바꾼다고 성품이나 능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니, 외모보다는 성품을 닦고 능력을 기르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3. ㉠(사람들)에 대한 평으로 적절한 것은? (⑤)

① 허례허식에 집착하고 있다.

② 비관적인 인생관을 갖고 있다.

③ 직업에 관한 시각에 편견이 있다.

④ 세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⑤ 원인이 아닌 것을 원인으로 이해하고 있다.

 

4. [A] 부분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에 가장 가까운 진술은?(③)

① 물고기는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고, 꿀벌은 꽃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② 고양이가 발톱을 갈고 호랑이 목소리를 흉내낸다 하여 호랑이가 될 수는 없다.

③ 똑같은 종이라도 생선을 포장했던 종이는 비린내가 나고, 꽃을 포장했던 종이는 향기가 난다.

④ 내가 하찮게 생각하여 버리는 잡동사니가 다른 사람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보물이 될 수 있다.

⑤ 주변 분위기를 좋게 하는 꽃은 정신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를 제공해 주는 과일은 육체 건강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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