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뢰유(論賂遺)                                  - 이익 -

● 본문

뇌물을 주는 것은 우리나라의 오랜 병증이다. 국가의 피폐(지치고 쇠약해짐)와 백성의 빈곤이 이에 연유한다. 조정에서 금하지 않을뿐더러 가르치는 실정이다(뇌물이 판치는 부패한 조선의 현실을 알 수 있는 구절임). 외국에서 사신이 오면 각 고을에 서간(편지)을 띄워 그 여비를 떠맡기는데 일정한 액수도 없다. 그러므로 음직(蔭職, 과거를 거치지 아니하고 조상의 공덕에 의해 맡은 벼슬)과 무관(武官, 무과 출신의 벼슬아치)으로 사령이 된 자는 앞을 다투어서 재물을 실어 나른다. 또, 나라에 크고 작은 잔치가 있으면 반드시 여러 가지 물품을 각 고을에 떠맡겨서 구해 들인다. 각 고을에서는 각 마을에 배당하여 구해 들이니 그 잔학함이 매우 심하다. 이와 같이 하면서 어찌 사람들의 뇌물 통래(通來, 가고 오고 함)를 금하겠는가. 명절에는 반드시 각 고을에서 고관에게 문안차 보내는 선물이 있다. 무식하고 벼슬을 탐내는 무리는 반드시 이런 기회를 틈타 승진되기를 바란다. 구관이 이미 후하게 실어 보냈으므로 신관(새로 부임하는 관리)은 더욱 많이 실어 보낸다. 뇌물을 더 보내는 자는 유능한 수령이라고 하고 그렇지 못한 자는 중상(근거 없는 말로 남을 헐뜯어 명예나 지위를 손상시킴)을 당한다(뇌물에 의해 출세가 좌지우지되는 부조리한 세태를 꼬집음).

뇌물을 보내는 물품은 원래 국비(國費, 나라의 재정으로 부담하는 비용)에서 계산한 것이 아닌데 어디서 구해 오는 것인가. 받는 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지만 백성은 점차 병들게 한다. 그러므로 조정에서도 예사로 알고 따라서 상하(上下)의 풍습이 되어 버렸다. 한 물건을 실어 오는 것이 관가의 입장에서는 사소하지만 덧붙여서 백성의 재물은 남김어 없게 된다. 이런 짓을 어찌 그만둘 수 없는가.

법이란 마땅히 조정에서 지키기 시작하여야 한다. 연향(宴享, 국빈을 대접하는 잔치)이나 사신의 접대 같은 일은 모름지기 국비 중에서 마련할 것이지 정당한 세금 외에 더 걷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각 고을에서 고관에게 문안차 보내는 것은, 곧 옛날의 의장(정부에서 묵인해 주는 뇌물)이라는 것이나 비록 말채찍이나 구두신과 같은 하찮은 물품이라 하더라도 모두 막는 것이 마땅하다.

문안차 내는 물건은 그 품목과 수량을 정하도록 건의한 자가 있었다. 그러나 사사로(개인적으로) 주고 받는 것을 누가 살필 것인가. 또 숙폐(宿弊, 오래된 폐단)를 갑자기 금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사헌부(풍속을 바로잡기 위해 관리의 비행을 조사하여 그 책임을 규탄하는 일을 맡아 보던 관아) 감찰관에게 그 일을 맡기는 것이 마땅하다. 고을에서는 조정에 있는 신하에게 보내는 물품은 그 건수를 문서에 기록하고 먼저 사헌부에 보내어 날인하여 증명한 다음 받도록 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많으면 대관(臺官, 조선시대의 사헌부 대사헌 이하 지평까지의 벼슬)이 증거를 들어 논평한다. 이와 같이 하면 오직 일종의 비열한 자 외에는 감히 턱없이 주고 받지 못한다. 이것도 또한 백성을 유익하게 하는 일단이다.

● 감상 및 이해

이 글은 이익의 <성호잡저>에 수록되어 있는 글이다. 글쓴이는 현실의 문제점으로 뇌물의 병폐를 비판하고, 이어 뇌물의 통래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주장이 명료할 뿐만 아니라, 뇌물 수수가 판을 치는 오늘날에 시사하는 바가 있는 작품이다.

● 정리하기

성격 및 갈래 → 고대수필, 논(論)

구성

1) 기 → 뇌물이 판치는 현실

2) 승 → 뇌물의 폐해

3) 전 → 뇌물을 막기 위한 방안 제시

4) 결 → 뇌물을 막기 위한 더 구체적 방안을 제시

특성

1) 비판적이고 논리적인 성격의 글

2) 국가의 피폐와 백성의 삶이 빈곤해지는 궁극적 원인을 뇌물로 봄.

주제뇌물의 폐해 및 뇌물 수수를 막기 위한 방안

출전 → <성호잡저>

● 참고자료

◆ 뇌물과 관련된 다른 글 - 이규보의 <주뢰설>

강을 건너려고 나룻배를 탔다. 마침 내가 탄 배 옆에 하나의 배가 함께 출발했다. 두 배는 크기도 같고 사공의 수도 같으며, 타고 있는 사람과 말의 수도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한참을 가다가 보니 옆에서 떠난 배는 나는 듯이 달아나서 벌써 저쪽 기슭에 닿았는데, 내가 탄 배는 오히려 머뭇거리며 시원스럽게 달리지 않고 있었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그 까닭을 물었더니, "저 배에 탄 손님은 사공에게 술을 먹여서 사공이 있는 힘을 다해 저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부끄러운 빛을 가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혼자 탄식했다. "이 조그마한 갈대잎 같은 배가 가는 데도 뇌물이 있고 없는 데 따라 빠르고 느리고, 앞서고 뒤서는데, 하물며 벼슬길에서 경쟁하는 마당에 내 손에 돈이 없었으니 오늘날까지 하급 관리 하나 얻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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